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한 A씨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박 시장으로부터 4년간 성추행을 당했으며 박 시장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지난 8일 고소했고 경찰 조사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또 구체적으로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의 강제 추행 등이 혐의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이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A씨는 박 시장의 성추행이 4년 동안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A씨에 따르면 박 시장은 속옷차림 사진을 전송하고 늦은 밤 비밀 텔레그램 대화를 요구했고 음란 문자 발송 등 수위가 심각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또 "부서 변동이 이뤄진 후에도 박 시장의 연락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소장은 "본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임을 확인했다"면서 "경찰은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서울시는 조사단을 구성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A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희윤 기자 bond003@sisamagazine.co.kr

다음은 고소인 글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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