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 작업은 임시 방편, 육상 양식장 밀집 관리 규제 필요

[시사매거진/제주=고기봉 기자] 제주 해안가를 점령한 구멍갈파래의 발생 원인이 ‘양식장 배출수’라는 조사 결과가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녹색연합은 지난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제주 연안 전체의 육상양식장과 해변을 중심으로 녹조류인 구멍갈파래 유입 상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9일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조사지점 전체 80곳 중 63곳에서 구멍갈파래가 확인됐다. 구멍갈파래 급중 현상이 나타난 곳은 제주 동서부 해안에 집중돼 있으며, 양식장이 있는 곳들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멍갈파래로 몸살을 앓던 동부지역인 성산 신양, 종달, 하도, 오조리 해안뿐 아니라 북쪽 연안과 대정, 한경, 한림 등 서부지역에서도 쉽게 발견됐다.구멍갈파래가 유입된 곳 중 특히 심각한 지역은 육상 광어 양식장이 밀집된 동부 해안의 성산, 구좌, 조천 및 서부 해안의 한경, 한림 해변 등 21곳으로 조사됐다.

또한 금능, 김녕, 이호, 곽지, 신흥, 함덕 등 제주시 해수욕장 대부분에서 확인됐으며, 구멍갈파래가 발견된 지점의 특징은 성산 신양, 조천 신흥처럼 인근에 광어양식장이 위치하고 조류 흐림이 정체된 만(灣) 형태의 지형이었다.이 단체에 따르면 구멍갈파래 급증과 같은 녹조류 대발생(green tide)은 연안에 흔하게 분포하는 파래류가 과도한 영양물질로 과잉 성장해 연안의 바위를 뒤덮거나, 조류에 떠밀려 해안에 띠 모양으로 쌓이는 현상이다.

심한 악취는 물론 영양염류 흡수율이 높아 다른 해조류를 결핍시켜 저서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2017년 제주보건연구원이 발표한 ‘제주연안 기수역의 구멍갈파래 대발생에 대한 질소오염원 규명연구’에서도 담수에 유입되는 질산성 질소(N)와 주변 양식장에서 유입되는 인(P) 성분이 영양물질로 작용하면서 구멍갈파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구멍갈파래 급증 현상에 대해 양식장 배출수 등 육상오염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지만, 제주도정의 오염원 관리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현재 ‘물환경보전법’에 근거한 배출수 기준에는 수조 면적 500㎡이상인 경우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부유물질(SS) 두 항목만 측정하고 있다. 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연안 부영양화 원인으로 질소(N), 인(P)이 언급되고 있지만 관련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에는 2017년말 기준 464개소의 육상 양식장이 설치 운영중이다. 총 해안선 길이가 약 254km인 제주에 평균 540m마다 1개소의 양식장이 분포돼 있는 셈이다.양식장은 1996년 117개소, 2001년 242개소, 2017년 말 464개소로 갈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 양식장에서 현재 국내 광어(넙치) 소비량의 약 60%를 생산하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 섭지코지 해변 해수욕장 파래 수거를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구멍 갈파래를 치우고 있다(사진 고기봉 기자)

녹색연합 관계자는 “구멍갈파래 수거 작업은 임시 방편일 뿐”이라며 “제주 해안가에 구멍갈파래가 급증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양식장 수질오염방지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오염 부하량 관리, 배출수 기준 항목 추가, 생활 오폐수 등 주요 육상 오염원에 대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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