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에 조화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아무리 같은 패밀리라도,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그의 철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역시 조국에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그냥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을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 조화를 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굳이 보내야겠다면 적어도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빼고 보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음에 빚이 있다'는 말로 비판을 받았다면, 이런 행동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 자신이 그게 왜 문제인지 아예 이해를 못하신 것 같다"면서 "결국 철학의 문제다. 공화국은 '공적 업무'라는 뜻이다. 공화국의 통치가 친노친문패밀리를 챙기는 '사적 업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은 제 식구가 아니라 국민을 챙겨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위로할 사람은 안희정이 아니라,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김지은 씨다. 지켜야 할 사람도 도지사가 아니라, 그의 권력에 희생당한 여비서입니다. 그게 국민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가해자인 안희정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가 있다"면서 "피해자가 '대통령 문재인'이라 적힌 그 조화를 보면, 그 마음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사진_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진 전 교수는 국회페미에서 성명을 내자 "코로나로 경제가 어렵다 보니 대통령 이하 여당 정치인들이 단체로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수출했나 보다"면서 "지금 이 분위기,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단체에서도 이들을 따라 줄줄이 성명을 내야 할 상황인 듯. 그런데 과연 성명이 나올까"라면서 "그런 당연한 확신조차 갖기 힘든 시대다.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성폭행범에게 직함 박아 조화를 보내는 나라. 과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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