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디렉터스 컷' 포스터 / 사진_판씨네마㈜

[시사매거진=김승진 기자] 2004년 개봉해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영화 '트로이'의 확장판 '트로이 디렉터스 컷'(감독: 볼트강 페터젠, 수입/배급: 판씨네마㈜)이 지난 3일 국내 개봉했다.

이번에 공개된 감독판은 기존 개봉판에서 33분가량 분량이 추가된 버전. 먼저, 적막한 산자락에서 주인을 잃은 개가 슬픈 소리를 내는 오프닝은 전쟁의 광기를 비롯해 영화 전반에 비극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오디세우스에게 깊이 있는 캐릭터를 부여하는 등장 씬부터 전쟁이 야기한 혼란과 불안을 보여주는 트로이인들의 전쟁 준비 씬, 그리고 그리스의 또 다른 영웅 아작스(타일러 메인)와 트로이 왕자 헥토르(에릭 바나)의 추가 결투 씬까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면들이 첫선을 보였다.

전에 없던 장면들이 대거 추가되면서 영화는 한층 더 잔혹한 비극으로 가득 찼다. 파디스(올랜도 블룸)와 헬레네(다이앤 크루거)의 금지된 사랑이 빌미가 되어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잔혹한 전쟁의 역사가 시작된다. 참혹한 전투 장면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져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로 생동감 있게 펼쳐지고 이들의 엇갈린 운명의 끝은 어딘지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긴장감을 유발한다.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 사진_판씨네마㈜

'트로이 디렉터스 컷'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 신화를 주제로 쓴 서사시 '일리아스'를 기반으로 제작한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다. 여느 시대극처럼 거대 국가간의 전쟁을 주제로 한다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 작품이 단순히 선악의 대결을 그린 서사시가 아닌 점이다. 영화 속 헥토르와 아킬레스(브래드 피트)가 싸울 때, 우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승패가 갈린 순간에는 희로애락을 초월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중립적인 시각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서술하면서도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트로이 디렉터스 컷'은 리마스터링을 통해 영상미와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하여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그리스와 트로이 양대 제국의 운명이 걸린 고대 전쟁의 처참함을 담기 위해 개봉판보다 더욱 잔인하고 처절하게 묘사했다. 그리스 푸른 바다의 강한 색감은 신화적인 감성을 더했고 청록빛이 강조된 갑옷은 청동기 시대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아킬레스가 적군의 거인과 일대일 전투를 벌이는 첫 등장 씬의 음악이 바뀌었고 개봉판에 비해 무기로 살을 꿰뚫는 금속성 임팩트가 강화되어 수위가 높아진 것을 실감케 한다.

'트로이 디렉터스 컷' 스틸 / 사진_판씨네마㈜

여기에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다이엔 크루거, 올랜드 블룸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젊은 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켈레스 역의 브래드 피트는 강인함과 섹시함으로 무장한 매력적인 전사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며 감탄을 자아낸다. 에릭 바나는 트로이 제국의 첫째 왕자 헥토르로 분해 지덕체를 갖춘 명장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다이앤 크루거와 올랜도 블룸은 각각 그리스 왕의 아내 헬레네와 트로이의 둘째 왕자 파디스 역을 맡아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냈다.

33분의 추가로 더욱 강렬한 임팩트로 다가온 불멸의 신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은 흠 잡을 데 없는 완성도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액션 스케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연출을 맡은 볼트강 페터젠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상영시간, 폭력성, 선정성 등 제약이 많았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서 “이제는 부담 없이 창의적인 시각으로 마음 편하게 최고의 영화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트로이 디렉터스 컷'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소감을 전했다.

'트로이 디렉터스 컷' 메인 포스터 / 사진_판씨네마㈜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등하게 서술해나가면서도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스토리가 돋보이는 영화 '트로이 디렉터스 컷'은 시대를 관통하는 불멸의 역작임에 틀림없다.

상영시간 196분. 청소년 관람불가. 절찬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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