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장르에 150여 민요가 현전하는 곳

순창 ‘순창 농요 금과 들소리’ 전수관/

[시사매거진/전북=이용찬 기자] 예로부터 민요(民謠)는 작사자도, 작곡자도 알려지지 않은 소시민들의 노래로 뚜렷한 악보조차 없이 고래(古來)로부터 현재까지 구전(口傳)되어 왔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전국적이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민요들도 있다. 하지만, 노동요 성격의 ‘물 품기 소리’, ‘모 찌는 소리’, ‘모심기 소리’, ‘김매기 소리’와 각종 ‘타령’, 등 모두 72개 장르에 150여 민요가 현재까지도 현전하는 곳은 순창군 ‘들소리’가 유일하다.

이것은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시대의 병원체가 비말감염(飛沫感染)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와 ‘순창 농요 들소리’도 이제는 맞대면으로는 체험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서 전북도가 2005년 이 들소리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다는 점 등이 얼마나 앞선 선진적 혜안(慧眼)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이것은 과거 농경문화의 오랜 노동요가 역시 오랜 세월 동안 구전, 구전으로 전해져 현시대에 그 일부가 채록되어 미래의 무형문화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순창군 금과면 ‘순창농요금과들소리’전수관(보존회장 류연식)의 가치는 향후 이 전수관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다시금 얼마나 중요한 무형자산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느냐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이와 비슷한 곳으로 정읍시 ‘백제가요 정읍사테마파크’도 있다. 예로부터 순창과 정읍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 전라도 서부평야와 동부 산간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독특한 소리 문화를 마련하고 또한 새롭게 형성해 온 곳이다.

따라서 순창 금과면의 ‘순창농요금과들소리’와 정읍시의 ‘백제가요 정읍사’를 비롯한 수많은 민요는 단순히 한 시대에 형성된 문화가 아니라 매우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고 다듬어진 우리 민속 고유의 한과 서러운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무형문화의 자산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순창농요금과들소리’와 달리 정읍 ‘백제가요 정읍사테마파크’는 백제가요 ‘정읍사’ 이외에 다른 수많은 민요는 체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되고 있다. 그것은 ‘백제가요 정읍사’ 하나만을 주제로 한다고 보았을 때도 이 음악의 역사가 어떻게 신라의 궁중 악부(樂府)로 채집되어 갈 수 있었으며, 고려 궁중의 무고정재(舞鼓呈才) 음악으로, 더는 아악의 백미인 조선시대 궁중음악 ‘수제천(壽齊天)’으로 변화됐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읍사테마파크’는 지난 2005년 12월, 정읍시가 정읍시 신정동 727 일원의 신정동 정해마을 인근 부지를 전라북도로부터 ‘백제가요(百濟歌謠) 정읍사(井邑詞)의 관광지구’로 지정받아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여 뒤늦게 지난 2018~2019년 2년 동안 사업비 315억을 투입, 148,760(m², 약 45,000평)의 부지에 준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듯 엄청난 규모와 예산으로 준공된 ‘백제가요 정읍사테마파크’는 대부분 문순태 소설 ‘정읍사-그 천 년의 기다림’ 이야기를 근거로 ‘큰 샘 거리’, ‘정읍사 여인상’, ‘부부 나무’, ‘도림 · 월아(소망정원)’, ‘샘바다(경관정원)’, 그리고 정읍사 가요전시관 등으로 꾸며져 ‘순창농요금과들소리’ 전시관과 같은 세부적인 학술적, 교육적 문화사적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되고 있다.

순창 ‘순창 농요 금과 들소리’ 전수관의 야외공연장/

반면 비슷한 시기 역시 비슷한 주제로 시작되어 2005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되고, 2007년에는 이 지역 이정호 씨가 새롭게 들소리 예능 보유자로 인증되며, 2008년 국·도·군 예산 12억의 예산을 투입, 7,933(m², 약 2,400평)의 부지에 기념관과 야외공연장(1.098(m², 0.332평)을 준공하여 금과 들소리의 체계적 전승이 이루어지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읍과는 다른 차별화된 가치가 있다.

예로부터 ‘친구와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과 함께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다(Oldies but Goodies).’ 혹은 ‘더 가치 있다’. ‘더 아름답다’로 통용됐다. 그것은 각 주제에 따른 문화마다 역사가 스며있어, 그 깊은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실존적 가치의 의미로 통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적 가치’란 한 시기나 문화에 멈추어져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사를 거쳐 어떻게 어떠한 형태로 어떻게 변화되어 현재의 ‘실존적 가치’로 승화되어 왔는지를 느껴지게 할 때, 비로소 켜켜이 쌓인 역사적 가치와 시대별 정제(淨濟)의 의미가 더해져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다’는 가치적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면, 향후, 정읍시 ‘백제가요 정읍사테마파크’가 지역의 흉물 ‘테마파크’로 남지 않고, 지역민들과 학계의 문화사적 가치를 나아가기 위해서는 순창의 ‘순창 농요 금과 들소리’ 전수관의 실제적 가치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반면,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정읍의 ‘백제가요 정읍사테마파크’의 공간 조성과 관람객, 참여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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