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전쟁, 이 세상에서 이것보다 더 끔찍하고 무서운 단어가 있을까? 바로 올해는 6.25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70년 전 6, 그날의 비극은 우리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전쟁의 참화가 남과 북을 잿더미로 만들고 수많은 죽음과 생사의 비명이 이 땅을 휩쓸고 지나갔다.
 

영화 오빠생각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오빠생각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그동안 6.25 전쟁을 테마로 한 영화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그중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이 영화가 유일할 듯싶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오빠생각>(감독 이한)1947년에 창단한 ‘KBS 어린이 합창단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해군 정훈음악대 어린이 합창단을 모델로 삼았다. 전쟁의 참상 가운데 여리고 작은 영혼들의 해맑은 노랫소리는 감동과 위로가 되었으며, 당시 전장과 군 병원 등에서 위문공연을 펼쳤다. 또한 휴전 후 미국 전역과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순회공연을 이어갔던 어린이 합창단의 활약은 전후 민간외교의 역할자로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우리의 옛 클래식, 동요 오빠생각

영화는 치열한 전투와 백병전 그리고 날마다 뒤바뀌는 태극기와 인공기의 선택적인 갈등 속에서 마을 주민들의 비극과 고아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등장인물들은 전쟁 중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지닌 군인과 어린이를 중심으로 각자의 시선을 통해 전쟁과 사람을 이야기한다. 인간애, 사랑 등 휴먼적인 드라마를 전개하기도 하지만 여러 분산된 시선으로 인해 다소 산만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합창이라는 음악적인 소재로 인해 과거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시스터 액트같은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들을 상상했다면 조금은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성세대들로 하여금 우리의 옛 추억을 소환하는 무한한 매력을 발산하는 반전을 지녔다. 바로 동요를 소재로 한 '합창'이 그 이유이다. 소위 국민학교라고 불렸던 세대들의 어릴적 동요들의 등장은 비극적인 전쟁 영화가 순간 다양한 색상의 무지개 빛으로 변모케 하는 마법을 발휘하는 듯하다. 영화는 감상자로 하여금 동심으로의 회귀를 통해 옛 기억 속의 추억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오르게 한다. 그만큼 어린이 합창단이 주는 매력이 매우 크다.

영화 오빠생각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오빠생각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과거 우리의 동심을 노래했던 박태준의 <오빠생각>, 현제명의 <고향생각><나물 캐는 처녀>를 비롯하여 홍난파의 <고향의 봄>, <도레미파> 등의 동요들의 등장은 마치 동심이라는 종합 선물을 안기는 듯하다. 우리의 옛 클래식과도 같은 이 음악들은 북아일랜드 민요 <Danny Boy>와 스코틀랜드 민요 <Annie Laurie> 등과 함께 합창의 새로운 매력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편곡 기법들을 차용한 합창은 음악에 대한 친근감과 더불어 보다 정감 있고 주옥같은 노랫말의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게 했다. 영화의 맨 마지막, 동요와 함께 잔잔히 흐르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잘 살펴본다면 어렵지 않게 합창 목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오빠생각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오빠생각_스틸 컷 (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에서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 바로 주인공 한상렬 소위 역을 맡은 배우 임시완의 열연이다. 인민군의 만행으로 가족을 잃은 그 또한 전쟁 트라우마 속에서 음악을 통해 치유를 받는다. ‘전쟁이라는 매우 열악한 환경 가운데 합창단을 이끈다는 설정에 충실하려는 그의 노력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수개월 동안 지휘와 피아노를 맹연습했다는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가 취중에 연주했던 쇼팽의 녹턴 4번은 영화의 여러 장면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기도 하다.

해마다 625일이면 전쟁의 환영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이 영화 속에 흐르는 동요들은 나라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소환하게 한다. 우리의 오빠와 누나를 찾아서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