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운명처럼 만난 도시, 발렌시아
그 곳에서 꿈 같던 한 해, 그 기록

저자 한지은 | 출판사 바이북스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어려서부터 여행하기를 좋아했던 저자는 틈만나면 배낭을 꾸려 세계 각지를 여행했다.

50여 개국 이상을 여행해왔지만, 저자는 운명처럼 만난 스페인의 도시 발렌시아에 마음을 뺏기면서 그 곳에 머물며 한 해를 보내게 된다. 이 책은 발렌시아에서 보냈던 그 꿈 같던 한 해의 기록이다.

저자가 발렌시아에서 살게 되리라 직감하게 된 첫 날. 그 날은 그리 드라마틱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았던 그저 평범한 날이었다.

저자가 발렌시아에 도착했을 때, 가방은 이미 스페인에서 모로코 그리고 다시 스페인까지의 여행에서 생긴 빨랫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도시에서 빨래를 해야겠다』 때마침 도착한 발렌시아의 골목 주택들은 서로의 후면을 맞대고 있었는데, 저자에겐 그 공간이 자못 친숙하게 느껴졌다.

분명 먼 나라, 그렇지만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블록 안,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서 작은 화분을 키우고 바람을 맞으며 빨래를 너는 일.

도시의 온유한 기운이 마음에도 평화를 가져다줄 것만 같은 강한 예감마저 들었다.

그저 빨래를 돌리기로 결심면서 그날의 강한 예감은 시작된 것 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여행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을 발렌시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수 있게 된 순간. 그렇게 다음 여정에 대한 기약 없이 저자는 발렌시아에서의 체류를 하루하루 늘려가고 있었다.

『여기서 살아야겠다. 걱정이나 의구심 같은 건 들지 않았다. 발렌시아면 될 것 같았다.』

『이제 이곳은 토마토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정도의 가벼운 사건 현장이 아니었다. 골목 일대가 ‘토마토 강’을 이룬, 그것도 무릎까지 차올라 깊고 진한 강을 이룬 대혼란의 장이었다. 진짜 토마토 싸움이 시작됐다.』

책은 발렌시아에서의 다소 긴 여행기록문인 동시에 다소 몽환적인 생활기이며 다소 짧은 정착기이다.

때문에 여행지로써 발렌시아, 일상에서의 발렌시아, 그리고 삶의 터전으로써의 발렌시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모두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책은 발렌시아에서의 단조롭고 느린 일상보여주면서 소박한 만족을 구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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