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쌓아 올리고, 가차 없이 무너뜨리는 신인
위태롭게 비틀고 뒤집어, 진리를 겨냥하는 낯선 열정

저자 이지아 |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 수상 15년 뒤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 수상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해 온 시인 이지아의 첫 시집 '오트 쿠튀르'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십 대 초반 희곡으로 데뷔하였으나 시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중앙대학교 문예 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공부의 길에 들어섰다. 시는 작가의 남다른 이력만큼이나 개성 넘친다. 작가의 시는 쉬운 말로 쉼 없이 깊은 사유를 덤덤히 다룬다.

작가의 이번 시집은 의도하지 않음을 의도하고 특징짓고 싶지 않음을 감행하는 작품 66편을 묶었다.

시인은 세계의 본질을 탐색하는 자신의 작업 방식을 '사랑하는 아이를 첨단의 도시에 버려두고 오는 기분'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작가의 시작(詩作)에 대한 입장이며, 깊은 열정을 은유하기도 한다. 실용보다 예술과 전위에 무게를 두었던 패션 용어 ‘오트 쿠튀르 haute couture’를 통해 작가는 세계 이면의 진실을 향한 모험을 해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신인의 패기를 보여준다.

읽다 보면 미궁으로 빠져들고, 따라가다 보면 끝내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 파편들을 모아보면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조재룡에 따르면 이러한 무연(無緣)의 외관을 가진 문장들은 서로 교섭하며 ‘이상한 교신’을 흘려보내는 ‘트랜스의 가능태’라고 말한다. 조재룡은 “작품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무엇이 아니라, 시집 전반에서 다른 작품들과 모종의 교류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 파편화된 문장과 의미가 서로 교섭하고 새롭게 짜이는 ‘트랜스 로직’에 따라 다시 제자리를 찾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과 장소를 해방하고 해석 불가능한 지점에서 활기차게 역동하는 이지아의 시를 만남으로써 독자들은 읽기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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