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발행인

[시사매거진265호=김길수 발행인] 지난달 오거돈 부산시장은 성추행을 인정하고 부산시장을 사퇴한다는 기자회견을 갑자기 열었다.

하지만 오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그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2차 피해와 여러 의문점을 낳고 있다. 당장 피해 여성은 심각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오 전 시장이 사퇴문에서 경중에 관계없이’, ‘5분 정도의 짧은 면담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등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던 것처럼 묘사한 데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 등 약속한 사안들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사퇴할 정도의 일을 저질렀다면 나중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다. 또 피해자에게 했던 약속들도 당연히 지켰어야 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사전에 피해자에게 보여준 사퇴문 초안에는 약속된 내용을 담았다가 실제 발표에는 뺐다. 피해 여성이 수차례 최종 입장문의 내용과 사퇴 시기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오 전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은 오 전 시장이 업무를 핑계로 여성 공무원을 집무실로 직접 호출, 5분여 간 성추행을 한 것이다. 피해자는 극심한 불안과 분노, 모멸감에 다음날 바로 부산성폭력상담소를 찾아 도움을 청했고, 이후 오 전 시장에게 공개 사과와 사퇴를 요구한 게 전부다. ‘총선 이후사퇴는 오 전 시장이 결정했다.

그럼에도 피해자에게 자꾸 의혹의 시선을 두려는 행태가 발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오 전 시장 책임이다. 피해자 증언과 달리 그가 기자회견에서 면담을 하다가 그 의미조차 애매한 신체적 접촉을 하는 바람에 억울하게 사퇴하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과가 아니라 ‘2차 가해일 뿐이다. 이런 것들을 빌미로 사건을 피해 여성의 문제로 호도하거나 피해자의 신상을 캐려는 일부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피해 여성은 심리적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은 신속한 수사로 사건 전모를 파악하되 그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와 안정, 심리 치유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 성범죄 사건 발생 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는 원칙은 이번 사건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오 전 시장의 사퇴 증명 공증서 작성 대목은 또 다른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공증서 작성에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정재성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 부산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와대가 사퇴 시점을 조율하는 데 관여한 게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일고 있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선거 개입이다. 꼬리 자르기 식의 사퇴와 제명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사건의 인지 과정을 낱낱이 밝혀 일각에서 일고 있는 선거 개입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 1시간 반 전에 알았다고 하지만 사건 발생 후 피해자 측과의 대화를 오 전 시장 정무라인이 맡았다는 점에서 과연 보름 이상이나 몰랐겠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피해 여성과의 대화를 맡은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사도 과거 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시장 집무실에서 벌어졌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총선 전 발생한 사건이 보름 이상 묻혀 있다가 선거일 직후 사퇴를 발표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하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진상부터 밝히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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