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와 산속 사찰을 연결하다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도 아름답게 하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시사매거진265호=차홍규 교수] 스님하면 깊은 산속에 살면서, 소나무 아래 앉아 좌선을 하고,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같은 범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화두를 꺼내는 상상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있는 저잣거리에서 수행 전법하는 스님이 있다. 그는 세속 즉 저잣거리와 산속 사찰을 연결하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세계로 통하는 관문인 인천공항 세계선원의 선원장이라는 다소 특이한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무상 법현스님이다.

세속 즉 ‘저잣거리와 산속 사찰을 연결하는 스님’ 무상 법현스님은 특히 세계로 통하는 관문인 인천공항 세계선원의 선원장이라는 다소 특이한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출가는 언제 어떻게 했나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평택 명법사라는 작은 사찰의 불교학생회에 들어갔다. 눈 뜨는지 감는지도 모른 채 밤새 참선했는데 느낌이 참 좋았다. 그 때 나도 부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출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 입학하고 태고종이라는 종파의 총무원에서 봉직했다. 아주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에다 장남으로 태어나서 부처의 길을 따라 가는 수행자가 되었지만 부모 형제를 모실 수 있는 한국불교태고종 승려가 되었다. 태고종은 고려 말 불교의 모든 종파를 조계종 이름으로 통합시킨 태고보우 국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이다. 한국 역사의 아픔이 배어있다. 1985년 봄에 출가해서 1210일에 사미계를 받고 승려가 되었다. 운산스님이 은사이고 서봉스님이 계사이다.

 

출가 후 승려생활은 어땠나

전국 3천여 사찰에 6천여 승려들이 수행 전법하고 있다. 1985년부터 총무원에 봉직하면서 태고총림 선암사 설치에 관한 의견을 내기도 하고, 승려의 가족들이 눈을 떠서 공부하고 봉사하는 자세를 갖추기 위한 노력도 했다. 한일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한 유치 기원 법회1996년 여의도 둔치마당에서 범 종단적으로 봉행했다. 한일월드컵이 성공한 것은 태고종 종도들이 믿고 따르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상당히 좋게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총무원의 총무부장, 교무부장, 사회부장, 교류협력 실장, 교무부원장 등의 역할을 맡아 열심히 활동했다. 종립 동방불교대학의 학생과장, 교학처장을 맡아서 종도들의 교육에 기여했다정식으로 교육인적자원부에 허가를 맡은 정규교육 기관이 없음을 안타까이 여겨서 2003년도에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다.

법현스님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북경 칭화대 재직 시, 한 전시장에서 초대전시를 하는 중에 뜻밖에 일부러 찾아와서 필자의 작품을 감상하며, 서로의 관점에서 대화를 나누다 깊은 사이가 되었다.

사찰에서 불교수행만 했나. 지나온 교육과정은

중앙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응용불교 전공이다. 석사 과정에서는 연기설의 입장에서 본 불안정성 원리라고 해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불교의 교리로 분석하여 석사학위논문을 썼다. 박사과정에서는 BK21 연구단에 들어가서 연구소와 하버드대학교 신학연구소 공동으로 사흘 내내 눈 내리는 창밖도 보면서 생태 세미나를 하며 토론한 기억이 새롭다. 대학 근처에 생태시인으로 유명한 소로우가 살던 월든폰드(호수), 그리고 30만 평의 부지에 항상 연수 프로그램 꽉 차게 가지고 있는 베레명상센터를 방문했던 추억이 생각난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사찰에서도 어려움과 변화가 많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도 연기했다고 들었다.

지구촌 모든 가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하고 있다.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없는 부분이다. 아니 아주 적극적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불교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부처님오신날은 부처님이 태어나신 생신은 아니다. 부처님이 태어나신 것을 축하드리고 기리는 날이다. 그래서 코로나19사태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하여 한 달 연기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올해가 윤달이 4월에 들어서 윤 4월이 있으므로 다행이다.

 

현재 4군데의 법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다

100년 전에 대정월보사님이 창건하고, 혜원스님이 60여 년간 정진하며 교화한 경기도 평택 보국사 (전통사찰 26)와 저잣거리 수행 전법 도량이라고 해서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60년대에 지어진 전통시장 건물 2층에서 15년째 교화하고 있는 열린선원, 일본 나가노현 아즈미노시 아리아케에 있는 40년 전에 재일 교포들이 지은 금강사라는 사찰, 세계로 드나드는 관문인 인천공항 2터미널 청사 지하 1층에 있는 세계선원이다. 4군데 사찰을 다른 스님, 포교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불교의 사상 가운데 화엄사상이 있다.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도 아름답게 하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불교는 창조주를 인정하는 유일신 사상과는 다르지만 그런 종교 또한 세상에 의미가 있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법현스님. 그래서 그는 이웃 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씩 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 활동도 하던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하고 있다. 민간인들이 지역 사회 연결망의 빈틈을 찾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동네가 밝고 따뜻하게 변해 가는데 도움을 주는 단체다. 은평구의 제 1, 2기 인권 위원회 위원을 맡아서 은평구가 인권이 보장되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지역사회가 되도록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행정이라고 하는 것이 관에서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으므로 민간인들도 함께 참여하고 도움을 주어 협치의 정신으로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의 협치위원회, 서울 은평구는 협치 체계가 대단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1,2기 협치위원을 맡아서 활동하고 있다. 은평구 인권 위원회와 은평구 협치위원으로는 유일한 종교 지도자다.

 

책을 쓰거나 미디어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일간지와 한국불교신문, 현대불교신문 등에 글을 썼고, BBS불교방송과 BTN불교텔레비전 생방송과 강의방송을 많이 진행했다. 또한 KBSMBC, TBS, 국민TV 등에도 여러 번 출연하여 마음을 함께했다. ‘1919유관순이라는 영화에도 전문가 고증 방송을 했다. 미국에 한국불교를 전하고 있는 <미주현대불교>라는 월간지에 한 코너를 맡아서 3년째 연재를 하고 있다. <부루나의 노래> <놀이, 놀이, 놀이> <그래도 가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법현스님과 함께 하는 법구경> 등의 책을 써서 불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단체 카톡방, 그리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거의 매일 불교사회, 불교와 자연, 불교와 미래 등 불교 교리를 통해서 세상을 밝고 맑게 함께 하려는 틀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다.

 

부처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나

불교의 특징을 들라하면 예가 많다. 그 가운데 좋은 보기는 덮어놓고 믿거나 따르지 말고 제대로 살피고 따져서 믿거나 따르라는 것이다. “여래가 올바로 완전히 깨달았는지 아닌지를 식별하기 위해 여래를 관찰해야 한다. 여래에 대하여 두 가지 관점에서 즉 눈과 귀를 통해 인식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눈이나 귀를 통해 인식할 수 있는 오염된 상태들이 여래에게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관찰해야 한다고 경전에서 말한다. 부처님은 부처님에 관한 믿음이 합리적이라 견고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때때로 흔들리는 믿음은 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따라야 하는지 살펴서 옳다고 판단될 때 따르라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다.

 

생명존중헌장을 제정했다고 들었다

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일들이 많아지고, 다른 이들과 다른 존재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워하던 차에 참여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과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보건복지부 등과 연대하여 정부 5개 부처 17개 특별위원회와 정책을 연관하였고, 불교계를 대표해서 참여했다. 4개월 정도의 기간에 매주 모여 10명의 위원들이 정부기관의 연구원들과 함께 뜻을 모아 제정했다. 나는 일관되게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지만 문구를 좀 더 폭넓게 활용해서 모든 생명으로 하되 가장 중요한 사람의 목숨(人間生命)은 특히 강조하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정결과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여 국민 모두가 그 중요성을 알게 하고 실천하자고 했다. 생명존중헌장은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지도자들의 생각이 모자랐던 탓이다.

 

채플강의를 했다니 놀랍다.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결과를 얻었나

종교간 대화 활동하는 것을 눈여겨 본 성공회대학교 총장인 이정구 신부께서 학교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스님과 함께하는 채플이라는 강좌를 만들어주어서 1년간 젊은 학생들의 눈을 넓게 하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언론에서도 관심 깊게 지켜보고 다뤄주었다. 학생들 입장에선 종교의 비교시각에서 불교와 이웃종교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불교의 무아(無我)사상 같은 것이 유일신 사고 속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도 하였을 것이나, ‘하느()님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를 완전히 비워야한다는 말로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거렸다.

현세의 법현스님. 많은 것 보다 지금처럼 물질만 추구하려는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그저 편하게 말씀을 전해주고 가끔은 밥도 같이 나누고, 혹 여유가 되면 곡차라도 한잔 사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생불이다.

템플스테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일월드컵은 나하고 인연이 깊다. 태고종 총무부장 소임을 맡고 있던 1996년도에 2002월드컵 유치활동을 했었다. 월드컵 유치기원법회를 태고종 종단차원에서 한강둔치마당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봉행하고 공개방송까지 진행해서 유치가 성공되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유치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서 정부기관과 민간의 움직임이 그리 크지 않았다. 민간으로서는 태고종이 거의 유일하게 활동하였다. 그러나 유치가 결정되지 숙소들이 부족해서 걱정이 많았다. 한국 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할 때라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이름도 내가 직접 짓고 한국문화의 핵심인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세계인이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바로 템플스테이라고 대답하는 데 긍지를 느낀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하나만 알면 나도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 있다. 자기 종교만 안다면 자기 종교도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 그런 것이다. 우리 불교의 사상 가운데 화엄사상이 있다.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도 아름답게 하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불교는 창조주를 인정하는 유일신 사상과는 다르지만 그런 종교 또한 세상에 의미가 있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웃 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씩 하고 있다.

비교종교학을 통해서 이웃 종교를 공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성자이신 예수님 탄생을 기리는 크리스마스를 즈음해서 신부, 목사님이나 신학자를 모시고 탄생축하 법회를 15년 동안 열린 선원에서 봉행하고 있다. 신부님이나 목사님이나 신학자는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설교하고 나는 축사를 하거나 불자들과 함께 찬송가를 기쁘게 부른다. 신부, 목사님들 설교도 좋고 우리 불자님들의 반응도 좋다. 내 생각에는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이웃 종교의 가르침도 쓸모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종교를 믿으며 살고 있으니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름다운 말이 이웃종교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분야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더라도 안개꽃에 싸인 장미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 코로나19, 인도네시아 쓰나미사태도, 후쿠시마 원전사태도 궁극에서 보면 다 물질만 추구하려는 못된 우리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리라. 법현(法顯)스님은 이전 동진(東晋)시대의 인도 순례승으로 그는 불국기(佛國記:高僧法顯傳)등 여러 저서를 낸 전설적인 고승이다. 현세의 법현스님. 많은 것 보다 지금처럼 물질만 추구하려는 필자 같은 어리석은 중생들에게 그저 편하게 말씀을 전해주고 가끔은 밥도 같이 나누고, 혹 여유가 되면 곡차라도 한잔 사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생불이다.

필자 : 차홍규

서울과기대 학사, 홍대 미술학석사, 동신대 공학박사
기능올림픽 명장심사위원, 서울국제평회미술제 심사위원장
88올림픽 기념 공모 작품전 서울시장상 및, 장관상 등 다수
개인전 54회 및 미주, 유럽 등 단체전 300여 회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작가 (한국, 중국 유일 작가)
중국 북경 칭화대학 미술대 교수 정년퇴임
, 한국 조형예술원 석좌교수, 한중미술협회 명예회장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