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_제 18장 역모(逆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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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이순신의 반역_제 18장 역모(逆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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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5.0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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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광남 | 출판사 스타북스

[시사매거진265호] “왜적장 가토의 대규모 이동에 대한 정보는 일본인 요시라에 의해서 전달되었습니다. 미끼 일 수도 있는 허황된 정보를 쉽사리 판단하여 적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이는 조선 수군의 치명타가 되므로 만전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소이다. 따라서 첩보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던 것이외다.”

좌상 육두성과 더불어 국문에 참여한 신임 병조판서 이항복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정에서도 그와 같은 조심이 없었겠소이까? 상감께옵서도 그 점을 염려 하시어 적의 정세를 철저히 관찰하여 지시를 내린 것이오!”

이순신은 탄식을 토했다.

만일 그랬더라면 진작 소신의 장계에 따라 부산 근처로 함대를 이동 주둔 시켰어야 했지요. 내 이미 부산 앞바다의 결사항쟁을 준비하여 이번에는 왜적이 절대 조선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여 하늘에 사무친 치욕을 씻고자 원하였소이다.”

이항복은 처음 듣는 소리이기에 의혹을 드러냈다.

그게 무슨 말씀이요? 통제사...?”

좌상 육두성이 중도에서 끼어들었다.

그런 변명을 듣고자함이 아니외다.”

오성 이항복은 좌상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재차 물어왔다.

통제사 영감! 이번 가토의 도해를 해상에서 저지하라는 조정의 지시 그 이전에 보고서를 올렸단 말씀이요?”

이순신은 비굴하지 않았다.

조선의 함대는 강력 하외다. 판옥선과 거북선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고도의 전술 훈련을 받은 수군의 사기 또한 매우 높소이다. 우리는 패배를 모르고 바다에서 승리하였지요. 일본은 육로에서 강할지 모르지만 바다의 약점이 분명 존재하외다. 전쟁은 우리의 장점을 가지고 적을 상대하여야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법! 의당 조선 수군은 왜적의 함대를 능가하니 바로 바다위에서 적의 수송 함대를 공격해야 함이외다. 따라서 소신은 일찍이 장계를 통하여 조정의 지휘를 기다리고 있으니 급히 회유해 달라는 내용을 올렸던 것입니다.”

이것은 실로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항복은 물론이고 좌상 육두성 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현재의 이순신 국문의 가장 큰 죄목은 왜장 가토의 도해를 중도에서 차단시키라는 어명을 왜 거역 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순신은 이미 그 이전에 함대를 부산 근교로 옮겨 왜적의 이동 함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장계를 올렸었다는 것이 아닌가?

...장계를 올...린 시기가 언...제요?”

이항복은 놀라운 사실에 목소리까지 떨려 나오고 있었다. 이순신의 바싹 마른 입가에 쓴 미소가 감돌았다가 사라졌다.

요시라의 첩보에 의해서 조정이 하명한 시점 이후라면...그 보고서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소. 훨씬 전이외다.”

이순신은 담담하게 말하였다. 병조판서 이항복은 약간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그는 좌의정 육두성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렇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왕에게 항명한 것은 이미 신하된 도리를 포기하고 불충한 행동이 아니었는가?”

좌상이 말은 그리 내뱉었지만 이순신의 장계가 사전에 존재 했다면 요시라의 첩보가 아니더라도 이미 이순신은 가토를 비롯한 왜적의 전함과 수송 함대를 부산 앞바다에서 방어할 군사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순신이 적을 두려워하거나 조정의 명을 기만했다는 오해를 풀 수 있는 열쇠였다.

좌상대감, 통제사의 장계에 대해서 일단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도승지를 불러 확인하심이 옳지 않겠소이까?”

좌의정 육두성의 안면에 곤혹스러운 기운이 엿보였다. 미간을 찌푸리고 한동안 고심하다가 그는 몸을 일으켰다.

좋소. 오늘은 이만 여기까지 합시다.”

육두성이 갑작스럽게 국문장을 벗어나자 참여 했던 대신들이 우르르 그를 중심으로 따라 나섰다. 하지만 오성대감 병조판서 이항복은 남아 있었다.

통제사, 얼마나 고초가 심하십니까. 만일 그 장계가 발견 된다면 장군에 대한 비방과 불신이 수그러지게 될 것임이 분명 합니다.”

통제사 이순신의 입가에 미미한 웃음이 서렸다.

도원수에게 아주 훌륭한 영서(令壻)가 있음을 늘 감탄해 왔소이다.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요.”

아닙니다. 그리 말씀 하신다면 오히려 바다의 거북이를 철갑선으로 둔갑 시킨 장군이 더 놀랍소이다. 빙장으로부터 장군의 열렬한 기개를 듣고 늘 흠모해 왔습니다.”

오성 이항복의 따스한 말 한 마디에 이순신의 한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어쩌면 금일 밤은 그리 춥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리 말해 주시니 실로 고맙소.”

중요한 것은 통제사의 장계를 찾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그 내용이 이번 부산으로의 함대 이동이라면......통제사는 방면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순신에게는 희망의 서광이었다.

병신년(丙申年) 말에 분명히 작성하여 선전관에게 넘겼습니다!”

오성 이항복은 다시 한 번 장계의 유무를 확인하고는 옥문을 나섰다. 그는 끝까지 사야가 김충선이 구명을 위해 자신을 찾아온 사실을 이순신에게 귀 뜸하지 않았다. 그러한 일들은 노출되지 않을수록 좋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사이기에 항상 몸가짐을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18장 역모(逆謀)

도원수를 만나다.

이것이 마지막 도박(賭博)이 되기를 기원했다.

조선의 꿈을 갈망하는 우리들을 그는 어찌 볼 것인가?

통제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그 말이 희망이다.

조선의 새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나의 소원은 결코 외롭지 않다.

이순신은 고립(孤立)되어 있지 않다.

그의 탁월함으로, 놀라운 지도력으로,

조선의 사대부(士大夫)들이 지지를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의 역모(逆謀)는 이순신의 함대처럼 순항(順航)한다.

(사야가 김충선의 난중일기(亂中日記) 1597314일 갑진 )

도원수 권율은 태산 같은 묵직함을 소유하고 있는 대장부였다. 두 눈의 고요함은 아스라한 산자락을 닮아 있었고, 우뚝한 콧날은 물러서지 않은 장부의 기개가 엿보였다. 덥수룩한 수염위로 굳게 닫혀있는 한 일자의 입술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보시게 곽장군!”

오랜 침묵 끝에 도원수 권율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와 마주하고 있던 곽재우와 사야가 김충선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장예지 역시 무거운 분위기에 호흡까지 멈출 지경이었다. 곽재우의 권유에 의해서 합석을 하였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홍의장군이 대꾸했다.

말씀하시지요...경청하고 있습니다.”

차가 식고 말았구려.”

권율은 중후한 음색을 드러내며 물을 끓였던 탕관을 들어 올렸다. 김충선이 재빨리 한 모금을 삼켰다.

향이 그윽합니다. 찻잎이 제대로 이옵니다.”

권율이 빙그레 웃었다.

찻잎은 재취하는 그 시기가 매우 중요하네. 너무 이르면 향이 온전치 못하고 늦으면 그 신령스러움이 흩어지지.”

홍의장군 곽재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권율의 말을 받았다.

차의 잎은 자주색이 가장 좋고, 잎이 주름진 것은 두 번째이며 동그랗게 말린 것이 그 다음이지만 윤기가 반짝이면서 조릿대 잎처럼 퍼진 것은 최하위로 치지요.”

김충선도 지지 않고 차에 대한 품평을 꺼냈다.

차는 야생에서 자란 것이 상등품이고 동산에서 자란 것이 그 다음이며 양지바른 벼랑과 그늘진 숲에서 잎이 자색 빛을 띄우는 것이 상등품이고 녹색은 그 다음이죠. 대나무 순 같은 것이 좋고 새 싹 같은 것이 다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권율과 곽재우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도 차에 관해서 일가견이 있구만.”

나이도 어린 젊은이가... 놀랍군.”

김충선은 그들 사이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을 풀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었던 터라 화제를 그리로 돌렸다.

다도의 발전은 중국으로 시작 하였지만 일본도 이에 못지않게 중시 하고 있습니다. 북송의 선화북원공다록(宣和北苑貢茶錄)에는 작설(雀舌)과 응조(鷹爪)와 같은 차싹을 소아(小牙)라 하여 싹차라 부르고, 일창일기(一槍一旗)를 간아(揀牙) 또는 기차(奇茶)라 하였지요.”

권율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자네 혹시 다도에 있어서 조시정(造時精 )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가?”

김충선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차를 끓일 때는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로 차를 만드는 사람은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불을 적절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차를 제조하는 내내 성심으로 전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 해야만 말로 다하기 어려운 차의 신묘하고 오묘함이 피어나는 것이지요.”

권율이 매우 유쾌하여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맞아. 바로 그러하네. 내 지난 수년간 적지 않은 손님들과 다도를 즐겼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는 별로 없었지. 오늘에야 제대로 다도를 음미할 줄 아는 지기를 만났군. 즐겁네.”

곽재우도 한 마디 거들었다.

철포에 명인인줄은 익히 알고 있었네만 다도에도 이런 식견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어떠냐? 예지도 놀라웠지?”

장예지는 다소곳한 자세로 찻잔을 부여잡고 감탄과 존경어린 표정으로 김충선을 한번 살펴보고는 입을 열었다.

. 그냥 따스한 차 한 잔에 그런 무궁한 내력이 스며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오늘 스승에게서 또 새로운 가르침을 받았으니 제자의 복인가 합니다.”

만면에 웃음을 머금던 도원수 권율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스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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