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자동차와 보행자 중심의 교통 관련 법안
새로 등장하는 Personal Mobility 특징 반영 못 하고 있어…
PM 운행요건 및 방법, 보험 처리기준 등 명확한 규정 필요

[시사매거진 265호=여호수 기자] 전동 킥보드는 사람이 몰리는 대중교통, 교통체증이 극심한 러시아워의 도심에서 특히 이상적인 이동 수단이다. 그러나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교통사고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에 헬멧, 팔꿈치 보호대 등 안전장비 착용 의무화와 더불어 안전교육 실시, 이용 가이드라인 보급 등 사고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_뉴시스)

퍼스널 모빌리티가 대유행이다. Personal Mobility(이하 PM)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2인용 이동 수단으로 전동 휠,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을 말한다.

PM은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비 부담이 적고, 친환경적이며 휴대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어 이제 우리 일상 어디서든 쉽게 다양한 퍼스널모빌리티를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기기로 전동 킥보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전동 킥보드는 PM 중에서도 대여 서비스가 가장 활발한 이동 수단으로, 굳이 대여업체를 찾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없이도 전동 킥보드 대여가 가능한 다양한 어플이 도시를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동 킥보드 이용 증가, 사고 역시 빠르게 늘고 있어


공유 킥보드는 따로 반납해야 할 위치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어디든 편한 곳에 주차 후 반납 가능하다. 한번 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이용종료와 동시에 자동 결제됨은 물론, 30분 안에 재이용하면 환승할인도 적용되는 등 간편한 서비스에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사고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도입 초기,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사망・상해의 피해를 당하는 사고가 주로 문제 되었으나 현재는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가 2017년 117건에서 2018년 225건으로 92% 증가하였다.

국내에선 2018년 첫 보행자 사망 사례가 발생하였고,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로 무단 횡단을 하다가 연쇄 추돌사고를 야기하고 도주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등 사고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PM 모빌리티 사고 현황'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전동킥보드나 전동스케이트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른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 불리는 PM사고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픽_뉴시스)

 

운행 방법, 안전기준, 사고 시 책임 소재 및 보험 처리 기준 필요


이용 확산으로 사고는 늘고 있는데 관련 규제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기존 교통 법안은 자동차와 보행자 중심이었기 때문에 새로 등장한 퍼스널 모빌리티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퍼스널 모빌리티는 취미의 성격이 강했다. 마니아층에서 주로 레저용으로 이용되었으나,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점차 교통수단의 목적을 띄게 된다.

이에 교통수단에 관한 도로교통법(운행방법), 자동차 관리법(안전기준), 자배법(사고책임 및 보 험)에 관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 되고있다. ▲운행방법 ▲안전기준 ▲사고 시 책임 소재 및 보험 처리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지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 청계중앙공원에서 열린 '공유 퍼스널모빌리티(전동킥보드)실증운행 시승 체험 및 캠페인' 행사에서 킥보드를 시범운행 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7월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사업대상으로 선정돼 자전거도로에서의 운행이 허용된 '공유형 퍼스널모빌리티(PM)' 실증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사진_뉴시스)

 

전동 킥보드의 법적 성격


전동 킥보드의 ▲운행방법 ▲안전기준 ▲사고 시 책임 소재 및 보험 처리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확인하려면 전동 킥보드의 법적 성격을 살펴보아야 한다.

보통 전동 킥보드의 경우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하여, 자동차 등의 통행방법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운행방법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도로에서만 통행 가능하며,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서는 통행이 불가하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인도에서 주행하는 전동 킥보드를 만날 수 있으며 그 수가 너무 많아 오히려 차도에서 주행 중인 전동 킥보드가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등 각종 규제에 대하여 자동차 및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일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전동 킥보드는 개념상 이륜자동차에 해당하나, 실제로는 대부분 최고 속도가 25km/h 미만으로 설정되어있기 때문에 자동차관리법상 ▲안전기준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전동 킥보드를 안전확인대상 생활용품으로 분류하고, 제품시험기관으로 안전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사고 책임 및 보험과 관련해서는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적용 여부가 문제 되는데 해석상 불분명한 점이 있으나, 현재는 자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배법은 자동차를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전동 킥보드는 사용신고 대상에서 제외되어, 이를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라고 볼 것인지가 해석이 불분명한 상황)

전동 킥보드의 교통수단 기능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PM 교통사고가 차량을 넘어 보행자 사고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사고 책임 및 보험에 관한 제도가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7일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임 (Lime) 코리아가 킥보드 안전교육 프로그램인 퍼스트 라이드 서울(First Ride Seoul) 행사를 진행했다. 라임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다.(사진=뉴시스)

 

독일 eKFV로 보는 해외 사례


독일은 지난 2019년 6월 전동 킥보드의 안전기준, 운행방법, 보험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소형전기차의 도로교통 참여에 관한 규정’(Elektrokleinstfahrzeuge-Verordnung:이하 eKFV)을 우리보다 앞서 시행하였다.

독일은 전동 킥보드 등의 퍼스널 모빌리티에 관련 규정을 시행하여 PM 운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장치요건- 6km/h 이상 최대 속도 20km/h 이하인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이동 수단으로 탑승자 무게를 제외하고 55kg 이하 여야 한다.

▲운행요건- 도로에서 운행하기 위해서는 형식승인 요건을 총족하여야 하고, 독일 자동차 등록규정 따라 보험스티커를 부착해야 하며 감속장치, 조명장치, 경음기, 기타 안전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운전자 요건- 만 14세 이상은 운전할 수 있다. 이때 운전면허는 따로 필요하지 않으나 운전자 이외 동승자는 탑승이 불가하다.

▲운행방법- 자전거 도로로 운행하여야 하며, 자전거 도로가 없는 경우 일반 도로로 운행한다. 도로 운행 시 가장 우측 차선을 이용하고 일렬로 주행한다. 방향 변경 시, 자전거와 같이 수신호로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eKFV는 통행방법에서는 PM을 자전거처럼 규제했다. 자전거처럼 운전면허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한다. (다만, PM 음주운전의 경우 자동차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안전기준과 사고 책임 및 보험 측면에서는 PM을 자동차처럼 규제했다. eKFV은 안전기준과 보험 측면의 PM을 자동차의 일종으로 보며 기존의 형식승인, 의무 보험제도 규제를 PM에도 적용하였다.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모든 PM에는, 기존 자동차와 동일하게 규제를 적용하여 보험(대인・대물배상)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이에 독일의 보험회사들은 eKFV 시행에 따라 기존 자동차보험에 준하는 담보로 구성된 전동 킥보드 전용 보험을 이미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개정된 법안 중에는 ‘트레일러 연결이 금지된다’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독일 PM 운전자의 운전 성향을 섬세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상당수가 공유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운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단속인가?


앞선 설명처럼 전동 킥보드에 대한 기준을 두고 이견이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실제 단속으로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가 늘어나면서, 정부는 전동 공유 킥보드 안전사고 대응을 위해 도심을 중심으로 고강도 단속에 착수할 예정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되기 때문에, 전동 킥보드 무면허 운전 시 벌금 30만 원, 헬멧 미착용 시 범칙금 2만 원, 인도 주행 시 벌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미성년자는 운전할 수 없으며, 인사 사고가 났을 경우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에 공유 킥보드 업체들은 '헬멧 착용 권장' 알림 서비스를 확대하고 대책을 강구중에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 관계자들은 1만 대에 달하는 킥보드에 헬멧을 부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실제로 헬멧을 구비 한다고 하여도 위생상의 이유로 이용자가 헬멧 착용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라고 보고있다.

한편 국내 공유 킥보드 시장은 1만 대에 달하는 전동 킥보드를 10여 곳의 업체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되며 고강도 단속이 실시될 경우, 공유 킥보드 시장은 사실상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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