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
‘성평등한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법 강구해야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부산성폭력상담소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와 관련해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면서 "‘성평등한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법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지난 2018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부산에서는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처음으로 당선되었다"면서 "1990년 3당 합당 이후, 한 쪽으로 쏠린 부산의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뀌는 순간이었다. 부산의 여성계를 비롯한 진보 시민사회는 부산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오거돈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말하기에 무색할 정도였다"면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에 대해서, 당선 이후에는 입장을 바꾸어 아직까지 구성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퇴가 있기 전까지 2년 동안 오 전 시장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부산시정 전반에 걸쳐 성인지 감수성이 녹아들도록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를 통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오 전 시장이 당선 이후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지난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우리 상담소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부산시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 전 시장과 보좌진들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성폭력 사건 이후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사퇴 이후의 부산시는 철저하게 달라야 한다. 부산시는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여 피해자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2차 가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부산시의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서둘러 부산시에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성평등 교육을 통한 조직문화와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 "나아가 부산시 전체가 ‘성평등한 부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번 사건은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며 성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며 이를 방치해 온 것에 대하여 부산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것이 용기를 내어 성폭력 사실을 증언한 피해자와 함께 하는 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평등은 더 이상 미뤄도 되는 ‘사소한 것’이 아니며,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라면서 "성평등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부산시는 이제 더 이상 시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성평등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이제 성폭력 없는 사회, 여성이 없는 사회, 성평등한 사회라는 과업을 부산에서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