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바이러스의 창궐, 위기를 맞은 세계 속에서
사람의 힘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지켜 가는 일

저자 고철구 | 출판사 혜화동

[시사매서진=여호수 기자]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류에게 시련이 닥칠 때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사람의 힘'으로 극복해 왔다. 이는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대처 불가한 것으로, 앞으로도 인류의 최후의 보루는 인류 자신일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과 통하는 모든 국경을 폐쇄했다. 미국에서 수만 마리 좀비들이 끊임없이 멕시코로 기어 왔기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수만 마리의 좀비로 뒤덮인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사라져 버렸다.

오클라호마주 남쪽 끝의 작은 마을 델머. 평화로운 지평선이 품어 주는 듯하지만 사실 진작 전기가 끊겼고, 사람들이 떠났다.

문명의 소리가 사라져 가는 그곳에는 아내 새라를 처음 만났고, 사랑했고, 이제는 떠난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티모시가 살고 있다.

“영혼이 없으면 죽을 일도 없지.” 언제나처럼 홀로 술을 마시던 그는 끝내 세상보다 먼저 개인의 종말을 택하려 샷건의 총구를 물었다.

그리고 그 찰나, 누군가가 집 문을 두드린다.

“뿌뿌… 뿌빠뿌… 뿌… 빠… 뿌뿌….” 자주 불던 하모니카 소리를 힘겹게 내던 새라, 아니 좀비, 아니 좀비가 된 새라였다. 』

전 세계에 바이러스가 퍼진 후, 시작되는 신작 소설에서는 바이러스가 왜 생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생과 밀접하게 닿은 이 절망적이고 막대한 바이러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이겨 내는지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사람의 힘’을 가장 강조한다.

방송 다큐멘터리와 예능 프로그램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저자는 자유로운 세계관 아래 논픽션과 픽션, 냉온과 희비,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동서양과 남북,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죽음 그 경계를 건너고 건너오는 사람의 힘을 이야기한다.

현재 전 세계는 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의 온상지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국민을 환영하는 지역민의 현수막, 확진자의 방문으로 휴점한 가게 사장님을 응원하는 포스트잇, 정작 본인은 죽을 것 같이 힘든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으면서 환자를 향해 희망차게 웃어보이는 의료진들 까지현실과 소설은 닮아 있다.

저자는 때가 되어 봄이 오고, 때가 되어 겨우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의 힘으로 시련과 겨울이 지나가고, 사람의 힘으로 태양이 비추고, 사람의 힘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은 우리에게 사람으로서, 사람이라서, 사람이니까 다시 살아갈 수 있으며 삶 속엔 결국, ‘사람’만이 전부라고 끊임없이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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