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영 칼럼] 극단적인 선택,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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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칼럼] 극단적인 선택, 누구의 책임인가
  • 편집국
  • 승인 2020.03.3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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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칼럼리스트(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신근영 칼럼리스트(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시사매거진=신근영 칼럼리스트] 얼마전 국내 굴지의 블록체인 업체 대표이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곧바로 오보라고 해명은 했으나 극단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하여 업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블록체인 업계에 차세대 리더로 촉망 받던 젊은 CEO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며칠 동안 심적인 고통을 겪었다. 
며칠 내내 “이번 사건뿐 아니라 이미 수 차례 이어져온 극단적 선택을 한 젊은이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이 예전부터 오랫동안 머릿속을 멤돌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암호화폐 업계에서 활동하면서 이 사회의 온갖 나쁜 사례가 총 집합된 곳이 암호화폐 업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뒤편에는 돈이 된다면 무슨 짓이든 해대는 기생충 같은 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서민들은 살면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종종 빠져든다. 가족 중 한 명이 병이 나거나 가장이 사업에 실패하거나 운영하던 가게가 경영난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이 오면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던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타인의 이런 어려움을 이용해서 비열하게 돈을 버는 흡혈귀 같은 자들이 있다. 

대표적인 자들이 이른바 고리대금업자들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그들은 이미 신용이 바닥에 떨어져 제1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 그리고 P2P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이자율을 훌쩍 뛰어넘는 연 수백 %의 고리를 내밀며, 짧은 기간만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을 흘리면서 대출을 유도한다. 

결국 급한 불은 끄겠지만 한번 기울어진 경제적 상황이 쉽게 호전되기란 어렵기 마련이다. 결국 이자는 이자를 불리고 이미 기울어진 가계나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이들의 빚 독촉에 당사자나 해당 기업의 CEO는 궁지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암호화폐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많이 벌어져 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위기 상황에서 고리대금 업자를 찾는게 아니라 일확천금에 물든 왜곡된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이 주역이 되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며 ICO를 통한 자금 조달 수단이 급격하게 활성화되면서 이 업계에 신종 고리대금 업자들과 같은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다단계 조직을 구성해 선량하고 무지한 사람들을 현혹하여 100억을 모금하면 보통 50억을 기본 수수료로 떼어가면서 그 외에도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세워 사업가를 이용해 먹곤 했다.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상장시키라는 압박은 물론 상장 후에는 이른바 마켓메이킹(MM)이라는 주가조작에 해당하는 펌핑을 강요하고, 코인 가격이 폭락하면 폭력까지 동원하며 사람을 감금하고 협박하여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경우도 있다. 

그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뒷돈을 대주며 껍데기 상장회사를 인수토록 하여 인수 후 주가 조작을 하도록 압박 하기도 한다. 매출과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이 해외 투자를 유지했다고 하거나 거짓 공시와 허위 매출 계약으로 잠시 투기꾼들을 모아 주가를 왜곡해 보지만, 결국 기본적으로 매출과 수익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기업의 주가가 정상적일 수는 없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같은 쓰나미가 닥쳐 올 경우, 주가 폭락과 아슬아슬하게 급전으로 돌아가던 전체 구도가 일시에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어코 파산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회사로 몰려들고 관계자들은 CEO를 협박하며 희생양을 찾게 되고, 결국 모든 법적 책임을 뒤집어 쓴 CEO는 형사 처벌을 받거나, 도피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난 사례이기에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나타나게 되는 원인, 과정과 결과,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CEO를 바라보며 과연 이 극단적인 사태의 원인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허황된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무리한 사업을 전개한 CEO에게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회사와 관련된 모든 사태의 책임은 1차적으로 CEO에게는 그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CEO보다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하는 자들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투자자를 현혹해 거액을 모금하고 엄청난 수익을 챙긴 후, 투자자들을 동원해 투자기업의 CEO에게 상장을 강요하고, 펌핑을 강요한 자들은 용서할 수 없는 범법자로써, 그들에게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살인자보다 다수의 투자자들을 속인 금융 사기범에 대한 처벌이 더 강력하다.

폰지 사기로 유명한 전 미국 나스닥 외부 이사직을 역임한 헤지펀드 운영자 ‘메이도프’는 2008년 금융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폰지 사기가 드러나면서 15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우리나라는 금융 범죄자들에게 너무나 관대하다. 법을 개정해서 다수의 투자자들을 속인 금융범죄자들을 엄단해야 할 것이며, 특히 금융범죄자의 압박으로 투자와 관계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자는 다시는 세상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극형에 처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인식을 지닌 투자자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투자(投資)란 재물을 던지는 행위다. 즉, 잘못 투자했을 경우에 나타나는 손실을 본인이 감수하겠다는 경제 활동의 하나다. 그런데 일부 투자자 중에는 마치 돈을 빌려준 채권자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형적인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모습이다. 이러한 투자자 역시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대상 중의 하나라고 본다. 

그뿐일까? 증명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하여 온갖 기호와 수식을 이용해서 그럴듯한 이론으로 무장하고 젊은이들에게 허황된 꿈을 꾸게 만든 이른바 식자층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투기 광풍이 몰아칠 때 거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일확천금에 날뛰는 젊은이들에게 따끔한 소리하나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은근히 그 버블에 적극 동조한 인생의 선배들은 과연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 역시 한 협회의 회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후배들에게 제대로 길을 안내하지 못하고 잘못된 인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찾아주는 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하고 있다. 

그냥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역사적으로 수 없이 나타났던 버블 현상의 하나라고 치부하기에는 나 자신이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것 역시 숨길 수 없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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