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가 기록한 물건 이야기

저자 김기열 | 출판사 미메시스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누구나 추억을 간직한 물건이 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 각종 회사에서 나눠준 판촉물까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은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져도 다시 그때의 일을 되살리곤 한다.

신작 ‘하찮은 취향’은 어느 그래픽 디자이너가 자신이 모은 물건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아카이브 북이자 에세이 책이다.

저자는 보그걸, 지큐 등 잡지를 오랫동안 만들어온 아트디렉터로 다양한 물건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물건들의 이야기를 블로그, 직접 만든 홈페이지, 플리커, 구글 포토 등 다양한 웹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거나 그래픽 디자인으로 남기며 기록했다.

어딘가에서 우연히 마주치거나 소유한 작은 물건들, 단지 글루 스틱이라고만 쓰인 마트의 딱풀, 자판기에서 산 미니 요구르트 팩, 런던의 어느 뮤지엄 입장권, 후배가 유럽에서 사다 준 페퍼민트 껌 등 자잘한 종이 쪼가리부터 커다란 스케이트보드 덱까지 물건들은 장르와 국적 그리고 가격을 불문한다.

책은 스스로 ‘하찮은 취향’이라고 말하지만, 책에 담긴 물건들, 정확하게는 저자가 찍은 물건 사진들은 무척이나 멋져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그저 단순한 배경 위에 물건 하나만 올렸을 뿐인데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더 특별한 것은 이 작품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잡지를 만들었던 그의 노하우와 감성을 이용해 소박한 감정들을 담백하게 펼쳐 보인다.

함께한 물건은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되거나 단지 소유하는 물건을 넘어 시간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하찮지만 소중한 취향과 함께해 준 수많은 물건에 대해 단순히 어디에서 왜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가 아니라 이 물건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어떤 시간을 만들어 주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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