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를 사랑하는 이브’ 그들만의 또다른 세상만들기‘자신의 반쪽’ 이성과 동성사이… 동성결혼 논쟁 커밍아웃 주목 성(性)적 가치관의 변화… 또 다른 성으로 인식해야
홍석천의 커밍아웃, 하리수의 화려한 등장으로 우리 사회의 그늘에 가려있던 소수 집단이 갑작스러운 매스컴의 조명을 받았다. 처음에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으나 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런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남성 동성애자 커플 공개결혼식을 올린 이상철(36) 박종근(32)씨가 서울 은평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이 정말 변화하고 있을까. 또 그들의 삶이 과연 달라지고 있을까.

지난달 7일 낮 12시 30분경, 서울 종로구의 모 주점에서는 보기 드문 결혼식이 열렸다. 각자의 부모와 형제, 친척들이 참석하지 않아 하객이 많지 않았고, 교회나 결혼식장에서 올리는 성대한 예식도 아니었지만 주례자 앞에 선 두 사람은 그저 들뜨고 행복에 겨운 표정이었다. 이들 신혼부부가 여느 커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두 사람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 뿐. 대부분의 신혼부부가 그렇겠지만 이상철씨, 박종근씨 역시 어지간한 닭살 커플이다. 각각 하얀색, 회색 조끼에 검은 양복으로 예복을 갖춰입은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동시 입장했다. 이들은 식이 진행되는 내내 가끔씩 귓속말을 주고받거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다정함을 과시해 하객들의 부러움을 샀다.
“서로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냐” 는 질문을 던지자 이상철씨는 “상대방의 마음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나는 살면서 이 친구보다 착하고 예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새 물건이 생기면 나 쓰라고 줘요 “라며 동반자 칭찬에 여념이 없다.
박씨는 “원래 헌 게 더 좋아요"라고 잠시 쑥스러워 하더니 이내(이씨의) 얼굴이 잘생겼고 마음도 예뻐요 “라며 자랑을 했다. 이씨와 박씨는 서로를 각자 “애기 “ “자기 “라고 부른다고 한다.

동성간 공개결혼 첫 등장
두 사람은 2002년 가을 극장에서 만났다. 박종근씨가 너무 착해 보였다는 이씨가 먼저 “커피 한잔 마시자 “며 작업을 걸었고, 박씨도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이상철씨의 목소리가 무척 근사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달 뒤 동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최근 EBS와 동성애에 대한 기획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공개 결혼식을 생각하게 됐다. 한국 최초 공개결혼식에 모인 취재진은 약 20여명. 하객이 10여명이니 2배 정도 된다. 처음 결혼식을 준비할 때는 EBS에서만 촬영한다고 생각했지만 일이 커진 것이다. 이상철씨는 어수선하고 부담스러운 이 결혼식에 대해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인권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고 했다.
주례를 맡은 박철민 “딴생각 “(동성애자들이 만든 주식회사, www. happyeban.com) 대표 역시 “오늘의 결혼의식이 단순히 형식과 보여주기의 통과의례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떳떳한 동성애자로서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하며, 아직까지 방황하고 고민하는 동료 동성애자들에게 징표가 되는 의미 있는 의식 “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운동으로서의 결혼식을 강행한 이상철씨는 이미 구청에서 혼인신고가 안 되면 혼인에 대한 변호사의 공증을 받은 뒤 한국 남성동성애자인권단체인 “친구사이 “등과 함께 법적인 대응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씨와 박씨는 “가능하면 법적으로 부부임을 인정받고 아이도 입양하고 싶다 “는 바람을 밝혔다. 이성애자 부부들이 받고 있는 세제혜택이나 건강보험혜택 등 사회보장을 동등하게 누리겠다는 뜻이다. 이 신혼부부가 넘어야 할 고비는 혼인신고서 접수만이 아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도 만만치 않은 벽이다.

동성(同性)애=이성(異性)애( ‘)

남자와 남자의 섹스. 여자와 여자의 키스. 섹시할까, 아니면 혐오스러울까. 동성애가 널리 일반인에게 알려진 계기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주로 동성연애자들 사이에서 전염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부터다.
자연스레 동성애는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고 금기시됐다. 동성애는 이뤄질 수 없는, 아니 금 지된 사랑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능한 사랑” 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아직도 남아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제나 뜨거운 감자로 돌변한다.
미국도 현재 동성애가 온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재등장했다. 최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동성애자간의 결혼을 금지하기 위한 헌법 개정에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최근 3000여쌍의 동성 커플에 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미국 내에서 동성애자 결혼의 합법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내려져 더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전역에서 는 동성애와 관련된 정책과 공약이 중요한 선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진보와 보수간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동성애 논란이 다시 시작된 계기는 역시 영화. 제54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에 빛나는 김기덕 감독의 화제작 “사마리아” 가 청소년 성매매라는 영화적 소재 외에 동성애라는 새로운 논란거리를 몰고왔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두 여고생은 누드 상태로 목욕탕에서 진한 키스를 나눈다. 두 여고생의 우정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조금 버거운 면이 없지 않다. 당연스레 네티즌 사이에서는 동성애 찬반 논란뿐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동성애와 관련된 논란은 언제나 뜨겁지만 이율배반적인 입장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컴이 최근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동성애자가 공개적으로 방송연예활동을 하는 것” 에 대해 61%의 응답자가 “문제가 없다 “고 답했다. “문제가 있다” 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특히 20대는 73%가 “동성애자의 사회적 활동에 대해 문제없다 “는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동성애자의 사회활동은 더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반면에 동성간 결혼이나 주변사람이 동성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동성간 결혼을 법으로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68%)가 찬성(22%)에 비해 3배 이상이나 높았으며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서 만약 동성애자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란 질문에도 “하지 말라고 충고하겠다” 가 61%를 차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 “라는 말과는 반대로, “남이 하면 괜찮고 자신이나 주변 사람은 안 된다” 는 식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 김진세 연구원(고려제일신경정신과병원 전문의)은 “자신과 타인의 동성애를 구별해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반증하는 셈 “이라며 “하지만 성적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고 다양성이 수용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동성애를 정신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또 다른 성으로 인식해야 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서서히 바뀌는 시대다. 어쩌면 패션 미술 음악 등 문화계에서 외국 동성애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처럼 이미 동성애자들은 사회 주류로 편입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성애의 명(明)과 암(暗)
현재 우리 사회에는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며, 동성애 인권 옹호를 주장하는 행사가 당당하게 준비되는 반면 어두운 곳에서는 동성애 매매춘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9월 14~16일 서울 홍대 주변 및 피카소 거리에서는 한국 내의 성적소수자들이 모여 “퀴어문화축제 무지개2001” 을 개최한다.
지난해 8월 대학로에서 퀴어축제의 첫 발걸음을 뗀 후 두 번째 행사다. 비록 수십만명이 모이는 샌프란시스코 LA 뉴욕의 퍼레이드와 비교도 안되는60여명만의 조촐한 퍼레이드로 시작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실내 강당에서 토론회, 간담회 위주로 치러 축제답지 않은 딱딱한 분위기였던 1회에 비해 올해는 동성애를 주제로 회화 조각 사진만화 포스터 등영상매체 전시전, 퀴어영화 상영, 댄스파티와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 등 흥겨운 볼거리, 놀거리를 계획하고 있다. 홍석천 하리수등 “성적소수자” 연예인들도 초청한다.
한때 종로 일부에서 동성애 매춘이 성행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남산 공원 일대가 주요 영업장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자정이 넘어서 남산 국립극장에서 한남동 쪽으로 내려가는 도로에 가면 어둠 속에 여장 남자들이 눈에 띈다. 동성애자를 찾아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중소기업 사장에서부터 회사원, 대학생 등 심지어 호기심에 오는 고등학생도 있다. 거래는 즉석에서 15만~20만원 선에서 합의를 보고 인근 여관으로 장소를 옮긴다고 한다.
이태원의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동성애자 장모씨(25)는 “하리수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이 여전하다. 안정된 직장도 없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장씨는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매춘을 하는 사람의 전체적인 숫자는 알 수가 없지만 자신의 주위에 아는 사람이 10여명 정도 있다” 고 설명했다.

트랜스젠더 공개결혼 이뤄질까

그렇다면 트랜스젠더의 경우, 공개결혼은 아직 이상에 불과한가. “.현재까지 트랜스젠더와 보통사람의 공개결혼을 원하는 트랜스젠더-보통사람 커플이 단 한 커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트랜스젠더들마저” 이미 세상에 알리지 않고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마당에 굳이 공개결혼까지 하며 이목을 끌 이들이 있겠느냐” 고 회의를 품는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공개 결혼 문제 “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여론은 굉장히 앞서나가고 있다. 최근 인터넷 채팅사이트 하늘사랑(www.skyl ove.com)이 회원 3,0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0%(1,813명)가 “트랜스젠더도 엄연한 사회 구성원이므로 결혼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는 의견을 밝혔다. 연령별로도 10대 64%(586명), 20대 57%(1,011명)에서부터 중장년층인 30대54%(178명) 40대 이상62%(38명)에 이르기까지 고른 지지를 받았다.
반면 “결혼은 커녕 동거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 는 입장은 전체 응답자의20%, “트랜스젠더임을 숨기고 결혼하는 것이 좋다” 는7%에 그쳤다. 또 “호적상 성별 정정” 에 대해서도 58%(2,430명)가 “성전환을 했다면 호적도 바꿔 주어야 한다” 며 트랜스젠더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女중고생 레즈비언 확산

이런 가운데 여 중 “고생들 사이에서 동성애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여 중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동성에게 한두 번 정도 끌린다는 것은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충북 청주의 한 여고에서 지난해 11월 여학생 189명을 대상으로 성의식을 조사한 결과 54.4%가 “동성애는 있을 수 있다” 고 답해 청소년기 여성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금기가 아님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 중·고 여학생들의 동성애 문화는 조사보다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상당히 대담한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 중·고생들이 드러내 놓고 학교에서 키스를 하는 등 레즈비언 같은 행동을 하고 온라인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상대를 찾거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서울의 모 여고에서는 최근 교내에서 학생들끼리 손을 잡고 다니거나 화장실에 같이 가는 것을 금지했다. 원인은 두 여학생이 화장실에서 서로 적나라하게 키스를 하는 장면을 학생주임교사에서 들켰기 때문으로 교내에서는 레즈비언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금지시킨 것이다. 이 밖에도 교내에서 친구들에게 “나는 레즈비언” 이라고 커밍아웃하는 대담한 여학생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온라인상 커뮤니티들에서 현재 “이반 “이나 “레즈 “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동성애 커뮤니티가 100개가 넘을 정도로 활발하며 대부분 중·고 여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레즈비언을 자처하는 여 중·고생들이 게시판에 써놓은 내용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 여고생은 “한 여자와 사귀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 여자다. 남자 친구도 있지만 그 애가 사준 선물을 내 사랑인 여자 친구에게 바로 준다” 며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를 사랑해 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한 여학생은 “여자 친구와 동성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성과 “원조교제” 를 한 경험이 있다 “고 밝히기도 했다.
동성애 상대에 대한 고민들도 상당하다. 한 여중생은 “이제 중3이 된다. 그 애를 볼 수 있는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학교에서 선후배 사이인데 언제부터인가 그애가 좋아졌다. 그애가 너무 예뻐서 그애 사진만 쳐다보고 있다” 는 등 동성에 대한 사랑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사이트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자료 등을 올려놓는 등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동성애 성향을 심각하게 보지 않고 남들과 달리 튀어 보이고자 하는 심리로 풀이한다. 의학전문 메드TV21(www.medtv21.net)의 신경정신과 주치의 오동재 박사(오동재 신경정신과 원장)는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당당하게 활동하는 등 신문 방송의 영향으로 여중” 고생들이 더욱 대담해진 것이 사실이다.
여 중 “고생들이 레즈비언 흉내를 내는 것은 남들보다 특이해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미국 통계를 보면 인구의 20% 정도가 동성애적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로 동성애자로 발전하는 경우는 남자는 2% 여자는 1%에 불과하다” 며 “대부분은 일시적인 호기심일 가능성이 높다 “고 밝혔다.

동성애자 타켓 “핑크산업 “투자 확대
이런 게이 레즈비언 등 동성애자를 위한 핑크 산업(Pink Industry)도 국내에 상륙했다.
㈜제이슨 헬프는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동성애자전용 커뮤니티 사이트(www.WaveLittle Finger.com)를 열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동성애 데이팅, 여행을 주선하고 있다.
세계 각 나라의 10%를 차지한다는 동성애자들의 틈새시장을 노린 산업이 국내에서도 최초로 자본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핑크산업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단어. 동성애자를 소비자로 하는 모든 종류의 경제 활동을 지칭한다. 서구에서는 핑크산업 발전을 위한 핑크페어(Pink Fair)와 같은 행사도 자주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홍석천이 국내 동성애자로서 처음으로 참가한 “호주의시드니 게이 레즈비언 마디그라 “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동성애자 축제이다. 이 축제로 벌어들이는 관광 수익만도 1,000억원에 이르며 축제 기간에는 동성애 관련 영화제연극 전시회 토론회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국내에서도 “퀴어문화축제 무지개2000” 이라는 동성애 축제가 대학로에서 처음 열렸고 올해도 홍대 앞에서 제2회 퀴어축제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핑크 산업은 특히 광고에 많이 응용되며 국내에서도 이미 몇 차례 선보였다. 한 화장품업체에서 가수 김원준과 탤런트 이병헌을 모델로 기용, 성공을 거둔 일례가 있다.
외국에서 동성애를 주제로 한 광고는 이미 대중적이다. “크리스찬 디오르” “루이뷔통” “구찌” 등 향수 화장품 패션 스포츠 용품 등의 광고에서는 노골적인 동성애를 주제로 한 광고가 많은 형편이다.
㈜제이슨 헬프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미국 호주 영국 등의 동성애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성하고 국내 핑크산업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동성애자” 라는 말이 변호사 회계사 프로그래머 등 “뛰어난 전문직 종사자” 라는 말과 거의 같은 뜻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고소득에 소비수준이 엄청나게 높은 계층으로 알려진다.
가발 의상 등에는 “트랜스베스타이트” (Transvestite :이성의 옷을 입는 사람) 스타일이 있고 특히 유행에 민감하다. 페라리BMW 등 최고급 승용차의 신모델은 대부분 이들이 사들일 정도여서 전용 상품과 바 여행사 등 서비스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제이슨 헬프의 정재천 사장은 “호주에서 공부할 당시 선진국의 동성애문화는 상당히 발전되어 있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도 그리 비판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나 가려져 있고 음지에 있다” 며 “국내 핑크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 동성애 문화를 바로 잡고 싶다” 고 밝혔다.

게이도 이제는 사회 주류계층

현재 패션 미술 음악 등 문화계에서 게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우선 유명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게이다. 샤넬의 카를 라거펠트,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 에르메스의 장 폴 고티에, 구치의 톰 포드…. 또 스타일리스트, 모델, 패션전문 사진작가 등 이른바 “패션 피플” 가운데 게이의 비율이 90% 이상이라는 추산도 있다.
음악계에서도 마찬가지.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한 바이올리니스트는 “음악가로서 대성하려면 세 부류 중 하나여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라고 전했다. 즉 유대인, 여자, 게이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다.
뉴욕과 파리의 화랑가에서도 “게이 없이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화가는 물론, 화랑 운영자와 그림 수집가들 중 상당수가 동성애자라는 것. 정 “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커밍아웃”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이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미국 드림웍스의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게펜, 포드의 앨런 일모어 부사장, 프랑스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 독일의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 등이 대표적.
지난해 4월 미국 마이애미비치 컨벤션센터에서는 “게이 라이프 엑스포” 가 열렸다. 세계적 금융그룹 JP모건체이스와 주류 업체인 바카디 등이 협찬했고 자동차, 소비재, 금융 관련 기업 등 90개 회사가 참가했다. 그만큼 동성애자들의 구매력을 평가했다는 뜻이다.
광고 전문 대행사 “오퍼스컴 그룹 “의 제프리 가버 회장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로 고심하는 기업들에게 GLBT(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룹은 주목할 만하다 “고 말했다.
미국 마케팅 조사기관 “위텍콤스커뮤니케이션” 과 조지아대가 2001년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게이 집단은 1인당 연간 3만2300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계 미국인(2만8700달러)이나 아프리카계(1만9100달러) 스페인계(1만5900달러)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자녀가 없는 대신 애완동물이나 식료품, 여행, 외식 등 자신을 위한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
게이 커뮤니티의 단단한 결속력과 고급 브랜드에 대한 높은 로열티도 소비 집단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한다.
뉴욕에 진출한 패션 업체 “오브제” 의 부부 디자이너 강진영, 윤한희씨는 “뉴욕 패션계에 들어갈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냐” 는 질문에 “게이 사회에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없다는 점” 을 꼽기도 했다.

게이가 소비를 좌우하는 시대…
게이 마케팅 본격화

국내 고급 소비재 업계도 서서히 게이 집단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 외국계 샴페인 업체의 사장과 마케팅팀 직원들은 서울 이태원 일대의 게이바에 시장 조사를 나갔다. 동행한 기자에게 이 업체의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게이들에게 입소문이 나면 인기가 더 빨리 확산된다” 고 귀띔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한채연 부대표는 “화장품 회사에서 남성용 피부 커버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자문을 구하러 찾아온 사례도 있다” 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케이블채널 “브라보” 에서 방영 중인 “퀴어 아이 포 더 스트레이트 가이(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는 미국 사회의 “게이 신드롬” 을 반영한 드라마다.
제목을 의역하면 “게이의 안목으로 이성애자 남성을 변신시킨다” 는 뜻. 패션 미용 인테리어 등 고급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일하는 게이 5명이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성애자 남성들을 멋지게 변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게이들은 세련된 이미지로, 이성애자는 센스 없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 방송에서 게이들이 제안한 “러키 진 “청바지는 매출이 17% 늘었고 “도메인” 소파는 4배 가까이 더 팔렸다고 최근 포천지는 전했다.
이 밖에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동성애자 여행객 전담팀이 재작년 1억9200만달러를 벌었다. IBM에는 사장이 게이인 업체를 전담하는 마케팅 담당 이사가 2명이나 있다.
현대자동차는 1999년 스웨덴에서 아내와 남자친구를 동시에 둔 한 중년 남성을 묘사한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본격적인 “게이 마케팅” 이 아직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동성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더 큰 소비집단” 을 잃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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