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수필로 담아낸 ‘나이 듦’
선원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네, 바다에서
사냥꾼이 집에 돌아왔네, 산에서

저자 이창국 | 출판사 아모르문디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한국의 서정 수필을 대표하는 작가 고 피천득은 수필을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는 주지 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하는 마음의 산책’이라 했다.

수필의 자리는 이제 에세이라는 멋진 말이 대신하고 있는 요즘,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정통 수필로 삶을 담아낸 신작 ‘해바라기와 구두’를 소개한다.

저자는 작고한 금아 피천득 선생의 제자로 유일하게 추천을 받았고, 지난 30여 년간 정통 수필 문학의 맥을 충실하게 이어오면서 네 권의 수필집을 펴낸 바 있다.

신작 ‘해바라기와 구두’는 전작에서 가려 뽑은 40편과 새로 쓴 10편을 더해 총 50편의 수필이 담았다.

책은 담백하고 진솔한 문체 속에 삶의 이야기들을 녹여낸다.

젊은 교수로서 세상을 보고 판단하던 시점에서 퇴직한 노교수의 관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 독자들로 하여금 책장을 넘기며 저자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저자는 ‘나이 듦’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문체로 담담히 그려냈다.

저자의 인생에 대한 통찰은 세월의 무게가 더해졌음에도 시종일관 유쾌하다. 깊은 사색에서 끌어올린 위트야말로 이 책의 진정한 묘미이다.

신작 '해바라기와 구두'는 정통 수필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읽음의 기쁨을 다시 한번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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