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성을 말하고 페미니즘을 실천한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이자 규범에 대한 도발
전위적 반역이었다!

저자 리인허 | 옮김 김순진 | 출판사 아르테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친한 사이라도 종교와 정치 얘기는 꺼내지 말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이는 언제나 뜨거운 이슈이면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정치, 종교 이외에 떠오르고 있는 예민한 대화 주제는 페미니즘이다.

성 평등이란 의제에 대해 ‘이미 충분하다.’와 ‘아직 멀었다.’는 주장이 충돌을 빚으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도 페미니즘은 불편한 대화 주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공산국가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일은 어떨까?

중국에서 성을 말하고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이야기를 담은 신작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검열의 나라에서 페미니즘 하기'를 소개한다.

몇몇 사람은 중국이 정치적으로 공산국가이긴 하지만 성 평등 지표가 한국보다 앞선 '여성 우위 사회'기 때문에 중국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것이 한국보다 수월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64%, 여성 의석의 비율은 17%에 그치는 것이 비해 중국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70%, 여성 의석 비율은 2019년 기준 23%이다.

그럼에도 한국에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중국에서 30년 넘게 성해방을 부르짖어 온 1세대 페미니스트가 바라본 중국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가 강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 1세대 페미니스트이자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exual) 운동가이다.

저자가 태어난 1950년대, 공산당이 수립한 현대 국가 중국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처음으로 제도화했으며, ‘성 평등’이 공식적인 국책이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개혁개방이 진행되며 중국 사회는 여성의 본분은 ‘가정’을 돌보는 데 있음을 다시 교육하며 지워버렸던 ‘여성성’을 재소환한다. 이 시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 공업 도시의 노동자 60%는 여성이었고, 농촌에서는 여성의 생산량이 남성을 뛰어넘었으나 개혁개방 이후 여성의 평균 수입은 남성의 80%에서 70% 수준으로 하락했다.
 
책은 전통적인 ‘남존여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사회를 지배한 ‘성 엄숙주의’, 개혁개방 이후 자유주의적 성 관념이 유입되기까지 전복의 전복을 거듭한 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적 토양에서 여성과 성소수자의 삶을 고찰한다.

퀴어 페미니스트 성과학자인 저자는 언제나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성 연구자라는 직업과 저자의 파격적인 성 이론뿐 아니라, 남편과 사별한 뒤 FtM트렌스젠더(Female To Male)와 동거하며 그 사이에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저자의 사생활까지, 전통적인 중국의 성 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행보로 중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을 체포했고 중국에서는 여성들의 전족이 사회적 통념이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비키니를 입은 모델들은 패션쇼에 서고, 고통을 참아가며 전족을 하는 여성은 없다. 과거 금과옥조로 여기던 일들이 지금에 와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된 것이다.

책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역시 지금 당장은 위험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미래에는 너무도 당연해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류는 편견을 깨면서 한 걸음씩 발전했고 그것이 우리가 선입견을 버리고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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