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원고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33년 전 캐나다에서 잃어버린 미완의 소설 원고,
프랑스의 한적한 호텔 객실에서 발견돼 주인에게 돌아오다!

저자 카티 보니당 | 옮김 안은주 | 출판사 한스미디어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서간체 소설은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소설로, 인물의 심리와 감정의 변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 현장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신간 ‘128호실의 원고’는 이런 서간체 소설의 매력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서간체 소설이라는 고전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으로 쉽게 읽히고 줄거리를 파악하기도 쉽다.

휴가를 즐기러 간 브르타뉴 해변의 호텔 128호실에서 소설 원고를 발견한 안느 리즈. 그녀는 원고 안에 쓰여 있는 주소로 원고와 발견 정황을 담은 편지를 발송한다.

원고와 편지를 받은 회사원 실베스트르는 그 원고가 자신이 33년 전 캐나다에서 잃어버린 것이며, 뒷부분의 내용은 자기가 쓴 게 아니라는 답장을 보낸다.

독특한 사연에 호기심이 생긴 안느 리즈는 실베스트르에게 자신의 말로 원고를 마무리하라고 조언하고, 원고가 어쩌다 캐나다에서 한적한 프랑스의 해변 호텔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아내고자 한다.

안느 리즈는 128호실의 이전 숙박객에서부터 조사를 시작해 원고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과 편지로, 또 직접 만나 원고를 얻게 된 사연을 들으며 원고가 온 길을 되짚어간다. 그러면서 잠시라도 원고를 소유했던 모든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은 등장인물들이 편지를 교환하며 소설 원고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독특한 설정이다. 오고 가는 편지를 통해 문학을 사랑하는 커리어 우먼, 원고를 잃어버린 후 작가의 꿈을 접었던 회사원, 전직 교수 출신 포커 선수, 변호사 출신의 그림책 작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조금씩 드러난다.

'128호실의 원고'는 프랑스 소설 특유의 위트가 넘치는 문장과 세련된 문체, 삶에서 길어 올린 지혜로운 통찰로 읽는 내내 미소를 띠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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