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지탱해온 ‘위대한 절반’의 사라진 흔적을 찾아서

저자 로잘린드 마일스 | 옮김 신성림 | 출판사 파피에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역사 속의 철학자, 정치인, 과학자, 음악가, 탐험가, 성직자, 화가, 시인 등을 떠올려보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성을 떠 올렸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세계사 책에 등장하는 남성은 몇 백 명은 될 테지만 책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 생물학적으로 남녀의 성비는 비슷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차이가 나는 건 왜일까?

신작 '세계 여성의 역사'의 저자는 우리가 배웠던 역사는 ‘인류’의 역사가 아니라 ‘남성’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과거, 결코 평가받지 못하는 노동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역사에 이름은 없지만 세계 곳곳의 여성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불을 밝히고, 음식을 준비했다. 아기를 돌봤고 환자를 치료하고, 죽은 자를 땅에 묻었다. 그들은 농작물을 돌보고 집에서 요강을 비우고 청소, 빨래, 바느질을 했으며 밖에서는 거리를 쓸고 가축과 시장에 나가 물건을 사고 팔았다.

저자는 이런 이름 없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이바지한 덕분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성들은 권리를 위한 싸움을 결코 포기한 적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혁명에 앞장선 이들은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와 시장통의 아낙네, 매춘부, 부르주아 등 다양한 계급의 ‘여성’들이었고 ‘빵을 달라’며 베르사유 궁전으로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 맨 앞줄에도 역시 그들이 있었다. 미국 독립전쟁에는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대포를 직접 쏜 여성들이 있었다.

시민권,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여성들의 끈질긴 투쟁은 결국 열매를 맺었고, 마침내 투표권을 손에 쥔 여성들은 여전히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책 ‘세계 여성의 역사’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았던 ‘여성’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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