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눈’이라고 불리는 푸른 구슬, 보호와 수호의 상징으로 여겨…

- 터키를 여행하면 꼭 사와야 하는 행운의 기념품으로 주목받아

나사르 본주

 

[시사매거진=김성민 기자]터키문화관광부(Turkish Ministry of Culture and Tourism)가 ‘악마의 눈’으로 더 많이 알려진 터키의 부적, 나사르 본주(Nazar Boncuğu)를 소개한다. 나사르 본주는 아나톨리아(Anatolia) 지방의 전통 장식품으로 터키 사람들이 부적처럼 생각하는 푸른 구슬이다. 나사르는 ‘눈’ 또는 ‘보다’라는 뜻의 아랍어 단어에서 유래했고, 본주는 터키어로 구슬이라는 뜻이다. 악마의 눈이라는 별명 때문에 불운을 상징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터키인들은 악마의 눈이 자잘한 불운들을 막아주는 부적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터키인들은 나사르 본주가 악마의 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나쁜 기운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나사르 본주를 살펴보면 바깥은 파란색 유리로 만들어지고, 안쪽은 흰색과 검은색 등의 크기가 다른 동심원으로 채워져 꼭 커다란 눈처럼 보인다. 터키에서는 푸른 구슬이라는 의미에서 마비 본주(mavi Boncuğu)라고도 부른다. 기원전 3,0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는 오시리스(Osiris) 신의 눈이 보호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나사르 본주와 같이 수호를 상징하는 눈 모양 기호의 기원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악마의 눈은 질투나 시기 등이 담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미하는데, 이 시선은 곧 대상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일종의 주문이 된다. 터키에서는 이 불행을 쫓아내기 위해 악마의 눈을 형상화한 구슬, 나사르 본주를 착용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속담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악한 기운을 더욱 강력한 악의 모습으로 물리치거나 흡수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사르 본주는 악의 상징이 아니라 수호의 상징이며, 행운과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이 깃든 물건이다. 만약 구슬이 깨졌다면, 어떤 사악한 힘으로부터 구슬이 누군가를 지켜냈다는 의미이다.

호텔이나 가정에서는 나사르 본주로 만든 소품을 현관이나 창가에 둔다. 작은 크기의 나사르 본주는 몸에 지니고 다니기 쉽도록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의 다양한 장신구로도 활용하며 터키인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착용하는 편이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 축하의 의미로 나사르 본주로 만든 소품을 많이 선물하는데, 갓 태어난 아기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칭찬을 받아 악의 타깃이 되기 쉽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모든 활동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이나 가정에 악이 스며들지 않기를 바라는 터키인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나사르 본주는 터키 여행에서 고를 수 있는 최고의 여행 기념품으로도 유명하다. 터키 현지 어디에서나 쉽게 나사르 본주를 볼 수 있으며, 특히, 이즈미르(Izmir)의 괴레세(Görece)마을은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으로 나사르 본주를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19세기 후반 오스만 제국의 붕괴와 함께 이즈미르와 그 주변에 자리 잡은 아랍 출신의 유리 공예가들의 전통 기술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나사르 본주 장인이 탄생했다. 나사르 본주는 800-1000도에 이르는 뜨거운 용광로에 유리를 녹여 장인들이 직접 성형하여 만든다. 그래서 기계로 찍어낸 매끈하고 천편일률적인 크기의 구슬과 달리, 수작업으로 만든 나사르 본주의 표면에는 미세한 곡률이 있고 크기도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나사르 본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본주쾨이(Boncukköy)에 가면 거대한 크기의 나사르 본주부터 나사르 본주를 응용해 만든 다양한 동물 모형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색감의 유리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다.

나사르 본주로 만든 팔찌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