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5명 중 4명, 생후 18개월 전에 첫 영상물 경험
만3~9세 유아동 전년보다 2.2p 증가…가장 높은 증가 폭 기록
영상 노출이 많을수록 과의존 위험군에 속할 확률도 높아

[시사매거진263호=신혜영 기자]  영유아의 디지털 미디어 노출 시기가 빨라지고, 노출 시간도 증가하면서 과의존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유자 10명 중 2명이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과의존 상태는 중독과 같은 수준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에 대한 국가적인 문제의식과 해결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_뉴시스)

 

스마트폰 보유자 가운데 과의존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가구방문 대인면접조사를 통해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3세 이상 69세 이하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용자 285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면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고위험군+잠재적위험군) 비율은 20.0%로 전년 대비 0.9%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는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8.4%였는데, 2018년에는 19.1%7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조사 대상자 78.7% 스마트폰 이용 심각하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현저성(어떤 자극이 다른 것에 비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 증가하고 이용 조절 능력이 감소해 문제적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로 일반적으로 중독에 가까운 수준을 말한다.

대상자의 상태를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로 점수화해 연령대별 기준 점수에 따라 고위험군, 잠재적위험군, 일반사용자군으로 분류하는데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현저성 조절실패 문제적결과 등 3가지 특성을 모두 보이는 경우 고위험군, 이중 2개 이내 특성을 보이면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현저성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생활패턴이 다른 행태보다 두드러지고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78.7%심각하다고 응답한 만큼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3년간 상승 추세가 이어졌으며, 과의존 위험군(83.9%)이 일반사용자군(77.5%)보다 우리 사회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연령부터 영상 노출이 많을수록 과의존 위험군에 속할 확률도 높다. 실제로 3~9세 유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전년보다 2.2p 증가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유아동은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예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_뉴시스)

 

3~9세 유아동 전년보다 2.2p 증가가장 높은 증가 폭 기록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만3~9세 유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3~9세 유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전년보다 2.2p 증가해 전연령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유아와 아동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1719.1%에서 이듬해 20.7%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0.9%로 다시 2.2%p높아졌다. 조사 대상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청소년의 경우 201730.3%에서 201829.3%로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지난해 30.2%로 다시 증가했다. 앞서 여성가족부가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2017202436, 2018196337, 2019206102명이 과의존 위험군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고등학생과 달리 초등학교 4학년은 같은 기간 5335, 55467, 201956344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연령이 낮을수록 과의존 위험군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60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도 2017~2019년 사이 12.9%에서 14.9%2%p 증가했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영유아 디지틸 미디어 노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지난 2016년 10월 영유아기의 스마트기기 이용과 관련 연령별 이용시간, 연령별 이용가능 콘텐츠 등에 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사진_뉴시스)

 

유아동 예방시급국가차원의 정책 필요

지난 2018년 아가방앤컴퍼니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 5명 중 4명은 처음 스마트폰 등의 영상물을 보는 시점이 생후 18개월로 나타났다. 영상기기를 통해 아이에게 영상물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90.2%(425)있다고 했으며 그중 77.9%(331)가 처음 영상물을 보여준 시기는 생후 18개월 이전이라고 답했다. 평균 1시간30분 이상을 육아 영상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경 아가방앤컴퍼니 이사는 육아에 있어 영상 시청은 뗄 수 없는 필수 조건이 됐다영상 시청과 더불어 스마트폰 같은 영상기기에 의존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짐에 따라 아이의 성장과 건강을 생각한 올바른 시청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낮은 연령부터 영상 노출이 많을수록 과의존 위험군에 속할 확률도 높다. 실제로 3~9세 유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전년보다 2.2p 증가한 것도 이를 반증한다. 유아동은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예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유아동과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은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이거나 맞벌이 가정인 경우 상대적으로 취약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가 미성년자에게 스마트폰을 사 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기업에서도 유해성 어플리케이션을 차단하는 기능이 담긴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라며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건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범이나 기본 에티켓 등에 대한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 부모나 소비자 단체에서 이에 대한 의식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김교륭 연세아이웰소아청소년과의원 전문의는 의학적으로 영유아 시기의 스마트폰 사용은 아이들의 발달과 애착 형성에 문제를 야기하고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부모의 교육과 관심이 필요하며 여러 대안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디지털 미디어가 주는 강한 자극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집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더 큰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브레인(Popcorn Brain: 첨단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 또는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만든다라고 지적하며 영유아의 디지털 미디어 조기노출은 이미 사회적인 현상이고 사회적 문제가 됐다. 아이들의 디지털미디어 과의존 예방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선진국에서도 영유아 디지틸 미디어 노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지난 201610월 영유아기의 스마트기기 이용과 관련 연령별 이용시간, 연령별 이용가능 콘텐츠 등에 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프랑스 의회에서는 지난 1120일 만 2세 이하 영아의 스크린 조기 노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김은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해외 가이드라인에는 사용 연령, 연령별 이용가능 콘텐츠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고, 영유아와 접촉할 수 있는 소아과 의사, 가족, 교육 기관 등에 따라 세부지침을 제공하고 있다유아 시기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작과 발달 중재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건전하고 안전한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예방 교육이나 상담 시스템, 사후 치료 등 진단에 걸맞은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지금은 실제 문제와 정책이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지난 20181217영유아의 미디어 매체 노출 실태 및 보호 대책발표에서 부모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많을수록 자녀의 이용시간도 많았고, 노출 시기도 빨랐다영유아 미디어 매체 이용의 법적 규제 조항을 구체화하고, 스마트기기 사용 규제를 위한 기반 조성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보호정책관은 법적 제재보다는 영아의 디지털 이용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인 부모 및 보호자 인식제고 방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연구와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소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쉼센터’를 통한 예방교육과 전문상담, 민·관 협력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6월 3일 국립 청소년 인터넷 드림마을에 입소한 청소년들이 집단상담에서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_뉴시스)

 

아동 대상 체험형 예방교육 확대

과기정통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소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쉼센터를 통한 예방교육과 전문상담, ·관 협력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유아동은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조기에 형성하도록 유아동 대상 체험형 예방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디지털 역기능 예방·해소서비스를 통합 안내할 수 있는 누리집을 올해 안으로 구축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박윤규 정보통신정책관은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빈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우리 스스로 디지털 기기에 과하게 의존하지 않는지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개개인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유익하게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방점을 두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예방교육, 과의존 예방 콘텐츠 개발, ·관 협력 인식 제고 활동 등 다각도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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