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짓말 논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제263호=박희윤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내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을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국민’이라고 강조해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전국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바이러스 대응 최전선에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확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우리 국민이라고 강조한 것도 모자라 박 장관은 대한감염학회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학계의 입국금지 권고를 둘러싸고 거짓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불거진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보수진영 내에서는 장관에 대한 사퇴요구까지 내놓고 있다. 당장 컨트롤타워를 없앨 순 없는 만큼 사퇴로까지 이어지진 않겠지만 박 장관을 향한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감엽협회의 첫 대정부 권고안

대한감염학회는 지난달 2일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와 공동으로 “주변국가의 감염병 유행이 적절히 통제될 때까지 위험 지역에서 오는 모든 입국자들의 입국제한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중국지역에서 발생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례 중 우한(武漢)을 비롯한 후베이성 지역이 40%이기 때문에 후베이성만 제한하는 것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 감염학회 등의 주장이었다.
정부가 후베이성발 외국인에 대해서만 입국을 제한한다는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이와 비슷한 제안은 지난달 15·22일에도 있었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일찌감치 중국발 외국인의 입국제한을 건의했다. 설날 연휴기간인 1월 26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들어 1일과 3·5·10·12·18일 등 모두 7차례나 됐다. “후베이성발 입국자만 제한하는 것은 하나마나다”며 지난달 10일에는 “중국전역에 대해 제한하지 않으면 미국과 유럽이 한국에 대해 입국을 금지시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달 세계 40여 국가가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함으로써 현실이 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법안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 장관은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한의사협회가 7차례나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건의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자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감염학회는 중국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해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다.(사진_뉴시스)

박능후 장관의 거짓말 논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학계의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금지 권고’와 관련해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박 장관은 이날 법사위 미래통합당 주광덕 의원의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중국 전역에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질본이 중국 전역 입국 금지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한의사협회가 7차례나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건의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자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해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박 장관은 이날 부적절한 답변을 계속 이어갔다. 정갑윤 통합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 의원이 “북한, 러시아 이런 나라는 일찍이 국경을 폐쇄했다”며 “천장이 뚫려 비가 새는데 바닥을 아무리 닦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장관은 무엇을 했느냐”고 박 장관을 몰아세우자 “소신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고 답을 했다.

이어 정 의원이 “또 신천지 교회냐, 대구 시민이냐”라며 “숙주는 박쥐도 아니고 문재인 정권과 그 밑에 있는 여러분들이다. 복지부 장관이 복지부의 입장을 주장하고 관철했으면 이런 사태가 왔겠는가”라고 따졌다. 

그러자 박 장관은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었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그렇다면 한국인을 격리수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박 장관은 “하루 2천명씩 들어오는 한국인을 어떻게 다 격리 수용하느냐”고 되물으며 “이 바이러스의 특성 자체가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는 사람이 들어 오기 때문이다.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법사위에서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중국에 갔다 온 한국인들이 그 병원균을 가져올 수도 있고 중국에서 직접 올 수도 있는데, 31번 확진자 전까지 보면 그 비율은 내국인이 더 많아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통합당·국민의당, 박 장관 사퇴하라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장관은 또 거짓말도 했다. ‘대한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감염학회 등은 이미 지난 2일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장관이 명백히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무능하고 거짓말까지 한 박능후 장관,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조경태 통합당 최고위원도 “자국민을 지키고 보호할 대통령과 장관, 시장을 두고 ‘중국 대통령이다’, ‘어느 나라 장관, 어느 나라 시장이냐’하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분께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망언 아닌 망언을 했는데, 즉각 경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박 장관은 복지 전문가이지 보건이나 의학 전문가가 아니라 어떠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며 “교체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들었다.

민생당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중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고, 우리나라의 지역 감염 확산은 정부의 실패 때문”이라며 “여기 국민의 잘못이 들어갈 여지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역시 당 상무위원회에서 “최근 정부 여당의 안이한 사태 인식과 잇따른 말실수로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안타깝다”며 “앞으로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질책했다.

27일 오전 대구 남구보건소를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조재구 남구청장으로부터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박 장관은 논란에 대해 “처음 질문이 중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것이었는데, 중국인이 감염됐을 수도 있지만 우리 국민도 감염됐을 수 있기에 모두를 막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코로나19 사태 초기 31번 확진환자의 사례를 들며“ 중국인 여행자가 국내에서 감염시킨 사례보다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국민이 감염시킨 사례가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사진_뉴시스)

박능후 장관의 해명

박 장관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대응 상황 점검차 대구시 남부보건소를 찾았다가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26일 국회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우리 국민이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처음 질문이 중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자는 것이었는데, 중국인이 감염됐을 수도 있지만 우리 국민도 감염됐을 수 있기에 모두를 막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코로나19 사태 초기 31번 확진환자의 사례를 들며 “중국인 여행자가 국내에서 감염시킨 사례보다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국민이 감염시킨 사례가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을 입국금지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도 중국인 입국을 전면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운데 최선의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결과”라면서 5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당국의 특별입국절차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특별입국절차 결과 중국인 입국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 최근에 입국하는 중국인의 수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 중국내 확진자 수 증가 폭이 줄어드는 중,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도 정부가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사진_뉴시스)

청와대가 밝힌 중국인 입국금지 안하는 5가지 이유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도 중국인 입국을 전면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가운데 최선의 대응 방안을 검토한 결과”라면서 5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밝힌 5가지 이유를 보면 먼저 당국의 특별입국 절차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는 특별입국절차 결과 중국인 입국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 최근에 입국하는 중국인의 수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 중국 내 확진자 수 증가 폭이 줄어드는 중,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도 정부가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 것이 ‘중국 눈치 보기’라는 일각의 주장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을 경유한 외국인 입국자들에 대해서는 검역과 소독·발열 체크 등을 강화한 ‘특별입국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침은 이렇게 후베이성 등을 중심으로 설정돼 있지만 미국 등에서는 중국 내 지역과 무관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감염자는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1595명을 기록하면서 중국 다음으로 많은 감염국가가 됐다. 40개국 이상이 한국인의 입국을 차단하거나 격리조치하고 있다.
거기에 발원지인 중국마저 한국인 승객에 대해선 입국즉시 격리조치 하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한국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푯말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됐지만 국가 방역체계의 부족함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위기는 신뢰를 바탕으로 극복된다. 정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혼란과 갈등, 실망이 아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한다.
‘문 대통령 탄핵’ 청원이 빗발치고 있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국민의 뜻을 헤아려 빈틈없는 조치로 사태 종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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