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화된 명성 뒤에 가려진 지식인의 맨 얼굴
지식인의 위선을 날카롭게 해부한 역작

저자 폴 존슨 | 옮김 윤철희 | 출판사 을유문화사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영국 현대사의 최전선에 위치한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의 대가인 폴 존슨의 대표작 ‘지식인의 두 얼굴’이 출간 30주년을 맞이하여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지식인의 두 얼굴'은 역사, 인문, 예술, 문화를 넘나들며 50여 권의 방대한 저작을 저술해 온 폴 존슨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과 백과사전적 지식, 현란한 문체로 지식인의 2백 년 역사를 종횡무진하며 파헤친 역작이다. 책은 지식인의 탄생과 기원을 시작으로 근대적 지식인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사상과 위배되는 도덕적 모순을 보여 왔는지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탐사한다.

사례로 등장하는 루소, 셸리, 마르크스, 입센, 톨스토이, 헤밍웨이, 러셀, 브레히트, 사르트르, 촘스키 등은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거대한 관념 체계를 형성하고 교조와 명령, 권유로 일반인들을 한쪽으로 몰아가며 세상을 움직이고자 한 사람들이다.

교육 철학가 루소는 다섯 명의 자식을 고아원에 내다 버렸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계급 해방을 설파하면서도 가정부를 45년간 착취했다. 농노 해방과 종교적 구원을 화두로 삼았던 톨스토이는 사창가에 드나들면서 여성과의 교제를 사회악으로 여겼으며, 영웅적 행동주의자 헤밍웨이는 어머니를 혐오하고 아내들을 착취했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자유와 실존을 설파하며 여성의 성적 자유를 옹호했지만, 실제로는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았고 기호논리학으로 철학의 문제를 집대성했던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주를 퍼붓던 망상증 환자였다.

지식인의 위대한 성취와 함께 실제 삶에서의 이중적인 측면을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이들의 윤리성과 도덕성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그들의 사상이 인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일각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한다.

또 저자는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로 천년 왕국을 건설하려 했던 지식인의 삶이 필연적으로 이성의 몰락으로 이어졌던 패턴을 분석하며 인간 개개인이 관념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들이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관념만으로 잘못된 세상 개조의 꿈을 제시하려 할 때, 그들은 대중의 선각자가 아닌 의혹의 대상이 되며 우리의 인간성을 지키고 사회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식인의 교조와 명령을 의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폴 존슨이 보여 주는 시각은 다분히 보수적이며 일정 부분 신랄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의 신화화된 명성을 말끔히 걷어 내고 그 실체를 살펴볼 필요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 삶과 사상이 일치되는 진실성은 지식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공적 성취와 함께 개인으로서의 삶의 태도, 인간으로서의 면모까지 다각적으로 들여다볼 때 그의 사상이나 업적은 더욱 진실한 가치를 발휘한다.

책 ‘지식인의 두 얼굴’은 독자로 하여금 선동가에 지나지 않는 거짓된 지식인과 참된 지식인을 구분하는 안목을 기르게 하고,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지식인, 예비지식인이 올바른 지식인상을 정립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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