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빨리 흘러가는 너와의 시간들,
너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배낭 메고 등산하는 일곱 살 골든 리트리버‘

저자 이수경 | 출판사 들녘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개의 평균수명은 약 15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 기대수명 82년과 비교하면 개들의 시간은 우리보다 약 5배 빠르게 흘러간다.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반려견과의 시간에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용기를 낸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유럽, 우리 함께 오길 잘했다.’가 출판되었다.

‘이십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삼십 킬로그램이 넘는 골든 리트리버와 함께 백패킹 여행을 다니는 여대생’이라는 수식어를 갖은 백팩커가 있다.

백패킹 경험만 백 번이 넘는 이들은 이미 국내 애견인과 등산인들 사이에서는 유명 인사로, 우리나라에서 개가 출입할 수 없는 국립공원들을 제외하고는 안 가본 산이 없을 정도인 베테랑 트래커들이다. 특히 선자령 트래킹은 EBS 〈시선 기행, 나는 犬이다〉에서 단독 방영되기도 했다.

저자는 장군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하면서 함께 여행해 왔지만, 장군이의 나이가 어느덧 일곱 살을 바라보게 되자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떠나게 되었다고 유럽여행의 이유를 밝혔다.

사실 20대 여대생의 첫 해외여행으로 유럽 트래킹은 쉽지 않은 코스다. 소매치기, 타지에서의 교통사고, 트래킹 중 조난 등 혼자 여행을 준비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온전히 주인만 믿고 의지하는 반려견까지 책임져야 했다. 게다가 장군이는 30kg이 넘는 대형견으로 비행기부터 숙소까지 추가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나는 것이다.

저자 역시 시작 전에는 두려웠지만 막상 부딪쳐보니 첫 해외여행은 별거 아니었고, 오히려 어마어마한 행복감을 안겨주었으며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를 경험하게 해주었다고 했다.

반려견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함께 여행하는 것, 호텔 방에서 같이 자는 것, 편안하게 산책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유럽에서의 육 주는 꽉 막힌 숨통을 잠시나마 틔워주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개가 무슨 경치를 알겠어 산책이나 충분히 시켜주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을 갖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반려견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생각하는 존재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장군이는 냄새로 세상을 본다. 파리에 내리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이나 이곳저곳 냄새를 맡아대던 장군이. 체크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어서 빨리 숙소에 들어가 무거운 배낭을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장군이가 지금 얼마나 신나 있고 설레는지 너무나 절절히 느낄 수 있었기에 차마 그 행복한 순간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눈동자를 빛내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아대는 너를 보니 너와 함께 이곳까지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책에서 장군이가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를 회상했다.

그렇게 그들은 육 주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의 국경을 넘나드는 백칠십 킬로미터 투르 드 몽블랑(몽블랑 둘레길)부터, 알프스 산계에서도 천혜의 자연으로 이름난 이탈리아 돌로미티, 스위스 삼 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 등 알프스의 산맥들을 트래킹했다.

가끔 장군이가 오를 수 없는 곳을 만나면 저자는 자기 몸 하나 가누기도 벅찬 상황에서 삼십 킬로그램이 넘는 장군이를 뒤에서 받쳐 들며 올라야 했고 장군이의 짐을 챙기느라 짐을 줄이는 바람에 옷도 많이 챙기지 못해서 근사한 사진도 남기지 못했다. 박물관이나 관광지에서는 애완견 출입 금지일까 봐 가기 전부터 걱정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장군이와 함께한 유럽여행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저자의 SNS로는 미처 다 보여주지 못했던 유럽 여행 이야기와 사진들이 담겨있다. 또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을 위한 소소한 팁들도 담겨있어서 반려견과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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