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논제를 던지는 눈부시게 창의적인 저작

저자 로이 포터 | 옮김 최파일 | 출판사 교유서가

[시사매거진=여호수 기자] 계몽주의는 이성의 힘과 인류의 무한한 진보를 믿으며 현존 질서를 타파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데 목적을 두었던 시대적 사조로, 근본적인 성격은 비판적이고 이성을 중시하며 17~18세기 프랑스에서 전성기를 이룬 것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작 ’근대 세계의 창조’는 계몽주의의 진정한 발상지는 영국이라 이야기하며 영국 계몽주의의 선구적 위상에 주목했다.

저자 로이 포터는 영국 계몽주의가 가증스러운 것을 타파하라고 부르짖지도 않았고 혁명을 불러오지도 않았다면서, 영국에는 볼테르가 투옥된 바스티유 감옥이 존재하지 않았고 비국교도는 신앙의 자유를 누렸다고 지적한다.

이런 의미에서 18세기 영국 사회는 이미 계몽을 이룩했고, 그렇게 이룩된 체제를 정당화하고 수호하는 작업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영국 계몽주의만의 ‘영국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것은 타도나 전복만이 아니라 새로운 체제의 창출과 정당화에도 헌신하는 계몽주의라는 것이다.

저자는 스튜어트 왕가를 몰아내고 의회의 제한을 받는 군주정이라는 혼합 정체를 수립한 1688년 명예혁명에서 영국 계몽주의의 출발점을 찾고, ‘장기 18세기’ 영국 사회는 절대왕정의 전복과 더불어 상업화, 산업화, 소비사회의 출현과 같은 근대성의 여러 측면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영국 계몽주의가 프랑스나 독일의 계몽주의와 구별되는 다른 점은 철저한 개인주의이며 계몽인들은 인류 행복의 추구라는 꿈을 꾸었지만 그저 ‘꿈꾸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길을 모색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책에서는 그들이 만들어가던 세계는 지금 우리가 물려받은 세계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대다수가 동참하는 세속적 가치 체계, 인류의 하나 됨과 개인의 기본적 자유들, 그리고 관용과 지식, 교육과 기회의 가치를 옹호하는 세계로 우리는 모두 ‘계몽의 자식들’이며, 그들 계몽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근대 세계의 창조’는 엄청난 양의 학구적 정보를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동시에 그 시대를 이해하고 미묘한 차이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갖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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