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수)부터 24일(화)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
100호 대작 100점으로 5회 개인전(‘나르시스 칸타타’) 개최

[시사매거진= 서봉섭 기자]“오랫동안 나는 펜을 칼처럼 생각했다. 이제야 나는 우리의 무기력함을 알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책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장 폴 사르트르

“붓을 칼처럼 휘두르며 발작적으로 그림그리기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김상표

솔과학刊, 5만원, 456쪽, 2020년 2월 22일 출간

예술로 철학하는 entrepreneur로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이 시대의 노마드, 경남과기대 김상표교수(서양화가)를 그가 최근에 출간한 책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에 실린 그림들의 산실인 화실에서 만나 ‘얼굴성’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해내는 그의 문제의식들에 대해 물었다. 

김상표_자화상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9

책의 구성과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줄 있는가?

이 책에는 5회의 개인전을 치르는 동안 내가 작업했던 350여 장의 초상화와 에세이들이 실려 있다. 뿐만 아니라 당대 예술계를 선도하는 학자와 큐레이터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나의 작업을 평가한 작가론들이 들어있다. 먼저 미학자 양효실 박사는 정신분석학과 해체론의 시선을 갖고서 김상표의 회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양효실 박사의 2편의 평론은 김상표교수의 ‘화가-되기’의 실존적 삶을 뿌리 채 파헤쳐 그의 회화에 새로운 살을 돋게 하려는 과감한 시도로 비춰진다. 철학자 대구대 김영진 교수는 ‘삶과 차이’라는 글에서 내 안의 다양체라는 들뢰즈의 시선으로 김상표의 회화를 들여다본다. 경기도미술관 김종길 학예연구관은 생명사상가 다석 유영모 선생의 사상을 빌려서 김상표교수가 제나(ego)를 벗고 얼나[眞我]를 회화로 궁리했다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립미술관 김은영 학예연구관은 어린시절부터 김상표교수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회화로 승화시킨 점에 주목하는 애정이 듬뿍 담긴 작가론을 남겼다.

무엇보다 책에는 자화상에 집중한 김상표교수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자화상에 집중하는특별한 이유는

“나의 자화상은 동일성과 재현의 범주에 포박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가깝다. 데리다가 말했던 ‘해체론자의 자화상’의 모습을 드러낸다. 해체론자의 자화상은 구체적인 선과 색으로 고정화할 수 없이 끊임없는 기표(작품)들의 접속과 치환 속에서 섬광처럼 드러나는 흔적으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나의 자화상은 (내가 사랑하거나 미워했던) 타자의 욕망의 흔적들을 보여주면서 지워가며 충만한 공백상태에 도달하려는 투쟁의 기록이다.”

5회개인전(‘나르시스 칸타타’) 포스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3 11()부터 24()까지 2주동안 100 대작 100점으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5 개인전의 주제는 

5회 개인전의 주제는 폴발레리의 시를 차용하여 나르시스 칸타타로 정했다. 나는 자화상과 가족 초상화 이외에도 1회 개인전에서는 미륵을, 4회 개인전에서는 그룹 NIRVANA를, 다음 달 3월 11일부터 갤러리이즈에서 열리는 5회 개인전에서는 혁명가 장일순을 회화적으로 형상화해내는 실험을 감행했다. 이 그림들에는 나르시시즘과 나르시시즘적 투사를 벗어나기 힘든 지식인의 운명과 고투하면서 절대적 타자성을 향해 자신을 열려는 나의 지난한 몸부림이 깃들어 있다. 나르시시즘과 절대적 타자성, 이 둘은 논리적으로든 실천적 삶 속에서든 화해시키기 무척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자신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둘 간의 관계를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려진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인간과 조직 그리고 세계의 문제를 경영학과 철학의 언어로 풀려고 고심해온 나 또한 이 문제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책 6장에서도 나의 회화와 작은 에세이들을 징검돌 삼아 이 아포리아(aporia)에 매달린다. 그러한 심정을 나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내 그림이 분리된 유한자가 절대적 타자성을 품어 안고 쏟아내는 구원의 눈물방울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나르시스 칸타타’로서 음악처럼 향유되었으면 좋겠다. 나르시시즘과 절대적 타자성이 서로를 배반하지 않고 서로를 끌어안는, 不二의 나르시스 칸타나.”

서양화가로서 김상표교수가 추구하는 회화의 특징은 

이 책의 에필로그 ‘Tao of Painting - Tao Painting’이라는 글에서 나의 회화관을 밝히고 있다. 선과 색 그리고 화폭 안팎의 연기의 망 속에서 주체 없는 그림이 사건의 복합체로 늘 새롭게 서있다. 그것이 나의 그림이다. 단숨에 그리되 수많은 순간들이 모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서 어울림이 일어난다. 획이 가는 대로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자연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획과 획의 부조화의 조화, 불균형의 균형이 공감적으로 잠시 멈추어선 순간이 나의 그림이다. 화이트헤드의 미학에서 말하는 대비의 대비 속에서 우뚝 선 ‘균형 잡힌 복합성(balanced complexity)’이 생겨난다. 바로 역설의 미학이 탄생하는 것이다.

김상표교수(서양화가)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같은 대학에서 조직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는 같은 대학의 창업대학원 원장과 창업지원단장을 역임했다. 화가로서도 이미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2020년 3월 11일(수)부터 24일(화)까지 갤러리이즈에서 5회 개인전 ‘나르시스 칸타타’가 예정되어 있다. 경영, 철학, 예술 세 분야에서 그 동안 감행했던 모험들에 대한 기록을 관념의 모험 시리즈 3권으로 출간 중이다. 제 1권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2019년 11월)와 제 2권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년 1월)에 이어서 출간되는, 제 3권 『얼굴성: 회화의 진리를 묻다』는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을 알리는 책이다.(사진_서봉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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