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운영, 닥터헬기, 인력 등 오랜 갈등…이 교수 센터장 사임

[시사매거진 262호=이미선 기자]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아주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에게 폭언을 한 과거 대화가 공개돼면서 드러난 아주대병원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해결책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며 ‘아덴만의 영웅’으로 떠오른 이 교수는 이후 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고 당시 이명박 정부가 센터 설치를 약속, 지금의 권역외상센터를 탄생시켰다. 그런 이 교수가 센터장 사임의 뜻을 밝혔다. 외상센터 설립과 운영을 주도해온 이 교수가 센터장에서 물러나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욕설 파문이 아니라 오래 누적된 갈등에 따른 예상된 수순이라는게 외상센터 관계자의 전언이다. 욕설 파문으로 불거진 아주대병원과 외상센터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봤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여기까지인가보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라며 한숨 섞인 자조를 내뱉던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논란의 중심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 13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아주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욕설 등 폭언이 포함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공개한 녹취록에는 유 원장이 이 교수를 향해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같지도 않은 XX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 너?”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거”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인력충원, 닥터헬기 사업, 병상 문제 등의 이유로 병원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한국을 떠나는 것까지 고민했다고 MBC는 전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녹취록은 4∼5년 전 내용으로 원장은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이 교수가 우선 파견근무를 간 상황이어서 내용을 파악하고 병원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유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녹취록 상황에 대해 ‘근태 열심히 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진료하라고 야단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송 당시 해군 순항훈련전단에 파견돼 태평양 횡단 항해를 하고 있어 의견을 들을 수 없었던 이 교수는 1월 15일 귀국 후 일부 언론에 의료원장이 막말한 이유와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유 원장의 해명에 대해 “직원인사 때문에 그런 거다”라며 “외상센터 문제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A 원장이 2년 파견 나온 직원을 1년 파견으로 잘못 보고 그리한 거다. 1시간 가까이 쌍욕을 먹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잘못해서 꾸지람 받는 거라고 그랬다는데 내가 진료를 게을리 한 적이 있다면 욕을 먹어도 싸다. 불성실 진료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제가 어떤 처벌도 감수하고 감방이라도 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지난달 31일 병원에 복귀해 외상센터장직 사임원을 제출했다.

그는 “이제 센터를 맡아가지고 끌어가거나 하는 거는 저는 이제 못 하겠어요”라며 앞으로는 전공인 외상외과의 평교수로만 일하고, 외상센터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유희석 의료원장의 욕설이 본질이 아니라, 아주대병원은 처음부터 외상센터 운영 의지와 능력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이국종 교수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한정 의원의 외상센터 운영 현황에 관한 질의에 "처음에는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한국에서는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전에도 국내 외상센터 운영과 관련한 의료계와 정부 차원의 이해 및 지원 부족 등을 여러 차례 토로했던 이 교수는 이날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_뉴시스)

 

이국종-아주대병원장 갈등 표면화…엇갈린 주장

이처럼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각기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교수가 외상센터 운영으로 병원과의 갈등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10월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외상센터 간호사 증원 예산으로 일반 간호사 30명 증원 ▲닥터헬기소음 민원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근 한 언론에 따르면 이 교수는 병원의 병상 지원 부족으로 외상센터가 ‘문을 열고 있으나’ 사실상 한 달간 문을 닫은 상태였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병상 지원 부족과 관련해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교수는 외상센터 100개의 병상이 꽉 찼을 때는 바로 옆 본관 병동 입원실을 배정받아야 하지만 본관 배정이 막혀 ‘문을 열고 있으나’ 사실상 1년 중 한 달간 문을 닫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주대병원 측은 이 교수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병상 수 문제에 대해 병원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병원 리모델링 공사로 100병상 정도 사용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외상센터뿐 아니라 다른 과도 병실이 부족했으며 그런 상황에서도 병실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해명했다. 외상센터 간호사 증원 예산으로 일반 간호사 증원에 대해 아주대병원 측은 “국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간호사를 충원했다”라고 답했다. “복지부에서 감사 결과 권역외상센터 중환자실 간호사 인건비 지원비 관련 지침 위반사항은 아니다”라며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을 뽑을 것을 권고받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국가 예산 전용 등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병상 지원 문제의 경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간호인력 최소 인력 기준인 64명보다 28명 많은 92명의 간호사를 병원 자체 예산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병원 측이 권역외상센터에 병상을 내주지 않은 일이 불거지자 복지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병상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병원으로부터 지원 약속을 확답받았고 이후로는 병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복지부는 확인했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병상 부분은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확답을 받았고 점검과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라면서도 “당장 병원 측에 대해 복지부가 취할 부분은 아직 없지만 내부적으로 추가 대응이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이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본관 병실을 이용 할 수 없도록 수년간 조직적으로 방해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병원은 다른 과 병상이 남는데도 센터에 병상을 의도적으로 내주지 않으면서 병상이 부족하다는 등 거짓 대응으로 문제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_뉴시스)

 

이국종 교수 등이 본관 병상 못쓰도록 수년간 ‘조직적 방해’

그러나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이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본관 병실을 이용 할 수 없도록 수년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병원은 다른 과 병상이 남는데도 센터에 병상을 의도적으로 내주지 않으면서 병상이 부족하다는 등 거짓 대응으로 문제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병원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본관 6층, 7층, 8층 등의 배관 등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인해 본관에 병실이 부족했다고 대외적으로 밝혀 왔다. 

지난 1월 21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등에 따르면 센터는 2016년 5월 26일 이국종 센터장 명의로 병원장에 ‘권역외상센터 일반병실 부족으로 인한 외상환자 입원실 배정’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병원은 센터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병원장은 수요에 따라 환자들의 입·퇴원을 조정해 정해진 병상 내에서 센터를 운영하라는 의견을 냈다. 병원 내부에는 센터를 통해 입원한 환자에게 본관 병상을 내주지 말라는 내부 방침이 세워졌다. 이에 따라 병원 원무팀 사무실에는 ‘(권역외상센터) 병실 배정 유의사항’이라는 병원장 지시문이 붙었다. 센터 전문의가 주치의인 환자는 원칙적으로 본관 배정이 불가하며 병상이 없을 경우 중환자실로 입원을 유도하고, 중환자실마저 병상이 없으면 입원 대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센터 의료진은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본관 병실이 비어 있는데도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었다.

센터의 병상 부족 문제는 ‘바이패스’로 이어졌다. 2018년 바이패스 발생 현황에 따르면 센터는 모두 53차례 폐쇄됐으며 719시간 27분 동안 환자를 받지 못했다. 바이패스가 발생할 때마다 평균 13시간 34분 센터가 폐쇄됐다. 병원 측은 센터 개관 초창기부터 병원장 방침으로 본관 내 환자 입원을 막는 등 센터 업무에 조직적인 방해를 가했다. 위급한 환자의 목숨이 걸린 문제는 뒷전인채 경영을 앞세운 셈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 13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아주대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하는 녹음파일이 공개했다. 공개한 녹취록에는 유 원장이 이 교수를 향해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같지도 않은 XX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 너?”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이 교수는 “아닙니다. 그런거”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국종 교수는 현재 센터장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사진_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 화면 캡처)

 

경기도, 외상센터 전담 지원조직 신설 계획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경기도가 외상센터 전담 지원조직 신설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응급의료전용 헬기(닥터헬기)와 지역외상관리체계 업무 담당 부서를 현행 보건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내 응급구조팀에서 보건정책개발팀으로 변경했다. 오는 3월께 단행할 조직개편에서 보건정책개발팀을 ‘지역외상팀’ 또는 ‘중증외상팀’(이상 가칭·미확정)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인력 증원이나 조정 등을 통해 관련 업무 수행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설립 당시 정부 지원금은 60병상, 80억원 규모였지만 경기도가 200억원, 아주대병원이 178억원을 더 보태 센터 규모를 100병상으로 늘리고, 병원 옥상에 헬기 이착륙장을 만드는 등 전국에 없는 체계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전담 조직 신설도 전국 외상센터의 롤 모델을 경기도가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2016년 아주대병원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가 개설될 당시 건립비 중 200억원을 지원했으며, 지난해 닥터헬기가 도입된 이후 운영비(헬기 임대료) 70억원의 30%인 21억원과 외상체계지원단 운영비(민간위탁금) 6억원을 도비로 지원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에게 욕설해 논란이 된 유희석 의료원장을 내사하기로 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경찰청에서 고발서류가 내려오면 형식적으로 고발이라는 절차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내사 단계부터 진행해 혐의점이 드러나면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지난 1월 22일 밝혔다.

경찰청은 아주대병원이 위치한 수원을 관할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맡기기로 하고, 현재 고발장 등 관련 자료를 이첩하고 있다.

이번 내사는 지난 17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유 원장을 모욕과 업무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국회가 이국종 교수 사태와 관련해 아주대병원으로 자료 요구에 나섰고, 이를 토대로 실태조사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혀 당분간 아주대병원과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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