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가 말해주는 시장 자율 경제와 국가 개입 경제의 한 판 승부

저자 리처드 폰 글란(Richard von Glahn) | 옮긴이 류형식 | 출판사 (주)소와당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도 발전했지만, 정부와 제도도 함께 발전했다. 국가의 재정 운용과 폭넓은 사회경제의 상호 작용은 시대 상황이나 이념의 방향에 따라 달라졌다. 슘페터식 관점에서 보자면, 당시 중국 왕조는 시의 적절하게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대내적 안정과 대외적 안보를 실현했고, 공공재(교육, 복지, 교통 체계, 수자원 관리, 시장 표준화)에도 투자를 했다.

뿐만 아니라 제도적 기초를 닦아서 농업과 상업에서 스미스식 시장 중심의 성장도 가능하게 했다.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에서도 국가의 역할은 상당히 뚜렷했다(전쟁 수행 포함). 왕조 시대 후기 신유학자 들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과는 반대로 민간 경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혐오했다.

당시 중국 의 통치자들은 신유학파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세금을 낮추고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이 같은 정책으로 스미스식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전근대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 의 사회 간접 자본 능력 축소가 결국 슘페터가 말한 잠재적 경제 성장을 가로막았다.

미국 인문학의 가장 현대적인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캘리포니아 학파의 대표적 컨텐츠가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캘리포니아 학파란 캘리포니아 대학교 경제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세계사를 기획하는 학 문적 경향을 일컫는다.

핵심은 서양 우월주의에 반대하며, 세계사에서 동양의 위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에 있다. 이들은 서양식 시장 중심 경제가 중국식 국가 개입 경제를 능가했던 시기는 세계사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불과하며, 그 수명 또한 이미 다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서양경제사와 중국경제사의 비교가 캘리포니아 학파의 입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주제다.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케임브리지 중국 경제사>는 이와 같은 새로운 세계사의 시각에서 중국 경제 통사를 재해석한 기념비적 학술서다.

영미권은 물 론 중국 및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학계를 통틀어서 실로 반세기만에 출현한 중국경제사 통사라는 학술적의 의도 적지 않다. 이 책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중국경제사 해석은 중국사의 재평가는 물론, 세계 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도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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