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은폐의혹’ 국조 최대 쟁점

 

국정조사 11월 10일부터 실시 여야 “불법 수령 지도층 명단 모두 공개”
‘쌀 직불금 불법 수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11월 10일부터 12월 5일까지 26일 간 실시된다. 또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의혹자 명단은 국조가 개시되기 전까지 정부가 국회 국조특위에 제출하되,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공기업 임원, 언론인, 고소득 전문직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명단을 우선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감사원이 파악한 463명의 언론인 명단 등 사회고위층 명단이 공개될 경우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등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국조 운영방안에 합의했다. 국회 국조특위 구성과 관련해선 한나라당이 9명, 민주당이 6명,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2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키로 했으며,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맡는다. 또 조사기간에 기관보고 3일과 청문회 3일, 문서검증 및 현장조사 4일을 포함시켰다.
조사 대상과 범위는 ▲불법수령 실태파악 ▲감사원 등의 감사경위 및 결과 은폐의혹 ▲감사원 감사에 대한 청와대 보고 및 조치상황 ▲인수위 및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조치상황 ▲직불금 집행과정 및 제도개선 추진 ▲직불금 정책 당사자의 책임소재 규명 ▲불법수령금 국고환수 추진 ▲직불금 관련제도 및 운영개선 대책수립 등으로 규정해, 전현직 감사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증인으로 대거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조사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은폐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사전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 22일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 명단 폐기 논란과 관련, “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해 삭제하도록 했던 지난 2007년 ‘쌀 소득 등 직불제 운영실태’ 감사자료 복구를 추진하겠다”며 “2006년도 직불금 지급 대상자 현황자료 등을 당초의 자료 그대로 복구하거나 원상복구가 어려울 경우 공무원에 한해서라도 대상자 명단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원장은 “감사자료가 원상복구된다 해도 이는 부당수령이 의심되는 명단의 추정자료이지 불법수령 명단확인 자료는 아니다”라면서 “자료복구 등의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사자료 복구작업은 이미 2~3일 전 지시했으며, 복구 결과는 2~3주 정도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뒤 “국민적 관심사인 공무원 부당수령 명단의 경우 복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조사 ‘참여정부 책임론’ 최대 쟁점 전윤철·전해철·이호철 3인방에 이목 집중
여야가 ‘쌀 직불금’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한 가운데, 참여정부 집권 시절 쌀 직불금 감사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호철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0일 농정관계장관회의에서 쌀소득보전직불금 감사결과를 사전 보고 받은 이후 청와대가 감사에 적극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지난해 3월 감사를 6개월 앞당겨 실시토록 감사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감사전반에 걸쳐 청와대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실제 감사원은 청와대 요청으로 지난해 9월 예정이던 감사를 6개월여 앞당긴 지난해 3월 21일 감사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위원회는 지난 17일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비공개 결정 한 달 전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부터 감사 결과를 사전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감사원 이상욱 감사관은 이날 국감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6월20일 대통령 주재 관계부처 장관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며 “오전에 다른 짧은 내용의 보고가 하나 있었지만 직불금 문제가 주된 보고 내용이었다”고 증언했다.
감사원은 지난 2006년 12월 다음 해 감사 계획을 세우면서 2007년 9월 쌀 직불금 문제를 감사하기로 했다. 당시 일부언론에서 ‘쌀 직불금이 비농업인에게 지급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자 감사원 자체적으로 감사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2007년 3월 국정상황실 등 청와대에서 감사원에 “감사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자 감사원은 당초 계획보다 5개월 빠른 4월부터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 퇴임 후 문제가 예상되는 쟁점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쌀 직불금 문제가 대두됐고, 당시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한 뒤 조기 감사를 요구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이날 “2006년부터 가짜 농부들이 직불금을 타간다는 보고가 청와대에 많이 올라왔다”며 “감사원이 이왕 하려면 확실히 알아봐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실장은 또 “한나라당 출신 부당수령자가 훨씬 더 많았을 텐데 정치적으로 활용할 의도였으면 밀어붙이지 않았겠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국정조사의 최대 쟁점은 감사원이 지난해 7월 감사 결과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청와대 요청에 따라 쌀 직불금 감사시기를 앞당겼고, 6월께 청와대에 감사 결과를 보고한 후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감사원이 17만여 명의 부당 수령자를 파악하고도 처벌이나 환수조치 없이 서둘러 자료를 폐기했다는 점에서 직무유기라며, 이 모든 것이 결국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외압에 휘둘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의결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청와대와 감사원의 부적절한 만남 자체가 감사원 독립성을 훼손했으며 당시 청와대가 5개월 뒤 대선을 의식해 감사원에 입김을 행사했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은 감사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개선 지시를 분명히 내렸다”며, “인수위 시절 관련 사항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역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월 20일 ‘대한민국삼일회’라는 단체가 감사원이 직불금 문제를 파악하고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함에 따라, 전 전 원장과 감사원 감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與 “盧 전대통령 증인채택 검토”…野 “모든 명단 공개를”
여야가 지난 10월 22일 쌀 직불금 불법 수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여당뿐 아니라 일부 야당 측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과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윤철 전 감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등 전 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면 민주당은 이번 파문의 발원지인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을 비롯해 직불금 수령이 확인된 한나라당 김성회, 김학용, 임동규 등 현직 의원을 증인 신청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지금 언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감사원의 쌀 직불금 감사결과) 은폐의 당사자로 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특위에서 자연스럽게 증인채택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채택 가능성을 재차 내비쳤다. 홍 원내대표는 “사안마다 대응을 잘 하는 노 대통령이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사안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면서 “나라도 국정조사 위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21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노 전 대통령 조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진실을 밝힐 단계가 되면 완전히 밝혀내야 한다”면서 “제가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율곡비리와 관련해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서면조사를 한 일이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면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실제 경작하지도 않으면서 직불금을 타간다는 것은 농민에게 갈 것을 도적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감사원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면 밝혀야 하고, 책임은 물어야 할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도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 하느냐”는 질문에 “성역 없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88년 국회 ‘5공-광주특위’ 출석한 이후 첫 사례로 기록된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의 김경수 비서관은 “굳이 전직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더라도 관련 장관이나 관계자들을 통해 충분히 사실관계는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을 운운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민주당도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여당을 비난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감사원의 보고를 받고 격노하면서 농림부에 제도개선을 지시한 사람은 바로 노 전 대통령”이라면서 “정부여당은 현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며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쌀 직불금 법안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것”이라면서 “그러고도 작금의 모든 상황이 지난 정권 때문이라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지금 당장 노 전 대통령을 부르자면, 전,현 대통령 다 같이 부르자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정치공세 아니냐”고 반박했다. 원 원내대표는 “건보공단에 (직불금을) 불법 수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 명단이 보관돼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제출하면 모든 문제가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직불금 문제가 전 정권 책임도 현 정권 책임도 있다고 본다.”면서 “본질은 누구 책임이냐가 아니고 국민의 세금을 누가 중간에 가로챘는가”라며 한나라당의 참여정부 책임론 차단에 나섰다. 이어 정 대표는 “정부가 1차 가공한 명단을 갖고 국정조사를 한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특히 농민께서 납득하겠냐”며 모든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쌀 소득 보전 직접지불금 제도란?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으로부터 촉발된 ‘쌀 소득보전 직불금(쌀 직불금)’ 부당 수령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 제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쌀직불금 파문은 농수산식품위 소속 정해걸 의원이 지난 2일 감사원 비공개 자료를 공개하면서 지난 2006년 쌀직불금 수령자 99만 8,000여 명 중 17만 3,947명이 경작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제도란 2005년 7월에 도입됐다. 노무현 정부가 FTA 등 농업개방에 대비해 쌀 농사를 짓는 어려운 농민들의 소득을 일정수준 보장해 주기 위해 마련된 정부 보조금 제도다. 수확기 쌀값이 목표가격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그 차액의 85%를 정부가 직접 지불해주는 제도로서, 농가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현행 법률은 직불금을 신청하면 해당 읍·면·동사무소 직원이 자경, 즉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자경 확인서를 받는 것으로 이를 대신했다. 이에 따라 농지를 소유할 뿐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 즉 부재지주라도 마을 이장이나 통장이 확인해주면 자경 확인서를 낼 수 있었다. 부재지주에게 위탁받아 농사를 짓는 사람은 지주와의 관계를 의식, 이를 제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직불금을 구경조차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농사를 짓지 않은 쌀 직불금 수령자는 28만여 명에 달했다. 이중 직업이 밝혀진 수령자 중에는 공무원이 3만 9,971명, 금융계 종사자가 8,442명, 언론계 종사자가 463명, 전문직 종사자가 2,143명, 회사원 9만 9,981명, 임대업 종사자 52명, 기타 1만 6,232명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감사원은 이번 직불금 부정수령 의혹자로 추정된 17만 명에 대한 자료를 모두 폐기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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