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조선민족이 깨우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영혼이 살아있는 민족은 다시 일어나게 되어있습니다”

1915-일제 강점기, 나라와 이웃을 사랑한 젊은 지식인 현성 이야기 / 이준태 著 / 도토리 刊

[시사매거진=임지훈 기자] 일제 강점기를 온몸으로 맞서며 나라와 이웃을 사랑한 젊은 지식인의 이야기가 소설 “1915-현성 이야기”로 출간됐다.

이 책의 내용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70여 년 전 우리의 일이었고, 우리네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었던 일이다.

소설은 주인공 ‘현성’이 남원의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시작된다. 혜화동의 중앙고보(중앙고등학교) 학창시절, 친구 경식과 현성의 첫사랑, 선후배들과 지식과 철학 토론, 보성전문학교(고려대학교) 진학, 변호사의 꿈, 지하조직에서 독립운동 등 이야기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일제는 조선민족이 깨우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깨우친 의식을 갖게 되면 반드시 조선독립을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우민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소수 친일파를 제외하고 누구인들 독립을 원하지 않는 조선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극일의 기치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분출되는 항일의 소리는 젊은 학도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식을 줄 모르는 용광로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면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휘고 풀잎들은 땅에 잠시 눕기도 하지만, 바람이 잔잔해지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지금 총칼의 위세에 눌려 굴복하고 있지만 우리 영혼마저 정복당했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혼이 살아있는 민족은 다시 일어나게 되어있습니다”

“‘내가 내 근본을 부정한다면 누가 나를 올바르게 인정해줄 것인가.’ 그런 대화에 끼어 인정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닥쳤을지라도, 어떤 사람에게 터무니없는 꼴을 당했어도 조선놈이니, 조센징이니, 노예근성이니, 하는 말은 삼갔다”

“일본 후생성이 여자 정신근로령을 공포하고 시행하였다. 사탕발림과 교언영색으로 속였지만 여자정신대가 무엇 하는 것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숭고한 뜻에 같이하라고 독려했던, 여성계의 친일인사들 황 모, 박 모 여사들 그들의 친인척들이 정신대에 보내졌을 리는 단연코 없었다. 가지고 있을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는 뜨겁고 더러운 불을 돌리고 돌리다 보니, 결국은 이 추악한 음모를 알 길 없는 힘없고 줄 없는 서민층 여식들이 다 뒤집어썼다. 저 세상에 가서도 씻을 수 없는 상흔을 입게 되었다” (분문 중에서)

출판사 도토리 관계자는 “책을 읽다보면 마치 그 시절로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이 느껴진다”라면서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뜨거운 무언가가 독자의 가슴속에 용솟음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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