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_시사매거진 DB)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는 15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공문 발송 소동, 청와대와 인권위의 자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독립 기구인 인권위에 공문을 통해 사실상 ‘지시’를 한 청와대와 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인권위를 모두 비판했다.

이는 지난 13일 ‘조국 전 장관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인권 침해를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두고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공문을 발송했다가 취소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통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어떤 간섭이나 지휘도 받지 않는다.

인권단체들은 성명에서 “인권위는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인권기구”라며 “인권위는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위에 국민 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이 발송된 자체만으로 인권위의 독립성이 침해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며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지시’로 보이게끔 조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단순 해프닝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공문 발송 과정을 살펴보면, 청와대는 ‘압력 행사’ 논란이 일자 뒤늦게 수습하려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청원 내용을 담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압력 행사’ 논란이 일자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접수된 청원 내용을 인권위에 전달한 것일 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7일 협조 공문을 보냈고 9일에는 이첩 공문이 발송됐으며, 9일 보낸 공문은 실수로 발송된 것이라 당일 인권위에 취소ㆍ폐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권위가 반송한 공문은 ‘협조 공문’이 아니라 실수로 중복 발송된 ‘이첩 공문’이며, 따라서 인권위에 협조를 요청한 부분은 유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인권위는 청와대의 공문 발송과 태도가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했다”며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더라도,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재발 방지 요청을 하는 게 책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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