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아에서 나치까지
도시 로마의 3,000년 역사를 ‘약탈’이라는 키워드로 꿰어내다

저자 매슈 닐 | 옮긴이 박진서 |출판사 마티

 

[시사매거진=신혜영 기자] 로마는 대체로 위대한 제국, 세계의 중심, 황제와 영웅들의 신화와 같은 키워드로 소환되어 왔다. 기존의 로마 책 대부분이 고대 제국 시기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달리 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갈리아에서 나치까지도시 로마의 3,000년 역사를 약탈이라는 키워드로 꿰어낸 책으로 기원전 387년 갈리아족에서 1973년 나치까지, 로마의 운명을 결정지은 7번의 약탈과 패배가 로마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추적한다.

과거를 너무도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인만큼 오로지 도시로마에 초점을 맞춰 적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노렸고 무엇을 끝내 파괴하거나 파괴하지 못했는지 추적한다.

로마는 지금도 카이사르가 건너간 케스티우스다리, 1세기에 건설된 콜로세움과 판테온, 3세기에 지어진 디오클레티아누스 욕장 유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산타 코스탄차 성당에 가면 기독교 출현 전의 이교 세계가 담긴 모자 이크화를 볼 수 있고 산 피에트로 대성당은 여러 차례 변형을 겪었지만 4세기부터 자리를 지켜왔다. 심지어 거리나 건물 곳곳에 무솔리니를 묘사한 프리즈나 파시스트의 선전물이 그대로 있기도 하다.

한편, 이 책은 약탈과 이전 정상적인 삶이 펼쳐지던 도시 로마의 풍경과 문화를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약탈과 전쟁을 넘어 로마의 전제적인 변화상을 보여준다. 당시 로마인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집에서 살고 어떻게 씻고 무엇을 믿고 어떤 취미와 성생활을 즐겼는지 그리고 로마의 건축물, 예술, 가족 구조와 종교, 성별 관념 등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히 펼쳐진다.

기원전 4세기 야만족과의 육박전부터 20세기 현대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이질적인 2500년을 아우른다. 로마에 관한 독특한 통사를 완성시킨 지금껏 없었던 시도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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