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커피를 알게 되었고 이는 곧 필연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과정이었다”

[시사매거진261호=김민건 기자] 뜨거운 커피 사랑세계시장에서 석유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무역거래량을 보이는 상품이 바로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이다. KB경영연구소의 커피전문점 현황과 시장여건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과 원두를 포함한 볶은커피 수입량이 5년간 2배 이상이 늘었으며, 커피전문점 매출액 규모로만 보면 한국이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3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연간 353. 성인 기준 하루 한잔 꼴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며 이는 세계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기술을 위한 커피를 하고 싶지 않다는 김경민 대표. 그는 대중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인문적 커피를 하고 싶다며 그것이 자신이 커피를 하는 이유의 모든 것이라고 피력한다.

 

먼저 독자들에게 간략한 본인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4살에 홀로 유학을 갔다. ·고등학교는 태국 북부지역인 치앙마이라는 도시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다. 대학은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당시만 해도 교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학부 때 연구학생으로 매년 학술회에서 발표를 했었다. 전미학술대회에 초청받아 철학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신문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했고, 사진과 미술전시를 몇 차례 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영컨설팅회사에 들어갔다. 외국계 회사를 다녔는데 주로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커피관련 프로젝트를 하다가 세계커피시장에 대해 알게 되고 매료되었다. 그게 커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 것 같다.

이후 2년간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커피와 공간에 인문학을 담는 일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20169월에 오픈하게 된 종로 익선동의 아마츄어작업실이다.

2016년 9월에 오픈한 김경민 대표의 첫 번째 프로젝트 종로 익선동의 ‘아마츄어작업실’.

 

경영컨설팅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커피 시장에 뛰어 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최근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에 입학했다. 거기서 동기생이 발표한 내용의 주제가 우연과 필연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어떤 일을 시작한 게 아닌 것 같다. 우연이었다. 우연히 커피를 알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내면의 욕구와 우연은 공존하는 것 같다.

컨설팅은 연구와 현실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작업이다. 나는 그러한 일이 좋았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심도 있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내 스스로가 직접 사업을 운영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커피관련 프로젝트를 하다 세계의 커피시장에 대해 알게 되었고 커피시장에 제3의 물결인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하고, 미국커피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블루보틀,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필즈커피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때 이미 이러한 플레이어들이 한국시장에 진출할 거라고 소수의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미국커피시장에 영감을 받았고 레트로와 스페셜티커피, 그리고 브루잉커피의 도입이 의미 있는 시장이 될 거라 생각했다.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10년간 비어있던 서민한옥을 리폼해서 ‘나의 작업실’을 콘셉트로 공간을 구상했다. 유학시절 쓴 칼럼, 전시했던 그림과 사진들로 공간을 구성했다.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라고 했는데 커피학과라는 말이 조금은 생소하다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는 세계 최초이자 세계 유일한 학과로서, 커피를 학문으로 공부·연구하는 커피전당이다. 커피학과는 생명존중의 이념이 시대에는 이 시대의 커피라는 시대적 이념을 지향하고 있다. 교육시스템은 <인문-과학·기술-문화예술>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전문대학교나 기관에서 운영되었던 기술위주의 커피교육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단순히 기술개발을 위해 오는 곳으로 착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커피학과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지금까지 커피시장은 크게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성장해 갈 것이다. 2018년 기준 커피시장 규모가 약7조라는 발표가 있었고, 이는 2016년 대비 1조가 성장한 데이터다. 커피가 몸에 좋고 안 좋고의 이슈가 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 잠깐 인기를 끄는 차 또는 기타음료의 시장이 커피의 무서운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어렵다. 이제 커피는 그러한 사회적 존재가 되어버렸다. 무서운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커피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으나, 문제는 커피라는 것이 학문의 체계가 없다는데 있다. 커피와 대비하여 와인에 대한 학문적 기반은 훨씬 체계화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보니 커피교육기관들은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커피를 교육하고 있고,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에 목적을 두는 것 같다. 커피를 가르치는 강사들의 수준역시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커피가 국가자격증이 아니다보니 남발하기식 자격증 역시 큰 문제다.

인문이란 토대위에 과학, 기술, 문화예술로서 커피를 접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커피는 더 이상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커피라는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시장은 단순히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가 아닌, 깊이 있는 학문적인 접근을 해야 할 절대적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수준 있는 커피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커피전문가들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며, 거기에 대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쇼를 하더라도 단단한 학문적 기반이 필요하다. 매년 카페쇼에 가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단국대학교 커피학과의 김성헌 교수에 의하면 현대커피는 비극을 기반으로 한 희극적 커피를 추구한다고 한다. 우리는 석학이 던지는 이러한 화두에 무감각한 것 같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러한 커피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깊이 있는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한 잔의 커피라는 결과물을 내놓아야하기 때문이다.

종로5가에 위치한 두 번째 공간인 ‘오제도’.

 

카페 사업을 준비하면서 인문학, 그리고 레트로 감성을 접목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근 논문을 준비하면서 주임교수님과 미니멀리즘에 대한 내용에 대해 의논한 적이 있다. 미니멀리즘은 지금 현대커피에도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이것은 인류가 미니멀리즘을 알아서가 아니라, 시대적으로 미니멀리즘이 우리가 인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인 것이다.

인문학과 레트로는 미니멀리즘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본질을 추구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고, 레트로는 있는 그대로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며,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질이란 공통의 요소를 추구하고 있다.

나는 인문학도다. 바리스타출신이 커피를 접근하는 방식과, 인문학도가 커피를 접근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기술적인 부분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 중심에는 인문정신이 있다. 내가 추구하는 커피와 공간은 인문정신의 발현이며, 이것을 위해 과학, 기술, 문화예술적 요소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기술을 위한 커피를 하고 싶지 않다. 대중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인문적 커피를 하고 싶다. 그게 내가 커피를 하는 이유의 모든 것이다.

오제도는 15년간 비어있던 일본식 가옥을 리폼한 것으로 콘셉트는 ‘종로의 외딴섬’으로 경성시대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나는 공간이다.

 

2016년 아마츄어 작업실(익선점)을 오픈하면서 시행착오는 없었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 좋은 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러한 면에서 나는 인복이 많은 것 같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카페 업이라는 것이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특히 세법,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근로기준법등에 대한 공부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들을 어떤 식으로 매니징해야 하는지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그건 지금도 어렵다.

또한 내가 처음 익선동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오픈한 곳의 거리에는 상점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시장이 형성 되지도 않았고, 주변에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주말매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그 말은 주말에 날씨가 좋지 않거나,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영향이 컸다는 말이다. 상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 상권에 맞는 전략적인 대비를 하지 못했다.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보통 보이는 것만 대비를 하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요즘 여기저기서 카페창업에 대한 자문을 구하러 온다. 나는 얼마든지 이러한 부분에 있어 자문을 해줄 수 있다. 창업이라는 것은 설레면서도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아마츄어작업실 이외에 오제도’ ‘카페시집이라는 브랜드의 매장을 운영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간단한 소개와 각각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면.

20169월 종로의 서민한옥마을 익선동에 첫 번째 공간인 아마츄어작업실의 문을 열었다. 10년간 비어있던 서민한옥을 리폼해서 나의 작업실을 콘셉트로 공간을 구상했다. 유학시절 쓴 칼럼, 전시했던 그림과 사진들로 공간을 구성했다. 아시다시피 지금 익선동은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이다.

201810월 나는 두 번째 공간인 오제도를 종로5가에 오픈했다. 15년간 비어있던 일본식 가옥을 리폼했다. 콘셉트는 종로의 외딴섬으로 경성시대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나는 공간이다. 일본대형잡지에 몇 차례 나오면서 일본손님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다. 지금은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93월 나는 세 번째 공간인 카페시집을 강북구 미아동에 오픈했다. 비어있던 구여관의 지하다방을 리폼하여 구성했다. 콘셉트는 시문학으로 하고 공간을 구성했다. 모든 음료의 받침으로 그동안 모아둔 시집의 시 한편을 찢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201910월 나는 본점인 익선동의 아마츄어작업실을 청계천으로 이전하며 네 번째 공간구상을 했다. ‘모든 현대인은 작가다라는 의미로 새로운 아마츄어작업실의 공간콘셉트를 작가의 공간으로 정하고 구성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익선동에서 떠난 이유에 대해 아쉬워하고 물어 본다. 익선동은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거리다. 다만 익선동이 극단적으로 상업화되면서 인문적인 공간을 추구하는 나의 방향성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린다.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세 번째 공간인 ‘카페시집’. 비어있던 구여관의 지하다방을 리폼하여 구성한 것으로 콘셉트는 ‘시문학’으로 하고 공간을 구성했다.

 

죽어 있는 상권(?)과 같은 곳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건물 또는 공간을 볼 때 본인이 추구하는, 그리고 선택하는 기준점이 있나

죽어있는 상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인문이란 가치가 스며들 수 있는 공간, 인문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주변상권을 분석하지 않을 수 없다. 관객이 주변에 없는 상황에서 쇼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내가 있는 공간들은 관객이 있어야 하는 곳이나 골목자체가 빛을 보지 못했던 곳이다. 부동산관계자들이 죽은 상권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내가 찾은 공간들이 메인거리에서 골목 안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도로가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감당할 자신이 없다.

또한 모든 공간을 내가 찾은 것은 아니다. 커피라는 것이 총체적예술이라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 공간을 찾아 주신분이 계신다. 자리 보는 것을 그분께 많이 배웠다.

인문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건물이라 하면 인간의 숨결이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최근 오픈한 청계천로에 위치한 아마츄어작업실의 경우 과거 가정집이었고, 목재소였고, 식당이었다가 한동안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긴 시간동안, 아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 공간은 존재했고, 그 안에서는 나도 모르는 인간의 숨소리와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바로 그러한 기본 바탕이 새로운 인간의 이야기 인문을 담을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복원과 리폼이란 과정을 통해 만들게 된다.

공간구성이라는 일을 하다보면 새로운 공간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커피학과에 입학하면서 더 많은 지식을 접하게 되고 지금 내 머릿속은 수많은 공간에 대한 생각들이 춤을 추고 있다. 단순히 유행을 타는 공간이 아닌, 인문적인 공간, 클래식을 만들고 싶다. 그게 나의 간절함이다.

카페시집의 모든 음료의 받침으로 그동안 모아둔 시집의 시 한편을 찢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두와 로스팅, 그리고 제조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면

나는 기자님들에게 간곡하게 부탁을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카페시장은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 시장에 대비하여 커피관련 기사들이 너무 화려한 것에 치우쳐져있다. 이제는 화려함뿐만이 아니라 진지함과 비판적인 고찰 또한 필요하다. 커피와 관련한 학자들이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전해져야 한다.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터뷰를 대략 스무 번 정도 한 것 같은데, 공간에 대한 설명, 자극적인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춰 질문을 받았다. 원두에 대한 질문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질문이 반갑고 두렵다.

일단 원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생두를 분류하는 방식을 얘기해야 되는데, 이 또한 협회나 업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원두의 종류, 등급, 가공방식 등을 나누는 방법이 통합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생두는 보통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두 품종으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고급품종, 로부스타는 저렴한 품종에 속한다. 그렇다고 로부스타를 마시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식 연유커피는 베트남 로부스타의 쌉싸름한 맛과 잘 어울린다. 내가 추구하는 커피가 무엇인지에 대해 원두를 선택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광고에서 고급 아라비카원두를 사용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로부스타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것이 커피디자인이다.

아라비카 중에서도 커머셜등급과 스페셜티등급으로 나뉘어 진다. 상위품질을 스페셜티라 하고, 일반적인 등급의 생두를 커머셜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하이커머셜, 또는 프리미엄 등급으로 나누기도 한다. 커피시장에 제3의 물결이 등장하면서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하게 되고 기존의 다크초콜릿틱한 맛에서 산미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커피를 접하게 된다.

이는 커피도 원두 종류별로 마시자는 고급문화의 시작이었고, 원두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시장이 시작된 것이다. 스페셜티커피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에스프레소머신 위주의 커피에서 브루잉 방식의 커피가 또 다른 고급시장(high-end market)을 형성하게 된 것 같다. 등급과는 별개로 고가의 게이샤(Geisha)커피나, COE등급(Cup of Excellence)의 커피, 마이크로랏(micro-lot) 생두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공방식에는 보통 내츄럴(natural)방식과 워시드(washed)방식이 있다. 내츄럴방식은 커피체리 과육을 그대로 건조하는 방식이고, 워시드 방식은 과육을 제거하고 건조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건조방식은 이 두 가지 방식에서 계속 변형되었고, 최근에는 산소노출을 최소화한 무산소발효(anaerobic permentation)방식이 현대커피의 트랜드로 등장했다. 나도 커피학과에 입학하면서 알게 된 방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방식의 커피가 매력적이지는 않다.

로스팅은 커피라는 완성품이 나오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물론 좋은 생두를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커피의 화려함을 많이 얘기하는데, 어찌되었던 기본은 로스팅 된 원두의 품질이다. 아무리 화려한 라떼아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가 좋아야한다.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하면서 원두 본연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다크로스팅(생두를 강하게 볶는 것)이 아닌 로스팅 포인트를 앞당긴 약배전-중배전 정도의 원두를 선보이는 전문점이 생기고 있다.

우리 모든 업장에서는 보통 스페셜티커피를 취급하나 트랜드와는 다르게 강배전커피를 추구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강배전스타일의 커피가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맛이며, 푸어오버식의 스페셜티 커피의 맛이 강배전스타일의 커피보다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기 때문이다. 많은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내가 있는 현장에서는 그러하다고 답해야 겠다.

한국의 커피역사를 조명하고 싶고, 한국의 도구로 만든 커피를 꼭 선보이고 싶다는 김경민 대표. 그에게 인문학은 곧 커피이고, 커피는 곧 인문학이다.

 

매장 곳곳에 미술품들이 많이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 때 사진과 그림을 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전시기회를 갖게 되었다. 미술교수님께서 만들어주신 기회였다. 나는 그때의 행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전시회에 와주셨고, 깊이 있는 예술을 논할 수 있었다. 나에겐 어쩜 주어져서는 안 되는 기회와 행복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감사함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업장의 특징상 많은 예술가들이 방문한다. 나는 특별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관심이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분들이 전시를 하고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다는 점은 너무 안타깝다. 때문에 가능하면 넓은 공간을 구성하고자 하는 게 그러한 이유도 있다. 동시에 우리의 공간들이 예술적으로 승화되어가는 것을 보고 싶었다.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커피카드의 디자인이나, 굿즈 디자인, 플리마켓 등은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다.

 

인문학을 팝니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김경민 대표에게 인문학과 커피란

나에게 인문학은 곧 커피이고, 커피는 곧 인문학이다.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반드시 인문정신이 발현되는 곳이어야 한다. 실 예로, 나는 모든 업장에서 서빙하고 있는 커피를 디자인할 때 어떻게 하면 인문을 담을 수 있을까, 인간의 이야기를 스며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리 업장에는 보통의 카페에서 취급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 모든 업장의 사이즈가 70-80평 되는데 머신이 없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초기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지 않고 브루잉 방식의 커피만 하고 있다. 인간의 힘에 의지하여 내리는 커피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게 인문적인 커피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모든 업장에서 판매중인 원두의 종류가 8종이다. 드립커피에 사용하는 원두의 이름을 보면 익선동’, ‘가배’, ‘흑심’, ‘내일이휴일이라면’, ‘반고흐’, ‘헤밍웨이’, ‘황실커피’, ‘신의커피가 있다. 예를 들어, 헤밍웨이가 쿠바의 크리스탈 마운틴이라는 원두의 커피를 즐겨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 커피의 이름을 헤밍웨이라고 지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잠시 헤밍웨이가 되어 보는 것이다. 이는 곧 문학적인 감상에 젖어보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교육의 목적을 보면 인간은 이성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감성은 늘 적셔두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감성적인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인문학의 기능은 위로와 영감에 있는데, 카페라는 공간이 인간에게 위로만을 준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위로와 함께 영감을 주어야 하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돌파해 가야한다.

카페는 사유의 공간이어야 한다. 솔직히 나는 카페의 시끄러운 음악이 어지럽다. 카페에 왜 음악이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예술적 자극을 위한 음악이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공간을 채우기 위한 음악이라면 사유에 방해가 될 뿐이다. 사람의 숨소리도, 작은 대화소리도, 커피를 내리는 물소리도 모든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소리인 것이다.

이러한 요소가 내가 만들고자 하는 인문적 커피와 공간이다.

 

앞으로 김경민 대표가 추구하는 이상과 그에 따른 계획이 있다면

먼저, 한국적인 커피와 공간을 만들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내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을까를 고민했다. 운이 좋게 해외 언론사와 인터뷰 기회를 갖으면서 외국관광객들도 찾아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한국적인 커피를 내리고 싶다.

외국관광객들이 한국에 올 때 반드시 가야하는 한국카페가 있으면 좋겠다. 그걸 내가 꼭 해보고 싶다. 한국의 다기세트에, 한국의 종이로 커피를 내린다면 어떨까. 한국의 커피역사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면 어떨까. 지금도 이런 상상을 하면 기분이 짜릿하다. 어쩜 이게 나의 최종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 적어도 공간적인 측면에서 나는 한국커피라는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해보고 싶다. 한국의 커피역사를 조명하고 싶고, 한국의 도구로 만든 커피를 꼭 선보이고 싶다. 그게 한국커피고 한국인문학이다. 최근 커피학과의 김성헌 교수님과 박영순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 한국적인 커피와 한국 다방의 역사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언젠가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두 번째로, 직원들이 독립하기를 바란다. 바리스타의 생명은 35살이면 거의 끝난다. 사실 서른살 전으로 봐야한다. 서른이 넘으면 업장에서 부담스러워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문제는 직원들이 서른을 넘겼을 때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내가 보기에는 보통 바리스타들이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우리 업장에는 예술가이면서 바리스타 출신의 직원들이 많다. 그들이 우리 업장에서 운영에 대한 부분을 배우고 난 후, 독립해서 자신만의 업장을 시작하면 좋겠다. 커피를 계속한다면 자신의 업장을 해야 한다. 내 역량 안에서 얼마든지 필요한 조언이나 부분들을 도와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기부를 하고 싶다. 지금도 내 나름대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특별히 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싶다. 지금은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적어도 내 또래 중에서는 가장 기부를 많이 한 사람이고 싶다. 그것은 어디까지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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