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의 개념과 우리나라의 필리버스터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고 회기 결정에 대해 "회기 결정의 건은 무제한 토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한 후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대답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제261호=박희윤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9시 50분경부터 12월 26일 0시까지 대한민국 국회에서 진행된 무제한 토론의 경우 찬성 측인 집권 여당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가한 것이 이례적이다. 공직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오후 9시 49분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을 시작으로 김종민·권성동·최인호·지상욱·기동민·전희경·이정미·박대출·홍익표·정유섭·강병원·유민봉·김상희·김태흠 의원까지 총 15명이 나섰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6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 등 여야 의원이 교대로 토론에 나섰다.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발언 시간이 가장 길었던 의원은 한국당 박대출 의원으로 5시간 50분 동안 발언을 했다.

필리버스터의 개념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의회에서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법안이나 정책을 통과시키는 상황을 막기 위해 소수당이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의사(議事)의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원래 이 단어는 네덜란드어 ‘vrijbuiter’에서 유래되었고 초기에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장집단, 특히 무허가 용병 단체를 의미했다. 본래 해적을 뜻하는 단어였으나,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네브래스카 법(Kansas-Nebraska Act) 의결 당시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필리버스터의 형태는 주로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여 매우 긴 시간동안 발언하거나, 회기 진행을 늘어뜨려 시간을 소모하거나, 표결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에서는 국회법에 따라 오직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자리를 비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도 금지되어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발언이 의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도 된다. 그래서 드문 경우지만 성경을 읽는다거나, 자신의 자서전이나 전화번호부, 요리책을 심지어는 동화책까지 가져와서 읽는다. 그리고 미국에는 화장실을 간다거나 간단한 식사를 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발언 중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 허용된다. 이번 정기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과 권성동 의원이 화장실에 가는 것이 허락되었다.

한국의 경우 법률에서는 '무제한 토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무제한 토론'은 '필리버스터'의 구현방법 중 하나로 좀 더 하위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66년 6대 국회의원 시절 대정부 발언 모습.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1964년 4월 21일 임시국회 때 자유민주당의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려 5시간 19분 동안 원고도 없이 쉬지 않고 발언한 일화는 '광복 이후 최고의 연설가'로 불리는 김 전 대통령의 유명한 전설적인 연설 중의 하나로 꼽힌다.(사진_김대중 평화센터)

역사 속의 필리버스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1964년 4월 21일 임시국회 때 자유민주당의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려 5시간 19분 동안 원고도 없이 쉬지 않고 발언한 일화는 '광복 이후 최고의 연설가'로 불리는 김 전 대통령의 유명한 전설적인 연설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것도 연설을 다 마치고 내려온 것이 아니라,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이효상이 강제로 중지시켰고 임시국회 회기가 마감되면서 체포동의안 처리가 무산되었다.

미국의 필리버스터

미국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필리버스터를 자동 종결시키는 클로처 제도 '슈퍼 60석'이라는 개념이 있다. 2013년 미국 시각으로 9월 24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오바마케어’가 포함된 예산안이 여당인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에서 가결될 조짐이 보이자 열성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극우파인 티 파티의 후원을 받고있는 테드 크루즈가 오후 2시 40분에서 낮 12시까지 무려 21시간에 달하는 필리버스터링을 시행했다. 동화책을 읽거나 자신이 살아온 일생을 주절거리고 스타워즈 패러디를 읊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으나 결국 예산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또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역시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부자감세연장안 표결에 대항하여 8시간 27분 동안 대연설을 하였다. 엄연히 말하면 표결을 방해하는 필리버스터는 아니나 버니 샌더스 필리버스터라 불리며 샌더스 후보를 필리버니로 부르는 등, 미국 내 분위기는 필리버스터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필리버스터

일본도 필리버스터가 있는데, 무제한 토론, 무제한 수정안 제출, 그리고 내각 및 의장단, 상임·특별위원장 불신임안, 문책결의안 제출 방식이 있고, 본안 표결 투표에 대해서는 통칭 '우보 전술'이라고 불리는 투표 지연작전이 있다. 일본은 안보법 통과 이후 자유민주당이 강성해지고 야당이 무력화되면서 필리버스터가 더 이상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일본 정치 지형이 변하였다.

2016년의 필리버스터 마지막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3월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는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시민 활동가들과 만든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라선 이종걸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을 발언하며 최장기록을 경신했다.(사진_뉴시스)

무제한 토론의 도입

2011년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선진화 방안에 합의하면서 본회의에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되었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규,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세연·이두아(한나라당), 박우순·안규백(민주당) 의원 등 여야 ‘6인 회의’는 특정 안건에 대한 소수 정당의 발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본회의 필리버스터제’를 도입키로 합의하고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개시되고 5분의 3 이상의 요구로 종료되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 18대 정기국회에서 국회법을 개정해 2012년에 출범하는 19대 국회부터 적용키로 했다.

43년 만의 필리버스터 부활

2016년 2월 23일,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 국민의당과 연계하여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사용하면서 43년 만에 부활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108명 전원의 명의로 신청하여 2016년 2월 23일 오후 19시 5분부터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필리버스터 시행으로 기록되었다.

이 필리버스터는 총 38명이 참여하였고, 192시간 25분 동안 이어졌다. 3월 2일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라선 이종걸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을 발언하며 최장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테러방지법 상정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첫 주자인 주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문희상 의장, 가지가지한다"며 토론을 시작했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선 "당리당략으로 의석 늘리려는 나쁜 뜻을 갖고 공수처법과 바꿔먹은 희대의 야합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북핵 안보 문제, 외교 문제, 경제 문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총리 지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언급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로 규정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도 꺼내들었다.(사진_뉴시스)

자유한국당 199개 안건 필리버스터

지난 11월 29일, 한국당은 선거법 및 공수처법을 막기 위해서 본 회의에 상정된 199개 안건 전부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민주당은 본회의 불출석으로 대응하며,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가 안건 의결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에 개회 선언을 거부했다.

문제는 199개 안건에는 한국당이 저지하고자 하는 선거법, 공수처법 뿐만 아니라, 예산안, 민생법안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서 발의한 안건 역시 다수 포함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 '당론 1호'로 결정한 '청년기본법'에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며 논란이 되었다. 게다가, 본회의 개의시 상정될 예정이었던 민식이법은 더 큰 논란을 야기했는데,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과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보이콧으로 인해서 이 안건 역시 상정되지도 못한 채 계류되었다.

지난달 9일 한국당은 심재철 의원을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하였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모인 대표급 회동에서 기자들에게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에 의하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예산안 및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은 처리하되,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는 상정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철회에 대한 반론이 거세 ‘철회가 보류’되었다. 결국 한국당은 '예산안이 합의되어야 필리버스터 철회'라는 조건부 철회로 바뀌었고, 민주당은 유감을 표시했다.

회기 결정에 대한 필리버스터 논란

한국당은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이 제출한 '제372회 임시국회 회기결정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1일 소집된 임시국회의 회기를 지난달 16일까지로 하는 회기 결정 안건을 제출했고, 한국당은 '통상대로 30일간 임시국회를 진행해야 한다'며 반대해 왔다.

회기 결정에 필리버스터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불가능하다고 구체적 명시가 없어 해석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조문과 국회 운영에서 알 수 있듯 ‘회기 결정의 건’은 명백히 본회의에 부의되는 안건”이라며 토론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의장실은 국회법 해석상 회기 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회기 결정에 대해 "이 안건에 대해 심재철 한국당 의원 등 108인으로부터 무제한 토론이 요청됐지만, 회기 결정의 건은 무제한 토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새벽 국회에서 예산부수법안과 공수처법, 유아교육법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당 송석준 의원이 자리를 지켜야 할 국무위원이 이석해 자리가 비어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함께 자제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5시간 50분 동안 발언으로 최장시간을 기록했다.(사진_뉴시스)

공직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지난달 23일 오후 9시 50분경부터 12월 26일 0시까지 대한민국 국회에서 진행된 무제한 토론의 경우 찬성 측인 집권 여당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가한 것이 이례적이다. 애초에 시간을 때워서 표결을 방해하는 것이 목표인 필리버스터 특성상 찬성 측에서 참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본회의 중 임시 회기 종료 기한이 지난달 25일로 의결됨에 따라 최대 25일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한국당의 일방적인 여론 선전의 장(場)이 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진행해놓고 그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토론을 하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선거법 필리버스터는 지난달 23일 오후 9시 49분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을 시작으로 김종민·권성동·최인호·지상욱·기동민·전희경·이정미·박대출·홍익표·정유섭·강병원·유민봉·김상희·김태흠 의원까지 총 15명이 나섰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6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1명, 정의당 1명 등 여야 의원이 교대로 토론에 나섰다.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발언 시간이 가장 길었던 의원은 한국당 박대출 의원으로 5시간 50분 동안 발언을 했다. 다만 지난 2016년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12시간 33분 필리버스터에는 못미쳤다.

이어 한국당 권성동(4시간55분), 한국당 김태흠(4시간53분), 민주당 김종민(4시간31분), 한국당 주호영(4시간), 한국당 전희경(3시간41분), 민주당 최인호(3시간30분), 한국당 정유섭(3시간2분), 민주당 홍익표(3시간), 바른미래당 지상욱(2시간49분), 민주당 기동민(2시간37분), 민주당 강병원(2시간37분), 정의당 이정미(1시간52분), 민주당 김상희(1시간36분) 의원의 순으로 발언시간이 길었다. 최단 시간은 한국당 유민봉 의원으로 45분에 그쳤다.

사흘간 진행된 필리버스터에서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정당성을 지적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누더기'라고 비판했다. 문 의장의 의사진행 방식도 편파적이라고 문제삼았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과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필리버스터로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여야가 거칠게 충돌하며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50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고성과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여야는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 사용을 위해 자리를 뜨는 문제를 놓고도 부딪혔다. 국회법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 규정은 없지만 필리버스터 도중에는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것이 원칙인 만큼 생리현상을 참아가며 토론을 이어가거나 일부 의원은 기저귀를 착용해 왔다. 이번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한국당 주호영 의원도 기저귀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 의원에 이어 두 번째 필리버스터에 나선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지난번에는 화장실을 허락해줬다고 한다"면서 2016년 2월 테러방지법에 대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당시 안민석 의원이 화장실을 다녀온 선례를 거론, 문 의장에 동의를 구한 뒤 화장실을 다녀왔다.
이를 놓고 한국당이 항의하자 문 의장은 "반말하지 마라. 의장이다. 그래도 당신이 뽑았다"며 "의장을 모독하면 스스로 국회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이어 세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바른미래당 소속 주승용 국회부의장에게 허락을 구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주 부의장이 화장실 요청에 즉답을 하지 않고 머뭇하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화장실을 못 가게 하느냐. (김종민 의원은 가고) 못 가게 하는 것은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라고 항의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야의 설전은 필리버스터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15번째 주자이자 마지막 필리버스터 주자인 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에서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 점을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고등학교가 정치 태풍지대로 변하고 전교조 교사들의 파행으로 학교 교육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만약에 잘못된 나쁜 후보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돈이나 살포하는 등의 행태가 벌어지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만약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렇게 애들을 폄하하면 안된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느냐"고 따지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뭘 사과하라는 거냐. 사과 못한다"고 거부했고 입씨름이 이어지는 와중에 문 의장은 임시회 회기 만료와 필리버스터 종결을 선언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제372회 국회 (임시회) 본회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종료되자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사진_뉴시스)

각 당은 필리버스터 기간 동안 조를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켰다. 민주당은 24시간을 9명씩 6개조로 나눠 본회의장 당번조를 편성해 본회의장 사수를 당부했다. 한국당 역시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을 지키는 조를 지역별로 편성해 해당 조가 본회의장을 오갔다.

3년 10개월 만에 재연된 필리버스터는 발언도 부실하고 소모적 공방으로 일관해 정치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나머지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예고했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임시국회를 잘게 쪼개는 ‘살라미 전술’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소한 1월 중순까지는 코미디 같은 국회가 이어지는 것이다.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도 예산 집행 근거가 되는 20건의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의 국회 통과가 마냥 지연되고 있다.

데이터 3법과 근로기준법, 대체복무 관련법 등 민생법안은 연내 국회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예산 부수법안이 연내에 처리되지 못하면 세입·세출 예산편성이 불가능해진다. 지역구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던 여야 의원들이 예산부수법안 통과를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여야가 진정 민생을 걱정한다면 선거법 처리에 앞서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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