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기도 민망한 은밀한 궁금증

“말하자면 터부는 나의 일용할 양식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나는 병원에서 늘 만난다. 그들은 오랫동안 홀로 괴로워했고 부끄러워했고…… 그래서 침묵했다. 내밀한 부위에 생긴 피부병, 가려운 엉덩이, 성병 의심, 침대에서의 문제. 그러나 사적인 터부를 말할 용기를 낸 사람이 마침내 지휘권을 손에 쥔다.” 

저자 옐 아들러|그림 카트야 슈피처|옮긴이 배명자|출판사 북레시피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피부 및 비뇨기과 전문의인 옐 아들러 박사는 사람들이 창피해하는 질병과 증상을 쉽고 재밌게 설명할 줄 안다. 시각(피부 잡티), 후각(체취), 촉각(생식기 감각), 청각(몸에서 나는 소리)의 구성으로 터부 주제를 이야기한 이 책의 1부에서는 몸에서 나는 냄새를 다루고 2부에서는 생식기와 성병 및 항문과 관련된 촉각, 3부에서는 손발톱무좀, 탈모, 사마귀, 간반 등 피부에 생긴 ‘결점’들, 4부에서는 코골이, 구토, 방귀 등 몸에서 나는 소리를 다룬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신체적 증상과 터부, 다시 말해 우리가 얘기하기 꺼리는 문제들이 옐 아들러 박사에게는 일상이다. 그녀는 이 모든 증상을 검진하고 환자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준다. 오랫동안 증상을 참고 견디며 침묵하다가 악화되었을 때 비로소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입에 올려야 하는 창피함과 더불어 심각한 병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 증상이 저절로 사라지기만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그러나 많은 경우 증상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기다릴 필요 없다. 옐 아들러 박사가 명쾌하게 해결해준다. 엉덩이 가려움증, 성병, 방귀, 변비, 다모증, 무좀 등에 관해 거침없이 설명한다. 증상을 인정하고,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늦지 않게 병원에 가도록 용기를 준다.

책의 서문에서 옐 아들러 박사는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은 용기를 주는 책이다. 나는 당신을 돕고 싶다. 섹스 중에 당신의 질이 열정을 식혀버릴 때, 식사 뒤에 당신의 위가 갑자기 시끄러워질 때, 그리고 발기가 제대로 안 될 때, 당신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설명하고자 한다.

” 『은밀한 몸』은 겉표지만이 아니라 속표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옐 아들러 박사는 여기서부터 특정 주제의 터부 깨기를 공격적으로 단행한다. 앞표지 안쪽에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그저 한 인간일 뿐!’이라는 제목하에 남자 나체 그림과 함께 은밀한 터부 부위가 명료하게 표시되어 있다. 

탈모, 구취, 겨드랑이 땀, 섬유종, 무좀, 발 냄새, 방귀, 음경 분비물, 닭살, 뾰루지, 귀지, 비듬. 그리고 뒤표지 안쪽에는 ‘여성스러운 멋진 다양성. 모두 완전히 정상이다!’라는 제목하에 다양한 모양의 여성 생식기를 적나라하게 그려놓았다. 

그 밖에도 책 속에는 중간중간 신체 부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상세하면서도 익살스러운 그림들이 곁들여 있어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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