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를 일군 기술의 초석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보통 사람들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들이 차례로 나타나서 세상을 바꾸는 서사에 익숙하다. 이런 서사에서 기술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갑자기 선을 보이고, 스스로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자라나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종국에는 사회를 바꿔놓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이 다름 아닌 인간 활동의 산물이고, 따라서 그것이 선을 보인 당대 사회의 성격과 한계를 그 속에 각인한 존재였다.” 

저자 김명진 | 출판사 궁리

[시사매거진=이미선 기자] 우리는 ‘낡은 기술’ 역시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을 때는 ‘최신의 첨단기술’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는 한다. 기술을 처음 접한 동시대 사람들은 그 속에 내포된 가능성과 잠재력에 종종 충격을 받거나 경이감을 느꼈고, 다양한 이유에서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했다. 

복잡다단한 과정 속에서 기술은 변형과 수용을 거쳐 자리를 잡았고, 이후 사회 구성원의 능력을 신장시키거나 행동을 제약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과거에 대한 이해는 첨단기술의 숲에서 길을 잃은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다. 

한때 새 기술이었던 낡은 기술에 예전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고 그것이 몰고 온 기회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살펴본다면, 오늘날 기술과 관련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과학기술사 저술가 김명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해 『세상을 바꾼 기술, 기술을 만든 사회』를 펴내었다. 근 20년 동안 대학에서 기술사 강의를 하며 학술 분야 집필과 번역을 해오던 저자가 자신의 전공인 서양 기술사를 살려 일반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기술 등장의 배경이 되는 당대 사회의 맥락, 기술의 발전 및 확산 과정, 동시대 사람들이 보인 반응과 태도 등을 균형 있게 서술하고자 했다. 자칫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과학기술사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내고자 한 저자의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과학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 기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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