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교향악단 제424회 정기연주회

▲ 줄리안 코바체프 협연 지휘자

[시사매거진]‘화려한 관현악법’과 ‘강렬한 피아니즘’을 한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제424회 정기연주회가 오는 22일 (금)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옛 대구시민회관) 그랜드홀에서 개최된다.

마에스트로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는 이번 무대에서는 찬란한 색채감을 뽐내며 관현악의 진수를 선보인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대표작 “셰에라자드”가 생동감 있게 되살아난다. 그리고 강렬한 도입부가 인상적인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파일마이어가 협연한다.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의 한 사람인 림스키코르사코프는 특이하게도 해군사관학교 출신이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서양음악은 접했지만 음악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독학하다시피 음악을 익혀 발라키레프의 권유로 21세에 발표한 첫 교향곡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뒀다. 이후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본격적으로 작곡가 겸 지휘자, 음악교수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그만의 악기 운용으로 새로운 관현악법을 제시했고, 그 대표작이 “셰에라자드”다.

이 곡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연주되며, 그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하다. 곡의 제목 ‘셰에라자드’는 작자 미상의 아라비아 설화집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술탄 샤리야르의 왕비 이름이다. 여성에 대한 불신으로 매일 밤 새로 맞이하는 아내를 죽이던 샤리야르 왕에게 셰에라자드는 1001일 동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다. 이 곡의 출판 악보에도 이 같은「천일야화」의 줄거리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표제 음악적 성격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악장별 제목은 없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작곡한 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도 “셰에라자드”에 특별한 표제는 없다고 밝혀 놓았다. 다만, 제1악장은 전주곡, 제2악장은 이야기, 제3악장은 몽상, 제4악장은 동방의 축제와 춤, 바그다드 사육제의 풍경을 그린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곡은 이렇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커다란 두 주제가 서로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서 마치 하나의 작품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서 두 주제란 위풍당당한 왕 샤리야르와 사랑스럽고 온화한 왕비 셰에라자드를 나타낸다.

비록 공식적인 표제는 없지만 이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곡자의 설명과 곡의 분위기로 미루어 종종 제1악장은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 제2악장은 칼렌다르 왕자의 이야기, 제3악장은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마지막 악장은 바그다드 축제, 바다, 청동 기사의 어느 바위에서의 난파, 종곡으로 해설되기도 한다. 해군으로 바다를 누비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경험 덕분인지 1악장과 4악장에 등장하는 바다는 매우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또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가 적재적소에서 활약함으로써 등장인물의 개성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있어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한편, 이날 전반부는 노르웨이 국민음악의 기틀을 다진 작곡가 그리그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을 오스트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파일마이어의 연주로 감상한다. 그리그는 1866년 23세의 나이로 크리스 차이나 필하모니 협회의 지휘자가 되었고, 이듬해 결혼해 1868년 부인과 첫 딸을 데리고 덴마크 코펜하겐 외곽의 별장에 머물며 행복한 생활을 이어나갔다. 이 무렵 완성한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노르웨이 민요풍의 청순한 선율, 신선한 화성, 절묘한 리듬 등 소재가 탁월하고, 특히 작곡 당시 그의 행복감이 반영된 듯 생기발랄한 정열이 넘친다.

특히 그리그 자신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피아노의 성능과 기교가 충분히 발휘된 동시에 자유분방하면서도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표현되어 있다. 1869년 이뤄진 초연은 대성공을 거뒀고, 당시 피아노 독주자였던 에드문트 노이페르트에게 헌정되었다. 이 협주곡에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했던 리스트와 얽힌 일화도 전해진다. 1870년 그리그가 로마 여행에서 59세였던 리스트를 만나 그에게 이 곡의 악보를 보여주었고, 초견으로 연주를 마친 리스트는 “이것이 진정한 북유럽”이라며 그리그를 극찬했다고 한다.

처음 시작되는 주제부는 노르웨이의 민속음악 음정과 음계에 기초하고 있다. 팀파니의 크레셴도에 이어 강한 합주와 함께 독주 피아노가 등장한다. 이때 피아노의 강렬한 연주는 일명 ‘그리그 사인(Grieg's sign)’으로 불리는 유명한 도입부이다. 제2악장인 아다지오에서는 매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고, 제3악장은 론도 소나타형식을 토대로 한 자유로운 구성으로 전 악장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독주 피아노의 자유로운 노래와 관현악과의 아름다운 조화가 돋보인다.

이 곡을 연주하게 될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파일마이어는 오스트리아 외교부 선정 아티스트로 대구시향과의 이번 공연이 그의 한국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풍부한 감성과 섬세한 표현”, “침착하고 편안한 연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플로리안 파일마이어는 오스트리아 그라두스 아드 파르나숨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 및 클래식 음악상, 독일 베르니게로데 노이에 스턴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 제27회 스페인 페롤 국제피아노콩쿠르 2위, 미국 뉴올리언스 국제피아노콩쿠르 2위 등 젊은 나이에 유수의 콩쿠르에서 상위권을 석권했다.

린츠 안톤 브루크너 사립대학과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수학하였고, 빈 콘체르트 하우스, 빈 음악협회, 린츠 브루크너하우스 등 오스트리아 주요 공연장에서 정기적으로 연주해 오고 있다. 2014년 1월 잘츠부르크 페스트슈필하우스에서 데뷔했고, 이후 솔리스트로 루이지애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린츠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바 있다. 솔로 활동 외 그의 남동생인 클라리네티스트 벤자민 파일마이어와 듀오를 이루며 실내악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 클래식 음악팬들과 첫 만남을 앞두고 있는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파이마이어는 “새로운 관객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쁘고 설레면서도 무척 긴장된다. 특히 한국에서의 데뷔 무대인만큼 훌륭한 연주로 대중에게 각인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는 한국에서도 클래식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라고 들었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를 비롯해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데뷔 무대를 갖게 되어 영광이며, 성공적인 무대로 뜨거운 관심에 보답해 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대구시향 “제424회 정기연주회”는 일반 A석 1만 6천 원, B석 1만 원이며, 국가유공자, 장애인(1~6급) 및 장애인 보호자(1~3급), 만 65세 이상 경로, 학생(초·중·고·대학생)은 확인증 지참 시 50% 할인 된다.

공연 전일 오후 3시까지 전화(1544-1555) 또는 인터넷(http://ticket.interpark.com)으로 예매 가능하고,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www.dgconcerthouse.org)와 삼덕 지구대 맞은편에 위치한 dg티켓츠(053-422-1255, 월요일 휴무)에서 구입 시 1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단, 모든 할인의 중복적용은 불가하며, 초등학생(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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