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시사매거진 전북본부 논설실장

[시사매거진/전북=이동우 논설실장]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절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한 사람을 데려와서 링컨에게 추천하며 적당한 일에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링컨은 그 추천한 사람을 바라보더니, 그 자리에서 거절한다. 친구가 그 이유를 묻자 링컨은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네.’

잘 알려진 일화(逸話). 사람은 살아가면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자기 얼굴만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쓰는 말과 글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말과 글에도 그 사람의 삶과 인품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기 얼굴뿐만 아니라 말과 글도 함께 관리할 줄 알아야 비로소 겉과 속이 같은 인품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세상이 천국도 극락도 아닌 까닭에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힘들게 살아간다. 옛날 우리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나 문명적으로 훨씬 윤택하고 편안한 세상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 혹시 자기 이익, 자기 본능만 충족시키려 하는 이기심때문은 아닐까?

이기심은 좁은 마음의 소산이다. 이기심으로 살면 자꾸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고 충돌이 생기게 되어 결국은 자신에게 해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이기심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많은 현인(賢人)들은 내려놓으라고 권면한다. 이를 선가(禪家)에서는 내 것에 매달려있는 어리석은 아집으로부터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뜻의 방하착’(放下着)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내려놓음을 나만 희생하고, 참고,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라, ‘내려놓음내 안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 가는 일이다. 즉 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 한다는 것이다. 내 안의 아집과 독선 그리고 탐욕을 비워야 본래부터 내 안에 있는 가능성과 지혜가 그 빈 공간에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다. 나를 내려놓음으로써 자유롭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되는 원리인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되돌아보자. 자신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오류투성이였는지를 아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를 내려놓을 때,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다. 너무 힘들 때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내려놓아보자. 그리고 나를 가만히 지켜봐주자. 그리고 자신을 안아주자. 이해하고 인정해주자. 분명히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평안해 질 것이다.

한 때 장안에 히트였던 유행가 중에 가수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가사에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다는 내용이 있다. 의미심장한 가사이다.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필자와 독자를 위해 소개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다.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거야. 부는 바람도 공짜, 하늘에 뜬 흰구름도 공짜,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도 공짜, 눈부신 햇살도 공짜였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의 자태도 공짜, 그 꽃이 풍기는 향기도 공짜였다.

우연히 만난 아이의 환한 웃음도 공짜,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도 공짜였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다 공짜다. 사랑, 우정, 의리, 신뢰 등은 천만금을 주어도 살 수 없다. 그 대신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온 마음을 쏟지 않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아침에 시린 공기도, 숲길을 걷는 것도,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책방에서 뒤적이는 책들도, 거리 시원한 미인의 몸매도, 아무 바람 없는 친절도, 시원한 나무 그늘도, 인생에서 진실로 좋은 것은 다 공짜다. 돈으로 살 수 없고, 숫자로 헤아릴 수 없고,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진정 존엄하고 아름다운 것.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소설가 전진우의 유쾌한 인생중에서>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