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발암물질이 비료 원료로 사용
주민 99명 중 22명 발병해 17명 사망
환경단체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공급한 KT&G도 책임’

‘익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가 14일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렸다.

[시사매거진/전북=오운석 기자] 익산시 장점마을은 90여 명이 살아가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22명(주민 주장 30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한 원인은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으로 밝혀졌다.

14일 환경부는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익산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를 통해 마을 인근 ‘금강농산’이 비료를 만들기 위해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이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집단 발병과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것은 환경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한 첫 사례다.

금강농산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 가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날려 주민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 비료 제조 과정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은 연초박에 함유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등이다. TSNAs에 함유된 NNN(Nicotine-nitrosamine nitrosonornicotine)과 NNK(N-nitrosamine ketone)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간암과 식도암, 자궁경구암 등을 일으킨다.

PAHs도 폐와 피부에 암을 발생시키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포함돼 있다.

특히 회사 측은 발암물질을 거를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연초박을 이 회사에 판매한 KT&G는 지금까지 ‘연초박은 식물성 성분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처리업체와 가열처리 공정 없이 퇴비로 활용할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사후 관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북도내 환경단체들은 ‘연초박을 고열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폐기물이 나오기 때문에 (연초박을 공급한) KT&G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날 장점마을 주민 건강 영향조사 결과도 발표했는데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2017년까지 22명의 암 환자가 발생해 전체 암 발생률은 일반지역보다 1.99배 높았다. 담낭 및 담도암은 15.24배였으며 피부암은 11.6배였다.

조사와 별도로 주민들은 피부질환이나 우울 증상, 인지기능 저하 등도 호소하고 있다. 장점마을에서는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저수지의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기도 했다. 연초박이 인간은 물론 자연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금강농산은 2009∼2015년 TSNAs가 함유된 연초박을 KT&G 신탄진공장 등에서 무려 2천t 넘게 반입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수년간 ‘연초박이 암 발병의 원인’이라는 주민의 주장에 대해 익산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금강농산에 환경 우수상을 주기도 했다”면서 "주민 20여 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지금도 6명이 투병을 하는 만큼 익산시와 KT&G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