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에서 출판기념회…“시는 내 인생 또 하나의 숨구멍”

이명덕 시집 '사당동블루스'

[시사매거진=박준식기자] 열 달쯤 창가에 매달려 있어도 함부로 썩지 않겠다는 각오로 견디다가, 어느 날 이렇게 참았노라고 파란 싹으로 톡톡 코끝을 쏘며 새 생명으로 탄생하는 마늘(시 ‘마늘씨’에서).

그 마늘처럼 인생의 곡절을 이겨내며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오다 시로서 독자들의 가슴을 여운있게 톡톡 쏘아내는 시인이 있다. 최근 네 번째 시집 ‘사당동 블루스’를 출간한 우향(旴鄕) 이명덕.

이명덕 시인은 가을이 여물어가는 14일 자신이 운영하는 사당동 음식점에서 자신의 시를 진정 음미하여 주고, 격려해주는 지인들과 함께 제4집 ‘사당동 블루스’ 작은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시인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지금 경영하고 있는 ‘비어 블루스’의 시끌벅적한 홀을 오가며 단골들과 인사 나누는 활기 발랄한 경영자의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청순하고 맑은 영혼으로 시적 영감을 얻기 위해 뮤즈와 입맞춤하는 시심 가득한 소녀의 얼굴이다. 

우향은 사당역 근처에서 30여 년 동안 일식집, 커피숍, 호프 음식점을 경영해 왔다. 일식집을 하던 시절에 문인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었다.

당시 자주 일식집을 다니시던 미당 서정주 선생이 우향의 시적 재질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녀의 습작을 보신 미당 선생께서는 “이 여사님은 까닭이 있는 여인이다”며, 그윽한 미소를 지으시며 “시를 본격적으로 써보라”고 권했다.

이 권유가 발단이 되어 그간 휴화산으로 잠자던 시심의 마그마가 용출하기 시작한 것. 나름 굴곡있는 인생을 살면서 느끼고 겪었던 기쁨과 고뇌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 작업에 열중했다.

1997년 ‘현대시학’을 통해서 시인 등단했으며, 시적 능력을 조탁하기 위해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거쳤다. 등단 이후 6여 년의 각고 끝에 2003년 첫 번째 시집 ‘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를 새싹을 발아시키는 마음으로 세상에 내 놓았다.

첫 시집부터 독자들에게서 예상 밖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09년에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 2016년 ‘스펑나무 신전’을 출간했으며, 최근에 제4집 ‘사당동 블루스’를 출간하게 된 것.

누구에게나 인생의 곡절이 있듯이 우향에게도 삶의 태풍은 피해가지 않았다. 결혼 후 남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으며 살았던 행복의 궁전은 7년 만에 전환기를 맞았다. 남편의 사업이 한순간의 사고로 용오름이 한 가정을 집채를 빨아들이듯 짓밟고 지나갔다.

이명덕 시인은 “상처가 언어의 빛을 만들고 별이 된다는 말을 믿는다”며, “나의 상처가 끝까지 남아서 나를 지키는 음악이 되고 한 리듬에 누구든 끼어들어 함께 춤추는 그런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제4집 ‘사당동 블루스’의 출판 감회를 말했다.

우향(旴鄕) 이명덕 시인

시인의 시작 활동은 미당의 시구대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처럼 역경을 딛고 다시 세상에 일어서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우향은 “시는 내 인생 또 하나의 숨구멍이다”라고 정의했다.   

이명덕 시인은 자신의 시작 활동을 설명하면서 '천의무봉 (天衣無縫)'을 자주 거론했다. 시인은 한편의 시를 쓰기위해 1개월, 1년도 붙잡고 내적 자아와 언어 세계의 사투를 벌인다.

그러고도 발표하지 못하는 미완성들도 허다하단다. 그런데 어쩌다 가끔은 단번에 완결성 있는 시를 쓰기도 한단다. 마치 선녀의 옷에 바느질 한 자리가 없는 것처럼.

‘블루스’는 느리고 슬픈 노래와 춤이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미국으로 끌려와 목화밭에서 노동하면서 아프리카 음악 전통을 유럽의 음악과 접목해 탄생시킨 음악장르이다. 우향은 블루스가 자신의 삶과 공통점이 많아 애정이 많다고 했다. 

이명덕 시인은 “사람과 사람들 사이를 살아내는 일은 잔잔하게 떨리는 진동이다. 그 진동들이 우리의 일상의 원동력”이라며, “그 원동력을 가지고 서툴지만 미약한 몸짓으로 추는 삶의 춤이 바로 ‘사당동 블루스’로 승화되었다”고 말했다.

시인은 향후에 다윗처럼 기도의 시를 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 뜨는 마을’이라는 의미처럼 ‘우향’은 벌써 앞으로의 제5집을 향해 시심의 에너지를 응축하며 해 뜨는 시의 마을을 향해 날갯짓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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