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라면서.. 매년 버려지는 반려 동물 증가
- 커져가는 ‘반려동물 시장’처럼,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필요

[시사매거진 259호=최지연 기자] 최근 고령화,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인해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함께 사는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반려동물이라 칭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을 넘어가면서 오늘날 우리사회는 ‘반려동물 천만시대’라고 불린다. 한편 나날이 커져가는 ‘반려동물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는 '수준 미달'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에 반려동물 천만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살펴보고자 한다.

‘반려동물 천만시대’, 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을 넘어가면서 붙여진 말이다. 국민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령화,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인해 단독주택, 아파트, 원룸 등에서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반려동물 시장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의 인기에 발맞춰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결과 2010년에는 1조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산업이 올해 3조원에 육박하며, 매년 더욱 성장해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의 변화와 사회상을 파악한 '2018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는 6.90점(10점 만점 기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가구 10곳 중 2곳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_뉴시스)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이 된 ‘반려동물’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인구수만 늘어나고, 관련 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다. 과거에 흔히 사용하던 '애완동물' 또는 '펫(Pet)' 이라는 단어는 점차 '반려동물'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산의 일부이자 소유물, 살아있는 장난감 등의 정도로 여겨지며 사람에게 귀여움을 받고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에서 ‘애완동물’이라는 명칭이 자주 쓰였다. 
그러나 동물이 장난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반려동물’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함께 사는 동물을 존중하며 가족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동물을)기른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자식을 대하듯 '(동물을)키운다' 또는 '(동물과)함께 산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거나 여행을 가는 모습 등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월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 위치한 몰리스펫샵에서 카카오프렌즈 반려동물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반려동물용품 전문점 몰리스펫샵이 국민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반려동물 용품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사진_뉴시스)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와 관련된 시장 규모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려시장 규모는 매년 1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1조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산업은 2018년 2조3000억 원에서 매년 10%대의 성장하며 2022년 4조1000억 원, 2027년 6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시장에서 사료나 반려동물 용품들은 고급화·웰빙 제품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IT기술을 결합한 서비스 제품들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사료나 반려동물 용품은 물론, 펫택시, 장례 대행 등 펫산업의 양적 팽창과 함께 신종 상품 및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서비스로는 반려동물 전문 훈련소·유치원과 장묘업체이다. 반려동물 전문 훈련소·유치원은 현재 전국 300여 곳에 달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스쿨버스·스파 등의 추가 서비스까지 신청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장묘업체는 적게는 십만 원대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은 일자리 창출과 창업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숫자는 2017년 기준 874마리에서 2027년 1320마리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파생되는 일자리 규모는 2017년 3만2000개에서 2020년 4만1000개로 3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009년까지 전국적으로 2,900여 곳이었던 동물병원이 불과 5년 만에 3,600여 곳으로 늘어나면서 창업시장이 활성화 되었으며, 수의사는 미래의 유망 직종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반려동물수제간식전문가, 반려동물교감사, 도그워커, 펫로스상담사, 펫택시매니저 등 반려동물 관련 직업들도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과는 달리,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수준 미달'이자 '함량 부족'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문화’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1월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동물보호단체 만행 규탄 집회'에서 전국육견인연합회 회원들이 '안락사가 동물보호냐', '식용견, 반려견을 구분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_뉴시스)

 

짙어지는 그림자.. 반려동물 학대·유기 매년 증가
이러한 화려한 성장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반려동물이 사회에 확산되면서, 어두운 그림자 또한 점차 넓어지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학대하고 유기하는 등의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 이는 미비한 국내 제도와 미성숙한 반려 문화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제주시에서 자신이 기르던 개 2마리에게 목줄을 채운 뒤 훈련 명목으로 자동차에 묶고 달린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기르던 개를 학대한 50대 남성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한 고양시의 한 PC방 업주는 고양이 목 졸라 기절시키고 바닥에 내동댕이친 채로 발로 밟는 등 동물학대 혐의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2017년 한 해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접수된 1930건의 제보 중 동물학대는 763건으로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동물보호법 위반 기소 송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 송치된 인원은 총 1908명으로, 2014년 262명에서 2018년 592명까지 5년 새 무려 2.2배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동물학대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동물학대 재발방지와 생명 존중을 깨닫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대 외에도 반려동물 유기 사례 또한 매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 마리다. 동시에 작년 한해에만 전국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반려견은 9만 마리다. 반려동물 입양 수만큼 반려동물이 유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유기된 동물들이 보호소에 구조될 경우 보호 중에 운이 좋게 입양될 수도 있는데, 이는 30%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유기 동물들은 보호소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를 당하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6년 동안 총 41만5514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고, 그중 25%에 달하는 10만3416마리가 안락사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체계적이지 못한 유기동물 보호시스템이 반려동물 유기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며, 유기동물의 안락사 비율이 높다는 점도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사진_뉴시스)

반려동물 유기 예방·처벌 강화해야
해외의 경우 안락사를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유기동물 관련 업무는 동물보호 단체가 일임 받아 진행한다. 노킬(No-Kill)정책을 펼치며 유기동물을 보호·관리하는데, 동물보호소를 통한 입양율도 매우 높은 편이다. 
프랑스는 반려동물을 분실해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반려동물이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칩을 삽입하도록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고의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면 약 4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 분실·유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동물등록제'는 2014년 전국적으로 의무화되었다. 하지만 등록률이 30% 수준으로 저조하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한테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그 의도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지자체의 동물보호 전담인력 부족으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적으로 적발된 동물 유기 건수는 15건에 불과하다.
이에 동물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최근 실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동물 유기를 '학대'에 포함시켜 과태료를 벌금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_뉴시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
반려동물을 진정한 인생의 반려자로 대하는 성숙한 인식도 필요하다. 또한 반려동물을 고려할 때 신중한 태도도 필요하다. 단순히 귀엽다는 것 외에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 시간 등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한다.
지난 1990년대 경제 성장과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반려동물 산업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국내 유기동물 문제가 심각히 발생하여 관련 산업 또한 심각한 불황을 맞게 되었다.
현재 정부는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하면서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 분야들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에 발맞춰 국내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러한 문제가 국내에서 언제든지 재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국가차원에서 국내 반려동물 붐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의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체계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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