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시키면 그저 그대로 행동하면 돼! 한 달 동안 펼쳐지는 오직 나만의 세상
-무엇을 위한 여행인지에 대한 대답을 바로 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즐거울 ‘태국에서 한 달 살기’

태국 농눅빌리지 (사진_정용일 기자)

 

[시사매거진 259호=정용일 기자] 오래전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해외여행은 이제 대중화가 되어 해외로 눈과 몸을 돌리는 여행자들의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해외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국민들의 소득수준 향상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국내 여행의 경우 전체적인 물가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거리상으로 멀리 않은 동남아시아의 경우 오히려 국내여행보다 여행비용이 적게 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저가항공사들로 인해 항공료 부담이 현저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여행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보름 혹은 한 달 씩 중장기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을 35일에서 46일의 일정으로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즘은 정해진 짧은 일정 안에서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이 정신없이 바쁘게 이리저리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패키지 여행스타일에서 벗어나 넉넉한 여행기간을 무기삼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먼 외국에서 현지인의 삶을 경험해보려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해외를 나가보면 상당수의 외국인들은 한 달 동안 한 지역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의 휴가문화는 대한민국과는 너무나 다르기에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여행자들은 그들처럼 중장기로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고 싶은 욕구가 쌓이게 시작했으며, 그 욕구가 요즘 새로운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여행트렌드인 바로 외국에서 혼자 한 달 살기라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심지어는 삶에 있어 버킷리스트 1순위가 외국에서 한 달 살기라 말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가 아닌 일반 직장인의 경우 해외에서 한 달 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여행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정도의 배짱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금전적인 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그저 꿈만 같은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사매거진은 한 국가를 정해 본지 기자가 직접 한 달을 살아보고 느낀 점들을 솔직담백하게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체험 국가는 매 년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나라인 태국으로 정했으며, 체험 도시로는 파타야방콕으로 정해서 각 도시별로 보름씩 총 한 달을 살아보기로 했다.

그럼 지금부터 외국에서 한 달 살기- In Tailand(Pattaya & Bangkok)’을 시작한다.

 

태국 황금절벽사원, 본지 정용일 기자 (사진_정용일 기자)

 

파타야에서 시작된 한 달 살기

공항주차장의 한 달 주차요금에 대한 요금폭탄을 피하고자 집 앞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편하게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한 후 출국수속을 마친 후 설레임 가득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비행기에 탑승 후 530분을 날아 현지시각으로 밤 1130분에 태국의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했다. 업무적인 이유로, 또는 단순 여행을 목적으로 수도 없이 세계 각국을 다녀봤지만 해외에서 혼자 한 달을 살기 위해 떠나보기는 처음이기에 비행기 안에서 오는 내내 무척 설랬다. 그렇게 도착한 태국은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참고로 태국은 9월에서 10월이 우기에 속하기 때문에 비가 자주 내린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내리는 건 아니고 스콜성 비가 많이 때문에 여행하는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어쨌든 그렇게 도착한 공항에서 새벽 1시쯤 택시를 타고 파타야에 도착하니 새벽 230분 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나서야 ~ 드디어 파타야에 왔구나! 이제 정말 혼자 한 달을 살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간단한 샤워 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잔 것 같았지만 눈을 떠보니 오전 630. 고작 2시간 30분 잤다. 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 밝은 파타야의 모습이 궁금했고 호텔 조식이 궁금했고 호텔 내부 등 모든 것이 궁금해서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호텔 조식은 언제가 옳다! 아침에 일어나 누군가 맛깔난 음식들을 매일 차려주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친 후 곰곰이 생각했다. “밥도 먹었겠다... 이제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무얼 하지?”

고민을 길지 않았다. 파타야의 모든 관광지를 걸어서 다니기로 결심했다. 구글맵에 여러 관광지들을 검색하니 짧게는 편도 5km에서 멀게는 편도 24km까지 나왔다. 평소에 걷고 뛰기를 자주 하는 편이라 걷기는 자신 있었다.

가고 싶은 관광지가 8곳 정도 됐다. 일단 배낭에 생수, 초코바, 물수건, 스포츠타올, 핸드폰 삼각대, 수영복 등을 챙겨 배낭을 메고 오전 9시에 호텔을 무작정 나섰다. 이때부터가 한 달 살기의 본격적이 출발점이었다. 

진리의 성전 (사진_정용일 기자)

 

무더위와 매연은 또 하나의 적

첫 트레킹 목적지는 진리의 성전으로 정했다. 파타야비치로드에서 편도 6km거리인 진리의 성전은 웅장한 성전 전체가 목조로 이뤄진 곳이다. 6km 거리는 일반 성인 보폭 기준으로 대략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천천히 걸어도 푹푹 찌는 태국의 날씨 탓에 30분만 걸어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또 한 가지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오래된 차들이 뿜어내는 매연이었다. 태국은 노후된 차량들이 길거리에 가득하며 그러한 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은 생각보다 여행자들을 괴롭히는 요소로 꼽힌다.

무더위와 매캐한 매연냄새, 짊어진 배낭의 무게는 무더위 속 걸음걸이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터벅터벅 걷다보면 어느새 진리의 성전 입구인 커다랗고 흰 돌로 만들어진 입구가 보이고 입장 티켓을 구매한 후 들어간다.

파타야 대부분의 관광지는 보통 한국 돈으로 2천원에서 6천원 사이다. 성전을 향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 보이는 웅장한 자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할 수준이며 힘들게 걸어온 피로감이 단번에 사라질 정도의 웅장함이다.

성전을 한 바퀴 둘러보고 사진촬영을 마친 후 다시 호텔로 돌아와 흠뻑 젖은 몸을 씻은 후 호텔에서 도보 3분 거리인 파타야비치를 구경했다. 하지만 곧바로 드는 생각은 정말 별로다. 마치 우리나라의 동해바다를 보는 것 같다. 아니 어찌 보면 동해바다가 더 깨끗하다고 해야 할까. 사이판이나 괌에서 경험했던 에메랄드 및 바다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물이 탁하고 모래사장은 그리 깨끗하지 않다.

워킹스트리트 (사진_정용일 기자)

 

바닷물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물 위에 떠있는 수많은 요트들과 패러세일링을 하는 풍경들 뿐... 그래도 파타야는 역시 파타야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파타야비치에 물놀이를 하러 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물놀이 목적보다는 파타야비치 앞에, 또는 그 주변에 조성된 관광인프라들, 수없이 많은 음식점들과 펍, 상점들이 연출하는 세계적인 휴양도시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즐기러 오는 것이다.

파타야비치 주변은 밤이 되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낮과는 전혀 다른 유흥과 환락의 도시로 변한다. 어느 곳에서든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고 세계 각 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유흥을 즐기며 분위기는 한껏 달아오른다. 밤에 파타야의 랜드마크인 워킹스트리트에 가보면 그 절정을 만끽할 수 있다. 진리의 성전을 다녀와 그렇게 파타야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첫 날을 보냈다.

파타야전망대 (사진_정용일 기자)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파타야 전경

저렴하게 맛보는 풍부한 해산물

둘째 날, 역시나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오전 8시에 배낭을 메고 호텔을 나섰다. 이번 목적지는 파타야전망대다. 편도 거리는 4.5km로 어제와 마찬가지로 멀지 않은 거리다. 구글맵을 켜고 파타야비치 로드를 지나 걷다 보면 오르막길이 나온다. 작은 산을 오르는 듯 하다.

날이 무더워 그런지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숨이 매우 차오른다. 그렇게 오르막길을 300m 정도 오르다보니 산 정상이 보이고 그곳이 파타야전망대가 위치한 곳이었다. 전망대에서 파타야비치가 한눈에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충분히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도 있고 시원한 음료 한 잔 마시며 앉아서 바라보는 파타야비치는 멀리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 그렇게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내려와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파타야수산시장을 가기로 마음먹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전망대에서 파타야수산시장까지의 거리는 편도 13km. 꾀나 먼 거리다. 하지만 비장한 각오로 걷기 시작한다.

한참을 걸었다. 3시간 30분을 정말 열심히 걸었다. 도착한 수산시장은 우리나라의 바닷가에 위치한 수산시장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한국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코코넛크랩 등 다양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해 구워먹을 수 있다. 수산시장 바로 옆에는 바다가 있고 드넓은 갯벌이 있어 식사를 마친 후 잠깐 바다를 보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이제 다시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침부터 이미 무더위에 18km를 걸어온 상태라 걸어서 돌아가기에는 버겁다. 때문에 파타야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인 썽태우(미니버스)’를 탔다. 요금은 10바트, 단 돈 400원이다. 파타야에서 부담 없이 이동하기에 썽태우는 정말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그렇게 썽태우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파타야수산시장 앞 바다 (사진_정용일 기자)

 

작은 파타야로 불리는 좀티엔비치

파타야의 또 하나의 명소 파타야수상시장

셋째 날은 좀티엔비치를 가보기로 했다. 편도 8km의 거리다. 2시간 가까이 걷다보니 좀티엔비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한 그곳의 분위기는 파타야비치와는 사뭇 달랐다. 좀티엔비치는 미니파타야비치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어제 다녀온 바파탸전망대가 있는 작은 산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파타야 비치이며, 왼쪽이 좀티엔비치다.

우선 파도가 좀 더 높고 물이 파타야비치보다는 조금 더 깨끗하다. 그리고 좀티엔비치 주변에는 서양 사람들과 러시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때문에 좀 더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다만 밤에는 다소 조용한 편이기에 시끌벅적한 밤 분위기를 즐기려면 택시 및 썽태우를 타고 파타야비치까지 이동해야 한다.

비치에 도착해 썬베드에 누워 1시간가량 숙면을 취했다. 정말 달콤했다. 잠에서 깨니 출출해서 해변가 앞 식당에서 든든하게 점심식사를 마친 후 다시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피로가 누적되니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항상 무겁기만 하다.

넷째 날 도전한 목적지는 파타야수산시장이다. 동남아국가를 여행하다보면 항상 나라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수상시장이다. 파타야수상시장까지의 거리는 편도 12km. 호텔에서 출발해 터미널21을 지나 인도를 30분가량 걷다보면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오로지 직진만 하면 수상시장이다. 어찌 보면 트레킹 중 마주치는 아기자기한 로컬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없는 지루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가장 큰 고통은 따로 있었다.

드넓은 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차량들이 뿜어내는 매연들이다. 도로 옆 인도를 걷는 내내 매캐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참고 걷는 수밖에... 그렇게 앞만 보며 대략 3시간 쯤 걸었을까... 건너편에 파타야수상시장이 보인다. 참으로 고난의 길이었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 후 들어간 수상시장의 모습은 나름대로 신선하고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다.

또한 수많은 인파에 쉽게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배가 고팠지만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입맛이 없고 속이 매스꺼웠다. 그래서 식사는 하지 않고 구경 후 다시 밖으로 나왔다. 호텔로 돌아갈 생각에 까마득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비가 내린다. 어쩔 수 없이 썽태우를 타고 가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웃으며 말한다. 수상시장 앞에서 파타야비치까지 가는 썽태우 노선이 없다. 그래서 별도의 가격 흥정을 통해 단독으로 타고가면 된다. 썽태우 기사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100바트를 깍아 200바트(대략 8천원)에 가기로 합의하고 처음으로 거금의 교통비를 들여 썽태우를 타고 무사히 호텔로 복귀했다. 점점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경미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타파야수상시장 (사진_정용일 기자)

 

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정원

다섯째 날 아침 조식을 먹은 후 물집이 잡힌 두 개의 발가락에 밴드를 붙인 후 야심차게 정한 목적지는 농눅빌리지. 개인적으로 가장 가고 싶었던 장소였다. 가는 경로는 수상시장과 똑같았다. 다만 수상시장을 지나쳐 앞으로 지루하게 더 걸어야만 했다. 편도 거리는 자그마치 24km에 달한다. 각오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정말 힘겨운 여정이었다.

어제 갔던 수상시장이 보였고 그곳에서 무려 12km를 더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 무념무상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계속 걸었다. 그렇게 5시간을 걸었을까... 드디어 농눅빌리지 안내표지만이 보였다. 큰길에서 좌회전을 하니 바로 정원 느낌이 물씬 풍겼다. 구글을 보니 거기서부터 5km를 더 걸으라고 나온다. 1시간을 더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마지막 힘을 내서 걸었다. 한 가지 좋았던 좀은 이 5km의 구간은 처음 걷는 길이고 매우 한적한 도로였다. 너무 더운 나머지 웃옷을 벗은 채로 걷기 시작했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1시간가량을 걸으니 드디어 웅장한 규모의 주차장과 티켓박스가 보였다. 모든 것이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안에 들어서자 처음으로 방문객들을 반기는 것은 거대한 코끼리들이었으며 정말 아기자기하면서도 웅장한 규모의 정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 하나하나가 정말 귀엽고 마치 천국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농눅빌리지의 하이라이트는 눈앞에 보이는 앞이 시원스럽게 확 트인 메인정원의 전경이다. 보는 순간 와~ 하면서 연신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정말 멋지고 황홀할 지경이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정원이라는 농눅빌리지의 이 메인 풍경은 정말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원 규모가 워낙 넓어서 한 바퀴 구경하는데 시간이 꾀나 소요된 것 같았다. 한참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정원을 나와 다시 5km 구간을 걷는데 역시나 피로감이 몰려온다. 1시간을 걸어 큰길가로 나온 후 최대한 호텔에서 가까운 곳까지 가기 위해 썽태우를 타려고 기다렸지만 이 지역은 썽태우 잡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한 3km정도 걷다보니 뒤에서 지나가는 썽태우가 나에게 올라타라는 신호로 빵빵거린다. 그렇게 어렵사리 올라 탄 썽태우가 얼마나 반갑던지... 1시간 정도를 달리다 내린 후 호텔까지 다시 5km를 걸었다. 이 날 밤 호텔로 돌아가 거의 기절한 것 같았다.

좀티엔비치 (사진_정용일 기자)

파타야의 큰 개들은 특히 조심하자

20억 원어치의 금으로 만든 황금절벽사원

여섯째 날... 누적된 피로에 하루 쉬자고 다짐했지만 아침식사 후 매일같이 배낭을 메고 호텔을 나섰던 것이 습관이 된 여느 때처럼 또 다시 배낭을 메고 호텔을 나섰다.

이 날의 목적지는 황급절벽사원이며, 편도 이동거리는 하루 전 다녀온 농눅빌리지와 같은 24km. 강행군이다. 전 날 총 33km를 걸었으니 이 날도 34km는 걷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동경로 또한 거의 비슷했다. 파타야수상시장과 농눅빌리지의 중간지점 큰 도로에서 죄측으로 꺽어 6km 가령 직진하면 된다. 그토록 지루한 8차선 도로 옆길을 무려 3번이나 걸을 줄은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가기로 한 이상 무조건 앞만 보고 걷기 시작했다. 태국같이 더운 나라에서 편도 24km의 구간을 걷는다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군다나 6일 째 100km 이상 걸었기 때문에 누적된 피로감은 육체를 더욱 힘들게 했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큰 개들은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 파타야에는 어디를 가든 길거리에서 너무나 자주 큰 개들과 마주친다. 낮에는 개들도 더워 축 늘어져 잠을 자거나 하지만 밤에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특히 파타야 중심권을 벗어난다면 큰 개들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아무튼 무더위와 싸우며. 탁한 매연 냄새와 싸우며, 사방천지 길거리에 즐비한 큰 개들을 피해가며 열심히 또 열심히 걷고 또 걸어서 5시간을 넘게 걸어서야 도착한 황금절벽사원. 그간 누적된 피로감에 걸음걸이는 더욱 느려지고 소요 시간도 당연히 길어졌다.

태국 궁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산을 깍아 절벽에 20억 원치 순금으로 만들었다는 황금절벽사원의 위용은 대단했다. 그리고 별도의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너무나 먼 길을 힘들게 걸어왔던 터라 절벽사원을 더욱 천천히 자세히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구경꺼리는 없기에 1시간 정도 벤치에 누워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호텔 근처로 가는 썽태우를 탈 수 있는 큰길까지 6km를 걸어가야만 했다.

농눅빌리지때와 거의 비슷한 경로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러 발가락과 발다닥에도 물집이 잡혀 이제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힘든 상태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걸으면서 절룩거리기 시작했다. 6일 동안 이어진 트레킹 중 가장 힘든 날이었던 것 같다. 아픈 발과 푹푹 찌는 무더위에 땀에 찌들어버린 몸과 지친 정신상태가 그날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 했다. 어찌어찌 큰 길까지 걸어 나와서 썽태우를 잡아타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내려 호텔까지 5km를 걸어갔다.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샤워 후 처음으로 발맛사지를 받았다. 1시간에 200바트 팔천 원 정도의 가격이다. 매일 받을 껄 후회했다.

 

7일 동안 8곳의 관광지 190km를 걷다

발 마사지도 받고 피곤함에 일찍 잠들었던 탓에 다음날은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하지만 먼 지역까지 트레킹을 이어갈 컨디션은 절대 아니었다. 오전 10시 쯤 편한 반바지에 면 티 하나 입고 해변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파타야를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PATTAYA CITY’ SIGN을 바라보며 항상 들었던 생각이 저곳이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가볍고 몸도 풀겸 가보기로 했다.

해변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워킹스트리트가 나오고 워킹스트리트 끝까지 걸어가면 바닷가가 나온다. 그곳에선 파타야시티 싸인보드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언덕 중턱에 있고 바로 정면으로는 전혀 올라가는 길 자체가 없어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한 30분 정도를 돌아서 올라가니 내가 생각했던 그 장소가 나왔다. 전망이 아주 좋았다. 파타야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그 경치가 더 가깝게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파타야를 방문했던 사람들 중 90%가 이곳에 사람이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와보니 이리도 전망이 좋은 곳인데 말이다. 아주 주옥같은 장소를 알아냈다는 생각에 큰 성취감이 든 날이었다. 파타야비치 어디소나 보이는 곳이어서 막연히 가깝게 생각했지만 왕복 12km를 걸었다.

파타야에서 머물렀던 10일 중 첫 도착일로부터 7일간 연속으로 트레킹을 통해 총 여덟 곳의 관광지를 걸어서 방문했으며 7일 동안 총 190km를 걸었다. 파타야에서 7일간의 트레킹 후 햇빛알레르기 때문에 남은 일정은 철저히 휴식을 취하며 지냈다.

돈이 없어 택시를 안타고 돈이 없어 노상에서 파는 로컬음식들만 먹은 게 아니다. 이렇게 걷다보면 차를 타고 다니면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로컬을 모습들을 눈에 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상에서 파는 저렴한 로컬음식을 먹고 입맛에 안 맞으면 어떠한가. 맛이 없으면 또 어떠한가. 그저 최대한 로컬을 느끼고 경험하고 체험하고 싶다는 게 이번 한 달 살기의 주요 목적이기에 충분히 만족하고 즐기며 큰 행복감을 느꼈던 파타야에서의 보름이었다. 남은 일정은 이제 모두 방콕에서 이어진다. 태국에서 혼자 한 달 살기 방콕편에선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 태국에서 한 달 살기 방콕편은 12월호에 게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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