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누구를 위한 법무부 훈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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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누구를 위한 법무부 훈령인가
  • 김길수 기자
  • 승인 2019.11.0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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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259호=김길수 대기자] 법무부가 검찰 개혁 차원에서 마련해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이라는 훈령은 11월 한 달을 준비 기간으로 하고 1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훈령의 핵심은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 판결을 거쳐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검찰수사 단계에서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피의자 인권을 훼손하는 일을 없애자는 취지다. 이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들이 이미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효과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부분보다 오히려 우려되는 부분들은 기자들의 심층 취재를 방해하고, 공무원들의 자율성을 옥죔으로써 언론은 홍보자료만 받아쓰라는 식의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훈령에 따르면 심각한 오보(誤報)를 낸 기자는 검찰청 출입이 제한되고, 피의자의 공개소환 금지는 물론이고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 수사과정에서 사건 관계자에 대한 촬영 및 방송이 제한된다. 또, 전문 공보관을 제외한 검사나 수사관은 기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지난 9월에 공개된 초안에는 없었던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청 출입제한’은 수정안에 새로 추가된 내용으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가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 33조에 ‘사건관계인, 검사,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 종사자에 대해서는 검찰청 출입제한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오보나 인권 침해 기준이 무엇인지, 이런 문제를 누가 판단하는지에 관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이렇게 논란의 여지가 큰 조항을 추가하면서 의견 수렴 절차는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론의 의견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찰의 의사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출입제한 조치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대검찰청 설명이다. 이러한 규정에 대해 지난 제5공화국 시절 정권이 보도하지 말아야 할 지침을 매일 내려보내 언론을 통제한 ‘보도지침’보다 훨씬 더 악랄한 독재적(獨裁的)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혹자는 법무부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 소환을 앞두고 비공개 소환 원칙을 발표하고, 조 전 장관 소환이 임박할 때 이런 규정이 발표됐다며 법무부가 특정인을 위해 규정을 만들었다며 법무부의 저의를 의심하기도 한다.

피의자의 인권 침해는 철저히 보장돼야 하지만 고위 공직자 등 공인(公人)의 경우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돼 왔다.

검찰 개혁에 대해 모두가 공감은 하지만,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개혁안은 오히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왔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법무부는 훈령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시사매거진은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정신으로 이 훈령을 거부할 것임을 명백하게 밝히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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