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특별(?)’했던 유니클로 광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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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특별(?)’했던 유니클로 광고 논란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9.11.0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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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일 기억 못해” 한국어 자막…불매운동 재점화, 매출 급락
(사진_뉴시스)
(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259호=이미선 기자] 일본 본사 최고재무관리자(CFO)의 불매운동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가 최근 공개한 광고로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니클로의 이번 광고는 위안부 할머니를 조롱하는 듯한 한국어 자막으로 이제는 불매가 아닌 퇴출이 답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정부까지 유니클로에 대한 규제를 언급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상징이 된 유니클로의 광고 논란 사태를 살펴봤다.

지난 10월 2일 일본 유니클로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2019 가을/겨울 광고인 ‘유니클로 후리스 : LOVE & FLEECE’ 편이 공개됐다. 유니클로 코리아를 운영하는 에프알엘(FRL) 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광고 영상은 국내에서 케이블 TV와 디지털 광고로 방영되고 있다.
15초 분량의 광고는 98세 패션 컬렉터 할머니와 13세 패션 디자이너 소녀가 등장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대화에서 소녀가 할머니에게 “스타일이 완전 좋은데요. 제 나이 때는 어떻게 입으셨나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나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 광고에 한국어 자막이 달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할머니의 답이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로 바뀐 것이다. 일본어 편에선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자막이 “옛날 일은 잊었어(昔のことは, 忘れたわ)”라는 자막으로 표기됐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조롱한 것 같다”, “유니클로 불매를 제대로 하자”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80년 전인 1930년대 후반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동원이 이뤄지던 시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니클로는 전혀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는 뜻을 강조했다. 두 등장인물의 나이차이가 85살인데, 그만큼 세대를 뛰어넘어 후리스를 즐긴다는 의미일 뿐 다른 의도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전 세대가 후리스를 즐긴다는 콘셉트를 표현한 광고”라며 “한국 버전이 다른 이유는 자막을 만들 때 두 사람이 나이차가 많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판단해 80년이라는 숫자를 추가한 것이지 조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니클로는 의도성을 부인하면서도 광고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논란이된 광고를 송출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0월 19일 밤부터 대부분의 영상 플랫폼에서 광고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유니클로 퇴출운동’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내 케이블 TV와 디지털 광고로 방영되던 15초 분량의 유니클로 광고 (사진_방송화면 캡처)
국내 케이블 TV와 디지털 광고로 방영되던 15초 분량의 유니클로 광고 (사진_방송화면 캡처)

'위안부 폄하' 논란, 퇴출로 확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0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갑자기 많은 기자가 연락해줘서 알게 됐다. 일본 유니클로의 최근 광고에서 98세의 패션 컬렉터 할머니와 13세인 패션 디자이너 소녀가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전개가 된다”며 “현재 논란이 크게 된 부분은 바로 ‘80년’이라는 부분인데, 80년 전은 1939년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강점기 시기다. 특히 1939년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한 시기이기도 하고, 그 해부터 1945년 해방 직전까지 강제동원된 인구만 몇백만 명에 이른다”고 썼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누리꾼들이 지적한데로 외국인 할머니 대사는 ‘맙소사! 옛날 일을 어떻게 기억하니?’인데, 한국 광고 자막에만 ‘80년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니?’라고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건 정말 의도된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광고다. 유니클로는 이제 완전히 돌아올수 없는 선을 넘었다. 이젠 우리 누리꾼들과 함께 불매운동을 넘어, 진정한 ‘퇴출운동’을 펼쳐 나가야겠다”고 적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역시 유니클로의 이번 광고에 비하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지난 10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거기 나오는 여러 가지 내용을 보면 확실하게 의도가 있었다고 피해자들이나 한국 사람들은 해석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광고였다”며 “광고를 내린다고 다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 사과를 정확하게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98세 할머니가 나오지 않냐.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징용피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낸 이춘식 할아버지가 98세였다. 또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는 내용이 광고에서 나오는데 한국어 자막에만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80년 전이라는 것은 1939년,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강제 징용자 판결 문제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그 시기”라고 했다. 이어 “잊어버렸다라는 말까지 붙여가지고 잊을 수 없는 그러한 고통을 사실상 잊었다라는 내용으로 조롱하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함께 등장한 ‘13살 소녀’에 대해 “13살이라고 하면 현재까지 확인이 된 가장 어린 위안부 피해자의 나이는 13살이라고 할 수가 있다”며 “왜 그냥 굳이 잊어버렸다라는 말을 써야 됐는지. 이러한 부분의 의도가 진짜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광고를 패러디 한 영상 (사진_유니클로 광고 패러디 유튜브 캡처)
유니클로 광고를 패러디 한 영상 (사진_유니클로 광고 패러디 유튜브 캡처)

 

"절대 잊지못해" 패러디로 응수
한편 유니클로 광고 내용이 ‘위안부 모독’이라는 논란이 나온 가운데 근로정신대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90) 할머니가 패러디 영상을 통해 유니클로와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전남대 사학과 4학년 윤동현(24)씨가 제작한 20초짜리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양 할머니는 “제 나이 때는 얼마나 힘드셨냐”는 질문에 “그 끔찍한 고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라고 답했다. 양 할머니는 또 “난 상기시켜주는 걸 좋아한다”며 “누구처럼 쉽게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지난 10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74년이 됐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사죄도 못 받고 원통해 죽겠다”며 “그런데 엉뚱한 소리나 하면 우리는 어떻게 되란 말이야”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 일(일본 강제동원)로 138명이 동원돼 갔다. 지금까지 인원수도 안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패러디 광고를 제작한 윤동현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비판했던 그 지점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단순히 나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라고 책임회피를 해버린 느낌이었다. 그 태도가 완전히 일본 사람 같았다”며 “그게 너무 화가 났고, 조롱과 비하 의도가 없다 했는데 나도 그런 의도 담지 않아서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네가 어떻게 느끼는지 한 번 느껴봐, 라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감까지 등장한 유니클로
유니클로의 이번 광고 논란은 지난 10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해당 유니클로 광고를 재생한 뒤 “외국 기업이 국민감정이나 역사를 부정하는 식으로 국내에서 영업한다면 국가적으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제재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가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업이 일단 그 광고를 방영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등장한 패러디 영상을 틀었다. 이후 이 의원은 “광고를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 삼기 어렵다는 취지라면 매우 적절하지 않다”며 “이렇게 ‘치고 빠지는 식’의 행위가 반복된다면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못 한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은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라며 “국가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아니고,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한번 상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또 우원식 의원의 유니클로의 사업조성 대상 포함 관련 질문에 사업조정점포에 유니클로가 해당될 수 있다”며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라는 곳이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의 계열사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미 유니클로를 사업조정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검토를 마쳤고, 그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사업조정제도가 적용되면 유니클로 점포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50% 세일에도 매출 61%↓
불매운동 역시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니클로가 겨울시즌을 맞아 대대적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 하락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31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내 8개 카드사로부터 제출 받은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지난달 매출액은 91억원으로 전년 동기 275억원보다 67% 감소했다.
특히 유니클로가 패션업계 성수기인 가을·겨울시즌에 맞춰 대규모 세일을 실시한 이달 1~14일 매출액도 81억원으로 전년대비 61% 줄어 불매운동의 힘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9월 275억원에서 2019년 9월 91억원으로, 2018년 10월 첫 2주 동안 205억원에서 2019년 같은 기간 8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대표상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15주년 감사 세일을 온·오프라인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매출액은 개선되지 않았다.
대규모 할인행사 기간 유니클로 매장에는 불매운동이 거셌던 7~8월에 비해 방문자가 증가하고 온라인몰에서는 후리스 등 일부품목이 매진되는 등 불매운동이 시들해지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으나 국내 소비자들의 ‘유니클로 퇴출’ 정서는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80년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라는 문구가 들어간 TV광고가 잠시 주춤하던 불매 운동을 재점화시킨 가운데 들끓는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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