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in d단조 Op. 15
롯데콘서트홀, ‘서혜경 & 클라라 in 슈만/브람스 협주곡’ (10/21)

피아니스트 서혜경,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사진제공=KU STAR)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슈만과 클라라,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음악과 사랑의 고뇌에 빠진 청년 브람스, 이 작품은 그의 초기작이자, 클라라에 대한 사랑의 열병과 열정을 고스란히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 그는 64년의 세월 동안 4개의 협주곡을 남겼다. 2곡의 피아노 협주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그중 피아노 협주곡 1번은 1854년 3월 그의 나이 21세 때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완성되었다. 이것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의 첫 출발이다. 이후 음악은 여러 수정 과정을 거쳐 1858년 25세 때 비로소 피아노 협주곡으로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듬해 초연 이후 악평과 호평을 오가며 음악은 점차 안정적인 모습을 찾아갔다.

그의 초기 작품이어서 유독 베토벤적인 악풍이 강하다. 교향악적인 오케스트레이션과 화성 진행 그리고 선율의 대위는 그가 스스로 베토벤의 제자임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음악의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감을 이뤄낸 천재성은 슈만이 그를 왜 그토록 ‘음악신보’를 통해 칭송하며 아끼고 좋아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재능과 끼가 넘치는 젊은 제자를 보며 후기낭만주의 음악을 펼쳐갈 대가의 모습에 즐거워하는 슈만의 모습이 그려진다.

피아니스트 서혜경 (사진제공=KU STAR)

2악장 아다지오 “당신의 아름다운 초상(肖像)”

브람스에겐 존경하는 스승의 아내이자 14살 연상의 클라라, 음악은 3악장 내내 닿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고뇌를 느끼게 한다. 1악장의 장엄하게 펼쳐지는 마에스토소(maestoso)와 3악장의 경쾌한 론도(Rondo) 사이에 종교적인 미사곡을 모델로 했던 2악장 아다지오(Adagio)는 클라라에 대한 사랑의 고백과도 같다.

브람스는 1856년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은 당신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아다지오가 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슈만을 떠나보낸 클라라에 대한 위로와 그녀를 향한 브람스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잔잔하게 물결치는 현악기들과 목관악기들의 움직임 그리고 슬픔을 머금은 채 애잔한 선율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펼치는 피아노가 인상적이다.

오로지 음악을 통해서 사랑을 표현했던, 가슴 깊숙이 자신만의 사랑으로 간직했던 청년 브람스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슈만 사후에도 이어져 클라라와 그녀의 여덟 자녀들까지 브람스는 정성스럽게 뒷바라지를 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장일범의 K-Classic World에서 피아니스트 서혜경 (사진제공=KU STAR)

21일 롯데콘서트홀, <서혜경 & 클라라 in 슈만/브람스 협주곡>

과거 1988년 카네기홀에서 러시아 출신의 슈라 체르카스키(Shura Cherkassky)와 라자르 베르만(Larzar Berman)과 더불어 ‘올해의 3대 세계 피아니스트’로 선정됐던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서훈)와 함께 리사이틀을 펼친다.

서혜경은 낭만주의 피아니스트 계보를 잇는 연주자로, 특히 선이 굵고 노래하듯 연주하는 ‘연음 사운드(Linking Sound)’로 관객들을 매료시켜왔다. 악보의 음악기호로는 설명이 불가한 ‘연음 사운드’는 비브라토 기능이 없는 피아노에 마치 현악기들의 감정 표현처럼 음악으로 말하고 노래하듯 악구들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기법이다.

이번 공연은 작곡가 슈만의 아내이자 전설적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의 탄생 2백 주년을 맞아 슈만이 작곡하고 클라라가 초연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Op. 54>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Op. 15> 등을 연주한다.

오는 21일 롯데콘서트홀, 특별히 사랑과 관심이 그리운 ‘가을’이라는 계절에 펼치는 이번 공연은 ‘서혜경 표 황금빛 톤’으로 채색하는 클라라 슈만과 브람스의 로맨티시즘‘으로 가득한 독일의 정통 낭만주의 피아니즘을 펼쳐낼 것이다.

서혜경 & 클라라 in 슈만/브람스 협주곡_포스터 (사진제공=KU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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