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 (10/18-19)
불레즈, 노타시옹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이집트’
생상스, 교향곡 제3번 ‘오르간’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_포스터(사진제공=서울시향)

[시사매거진=강창호 기자] 깊어가는 가을밤, 프랑스 피아니즘의 정수를 서울에서 만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8일(금), 19일(토) 롯데콘서트홀에서 양일간 고전과 낭만 그리고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프랑스 음악의 절정을 관객들에게 펼쳐 보인다.

연주력뿐 아니라 특유의 패션 감각 그리고 ‘모두를 위한’ 음악교육자로 인정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장이브 티보데(Jean-Yves Thibaudet)는 <장이브 티보데의 생상스>에서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이 곡은 티보데가 “생상스의 놀라운 음악적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다”라고 평한바 있다.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프랑스 피아니즘은 직관적이다. 다채로운 질감과 미묘한 색채를 작품에서 끌어낼 민감한 청력과 생기 있는 상상력을 요구한다”- 피아니스트 조은아

과거 2013년, 12년 만에 내한하여 서울시향과 ‘거쉬인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협연했던 장이브 티보데의 연주에 대해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은 “‘열광의 시기’였던 1920년대의 대호황이 느껴지는 아찔하고 찬란한 질주를 객석에 선사했다”라고 호평했다. 티보데는 당시 자신의 연주가 없는 부분에서도 몸짓을 통해 관객들과 호흡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의 영화 OST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티보데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직접 제작한 감각적인 무대의상을 착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다채로운 색깔의 공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일 그가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의상을 착용할지도 주목된다.

장이브 티보데(Jean-Yves Thibaudet) (c)Andrew Eccles

고전과 낭만 사이에서 독일 음악과 결을 달리하는 프랑스의 음악을 고민했던 생상스는, 프랑스에서 피아노 협주곡이 주목받지 못했던 시기에 리스트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작곡했다. 이 곡은 그가 자신의 데뷔 50주년 기념음악회를 위해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에는 그가 1870년대부터 겨울을 보내던 아프리카와 이집트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집트에서 생상스가 접했던 개구리와 귀뚜라미 소리뿐 아니라 다채로운 이국적 선율이 전반적으로 곡에 가득 담겨 있다. 바로 ‘이집트’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뿐 아니라 스페인과 인도네시아, 중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관객들이 좀처럼 실연으로 듣기 어려운 곡에 속하는 이 곡은 총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에르 불레즈 <노타시옹>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이며 유타 심포니의 음악감독(2022년까지)으로 활동 중인 티에리 피셔는 2022년 마린 알솝 후임으로 상파울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티에리 피셔와 서울시향은 메시앙의 제자이자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피에르 불레즈의 ‘노타시옹’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1945년에 피아노곡 시리즈로 탄생한 ‘노타시옹’은 불레즈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로, 파리 오케스트라의 위촉으로 관현악곡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관현악곡으로 편곡된 네 곡은 1980년 6월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관현악 ‘노타시옹’은 불레즈가 I-IV-III-II의 순서로 배치할 때 대비가 가장 크게 이루어진다고 언급한 이후 대부분 이 순서대로 연주되며 서울시향의 이번 연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티에리 피셔(Thierry Fischer) (c)Marco Borggreve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극작가이자 철학가이며 고고학자로도 활약했던 생상스는 50대에 다섯 번째 교향곡인 ‘교향곡 3번 ’오르간‘’을 작곡했다. 그가 독일 고전음악에 거리를 두고 낭만주의 음악에 몰두하던 시기로 그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는 교향곡의 네 부분은 유지하면서도 이를 두 개씩 묶어 두 악장으로 만들어 마치 교향시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 냈다. 3관 편성과 두 명의 피아니스트 그리고 오르간의 등장은 리스트의 영향을 받은 성대한 구성이다.

특히 생상스는 오르간에 독주악기와 같은 역할을 부여해 교향곡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생상스는 이 곡에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이 이루었던 작품세계의 과거와 현재를 미래의 관객들에게 선물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연주에는 연세대 교회음악과 교수인 오르가니스트 신동일이 참여한다. 생상스의 발언을 직접 객석에서 확인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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