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건전화 위해…국내 4대 거래소들 ‘암호화폐 상장&폐지’ 기준 공개

(사진_업비트)

[시사매거진=최지연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상장 소식은 늘 주목받아왔으며, 때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거래소에 코인이 상장되는 일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최대 호재이며 이슈로 작용한다. 이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거래소 상장에 큰 심혈을 기울이고,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투자자와 암호화폐 보유자들 또한 거래소 상장에 대한 열망이 높다.초기 거래소들은 자체적으로 상장심사팀이 프로젝트를 분석해 상장을 결정했다. 또한 상장되는 암호화폐의 상장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상장된 프로젝트들이 스캠 진위 여부 논란이 있기도 했으며, 거래소와 특정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이해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들이 지속되었다. 점차 거래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이에 거래소들은 각자의 ‘상장 심사 원칙’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투명한 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상장 심사 원칙을 공개하고 거래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상장 후 제대로 개발되지 않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나자 상장된 코인도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며, 상장폐지 기준도 같이 밝혔다.

업비트, 암호화폐 상장·폐지 기준 공개
국내 대표 거래소 업비트(UPBIT)는 가장 먼저 상장 기준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업비트는 ‘상장심사원칙’과 ‘상장 폐지’에 대한 기준을 밝혔다. 
업비트는 상장 심사 원칙은 ▲프로젝트의 투명성, ▲거래의 원활한 지원 가능성, ▲투자의 공정한 참여 가능성 3가지 분야에서 총 21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프로젝트 주요 정보, 법규 준수, 기술 역량, 암호화폐의 부가가치 창출 메커니즘 및 로드맵을 진단하는 '프로젝트 투명성'과 '기술 호환성', 기술 문제 발생 시 대응 역량을 보는 '원활한 거래 지원 가능성'. '초기 분배의 공정성', 네트워크 운영의 투명성을 점검하는 '투자의 공정한 참여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어 업비트는 상장 후에도 프로젝트들을 주시해 유동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들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해 투자자들에게 알리며, 추후 문제가 해결되면 유의 종목 지정을 풀고, 문제가 심각해지면 상장 폐지를 진행하는 등 상장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업비트가 공개한 상장폐지 기준은 ▲법령에 위반되거나 유관기관의 지시 또는 정책에 의해 거래지원이 지속되기 어려울 경우 ▲해당 암호화폐의 실제 사용 사례가 부적절하거나 암호화폐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경우 ▲해당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에 취약성이 발견되는 경우 ▲해당 암호화폐가 더 이상 원래의 개발팀이나 다른 이들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등 이다.
업비트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상장폐지 공지 후 10일 뒤에 상장폐지한다. 이어 업비트는 상장폐지 후 30일간 암호화폐 출금을 지원하고, 그 뒤로는 상장폐지된 암호화폐의 입출금이 완전히 차단되게 된다.
이미 업비트는 상장 유지를 위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스피어(SPHR), 엣지리스(EDG), 구피(GUP), 머큐리(MER), 뫼비우스(MOBI), 블록틱스(TIX), 솔트(SALT) 등의 코인을 한차례 상장폐지한 바 있다.

코인원, 프로젝트 95%만 상장 심사 자격 미달이라 밝혀
업비트에 이어 코인원(COINONE)도 상장과 폐지 기준을 밝혔다. 지난 8월 코인원이 밝힌 상장심사 기준 9가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 ▲지배 구조의 투명도, ▲토큰 분배 계획, ▲비전과 가치, ▲시장 규모, ▲실제 사용성, ▲팀 구성, ▲로드맵 달성률, ▲시장성 등이다.
또한 코인원은 상장폐지 기준에 대해서도 밝혔다. 코인원은 ▲코인 가격이 조작되거나 시장 교란 행위가 포착되는 등 법적 문제 발생할 경우 ▲블록체인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 등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거래량이 매우 낮은 경우 ▲팀이 해체되는 등 프로젝트 영속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등의 요건이 하나라도 발생하면 경고를 하고, 경고가 누적되면 상장폐지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8월 ‘루니버스데이’에 참석한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는 “코인원이 검토했던 프로젝트의 95%가 심사자격 미달이었다”고 말하며, 상장 심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빗썸, 상장 적격성 심사하는 ‘심의위원회’ 발족
지난 8월 빗썸(BITHUMB)은 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암호화폐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하고 심사하는 ‘상장 적격성 심의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회는 매월 빗썸에 상장된 모든 암호화폐에 대한 상장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다. 심사를 통해 상장 적격 판정을 받은 암호화폐는 상장이 유지되지만 상장 폐지 대상으로 선정된 암호화폐는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며, 2개월 이내 개선이 없으면 상장이 폐지된다.
구체적으로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경우는 ▲거래소내 일 거래량이 미미하고, 그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기준시가총액이 상장시 시가총액 대비 크게 하락하고, 그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암호화폐 개발자의 지원이 없거나 프로젝트 참여가 없는 경우 ▲블록체인 또는 암호화폐에 연관된 기술에 효용성이 없어지거나 결함이 발견된 경우 ▲형사상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기타 형사사건과 연관성이 명확한 경우 ▲암호화폐 재단에서 상장폐지를 요청하는 경우 등이다.
이와 함께 빗썸은 학계, 법조계, 금융공학, 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자문위원단을 운영하며 투자자 보호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상장폐지 기준에 대해 김영진 빗썸 CFO는 “아직 빗썸은 상장폐지를 한 적 없지만 투자자 보호 위해서는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다만 빗썸 내부에서 독단적으로, 급작스럽게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된다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거나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장폐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코빗까지 상장·폐지 기준 공개
지난 9월 코빗(KORBIT)이 국내 4대 거래소 중 마지막으로 암호화폐 상장·폐지 기준을 공개했다. 코빇은 상장 심사 시 실사를 통해 ▲팀 구성, ▲지속성, ▲투명성, ▲확장성, ▲사용성의 다섯 가지 항목을 평가하고 이를 위한 법률 검토와 상장 심의위원회 검토 절차까지 거친다고 밝혔다.
또한 코빗은 상장 심사 초기 단계에서 프로젝트의 기본 정보를 쟁글에서 제공받아 객관적인 지표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표를 확인한 후 프로젝트 실사에 들어가고, 상장 후에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쟁글을 통해 투자자와 공유하는 등 상장 절차에서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이어간다.
이어 상장 폐지 기준으로는 ▲범죄·시세조작 등의 법적 문제 ▲프로젝트의 기술적 문제와 함께 투자 판단을 위한 불성실 공시를 포함하는 질적평가와 거래량 미달 ▲공정한 거래를 위한 시가총액 수준 미달 등에 대한 양적평가를 그 기준으로 검토하며, 이 기준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상장폐지 경고 후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_크로스앵글)

공시 시스템을 활용하려는 거래소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 심사 기준을 공개하는 것과 더불어, 정보공시 시스템 도입에도 나섰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소의 상장 전후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공시 시스템을 활용하여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씨피닥스, 한빗코, 비트소닉, 지닥 등의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을 개발한 크로스앵글과 협력하고 있다. 쟁글 플랫폼을 블록체인 프로젝트 공시·심사제도에 적극 활용해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요 4대 거래소 중에는 업비트만 유일하게 쟁글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고, 자체 공시를 진행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국내 4대 거래소들이 모두 상장 기준을 공개했다. 이어 중소형 거래소들도 잇따라 기준을 공개 하고 있다. 이번 거래소들의 상장과 폐지 기준 공개는 그동안 ‘깜깜이 상장’이라 지적받던 거래소들이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3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권고안을 확정해 발표한 것도 상장·폐지 기준 발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FATF와 특금법이 통과되기전에 거래소 자체적으로 시장의 건전화를 위해 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거래소들의 상장·폐지 기준 공개는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들이 상장심사 기준을 공개한다고 해도, 상장 심사 자체가 공개된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상장심사 기준을 공개한 이후에도 스캠 의심을 받거나 거래소와 유착 관계를 의심받는 암호화폐들이 다수 상장되었으며, 이에 업비트와 코인원은 한차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아직 거래소들이 상장과 폐지의 기준을 공개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준을 공개했다고 해서 의혹들이 없어지진 않고 있다. 거래소 측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투자자 보호와 암호화폐 시장 건전성을 위한다면, 앞으로의 상장과 폐지에 대한 자료들을 공개 해 모두의 납득이 가게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거래소들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앞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암호화폐 시장이 형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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