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기후변화·분쟁 등으로 난민의 수 급격히 증가, 폭력 등 인권 훼손도 심각

   
▲ 지난해 난민은 6,700만 명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난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프리카로 현재 아프리카에서만 1,00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고향을 떠나 타국을 떠돌고 있다.

전 세계 난민 6,700만 명으로 최대 규모 기록
난민(難民/refugee)이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특정사회단체 참여 등의 이유로 인한 박해의 공포를 피해 조국을 떠난 후, 귀환하지 못하거나 귀환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난해 난민은 6,700만 명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600만 명만 국제기구의 보호를 받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난 난민은 1,140만 명으로 전년도 990만 명에서 150만 명(15%)이나 늘었다. 고향을 떠나 자국 내에서 유랑하는 난민은 2,600만 명으로 전년보다 180만 명(7%) 증가했다. 이중 UNHCR의 지원·구호를 받고 있는 자국 내 난민과 정식 난민은 전년보다 250만 명이 증가한 2,510만 명으로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자국 내 난민의 경우 콜롬비아가 30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이라크가 240만 명, 콩고공화국이 130만 명, 우간다가 120만 명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숫자의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는 파키스탄, 시리아, 이란, 독일, 요르단 등이었다.
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지난 6월 17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 2001년부터 5년간 꾸준히 감소하던 전 세계 난민의 수가 최근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고등판무관은 “5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난민 숫자가 2006년에 이어 지난해도 증가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난민들의 목숨을 건 탈출, 그러나 ‘영원한 이방인’ 신세
난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프리카로 현재 아프리카에서만 1,00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이 고향을 떠나 타국을 떠돌고 있다. 그 가운데 케냐는 아프리카 최대의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아프리카 9개국 난민, 5만 4,000여 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는 매일 새로 난민이 된 사람들로 넘쳐난다. 카쿠마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 국경과 인접한 지리적 요건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국경을 넘은 난민들은 집을 지을 구호물자가 올 때까지 임시숙소에서 생활 한다. 구호물자로 받은 나무에 천막 한 겹을 덮어 지은 작은 공간, 이곳에서 난민으로서의 삶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순탄치 만은 않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 에티오피아를 떠난 압둘라 씨 가족은 한 달 전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큰 딸은 죽고 압둘라 씨와 아들은 크게 다쳤다. 이처럼 부족한 식량과 열악한 환경은 물론 불안한 치안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검은 대륙의 끝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난민들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의 보금자리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불안감이 감도는 곳으로 변했다.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대국 남아공은 1994년 50년 넘게 지속됐던 흑백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른바 무지개 국가를 표방하면서 인근 분쟁국가의 난민들이 살길을 찾아 남아공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남아공 아벨 므빌리니 UNHCR 부대표는 “현재 남아공 정부가 인정한 난민은 3만 8,000여 명이다. 이외에 9만여 명이 난민 지위 신청을 해놓고 있다”며 “남아공 정부는 난민들에게 어디서든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경제침체로 실업률과 빈부격차가 심해지자 이에 대한 불만이 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월 11일 난민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폭력이 발생, 당시 집이 불타고 62명이 사망,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 그 중 두 명은 산 채로 불태워지기도 해 큰 충격을 낳았다. 10만 명이 넘는 난민들은 제노포비아에 대한 공포로 인해 살던 마을을 떠났다. 이들의 피난처가 되어주고 있는 요하네스버그의 한 교회, 갑자기 밀려든 난민들로 이곳은 포화상태가 됐지만 이곳 역시 두 차례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쉴 순 없다. 희망을 찾아 떠나온 이곳에서도 그들은 쫓겨나며 구타당하는 등 영원한 이방인의 신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분쟁, 기후변화, 식량위기 등으로 대량 난민 발생

   
▲ 유엔난민국은 21세기의 난민 문제는 무력분쟁의 증가와 이들 분쟁의 주변국 확산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폭력과 전쟁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 불안과 자원의 부족 등으로 전쟁 난민뿐만 아니라 국내, 국제 이주민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난민이 발생하는 것일까. 최근에는 내란 및 민족, 부족, 종교적 충돌 등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유엔난민국은 21세기의 난민 문제는 무력분쟁의 증가와 이들 분쟁의 주변국 확산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폭력과 전쟁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적 불안과 자원의 부족 등으로 전쟁 난민뿐만 아니라 국내, 국제 이주민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지난 6월 17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식량위기, 기후변화, 분쟁 등으로 난민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고등판무관은 “전통적인 유혈 분쟁 외에도 정부의 실정과 기후변화, 식량 위기,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세계 각지에서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낯선 오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 같은 전 지구적 과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강제 이주나 난민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수십 년간 계속된 내전으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선 학살과 약탈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수십 년간 내전이 끊이지 않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정치적 견해, 종교,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학살은 아프리카 난민발생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수단 난민 로하나 씨는 “부족 간 갈등 때문에 다른 부족이 우리 동네에서 사람과 가축을 모두 학살했다. 이 때문에 우리 가족은 밤에 집을 빠져나와 3일 밤낮을 걸어 탈출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얀마 군부에서는 전쟁으로 3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남미 콜롬비아에선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와 무장세력 간에 충돌로 3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콜롬비아에선 좌익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내전이 40년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반군과 정부군의 무차별 테러와 보복살인, 콜롬비아에선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무차별 학살과 테러 위협을 피해 수많은 콜롬비아인들이 인근 에콰도르나 베네수엘라의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있다.
루이스 바레사 UNHCR관계자는 “최근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의 국경지대에서 위기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유입된 난민들이 더 많아졌다. 에콰도르 정부도 갑작스럽게 늘어난 난민들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에콰도르 내 콜롬비아 난민의 수는 25만 명, 숨어사는 난민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 대다수 에콰도르의 콜롬비아 사람들은 반군의 추격이나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도심인근 빈민가나 정글 속으로 흩어진 채 숨죽이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는 지방에선 수많은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심 인근 빈민촌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렇게 콜롬비아 내에 머물고 있는 자국 내 난민은 세계 1위다. 생사를 건 콜롬비아인들의 탈출 행렬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식량위기, 기후변화, 자연재앙 등으로 인한 난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으로 900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중국 대지진을 비롯해 3년 전 파키스탄 지진은 350만 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때론 물을 찾아 길을 떠나기도 한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 환경난민이 1억 명을 넘는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한 투발루는 지구상 최초의 난민국가가 될 위기에 처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지난 6월 17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 “지난해 초만 해도 180만 명 안팎이던 이라크의 난민은 종파 간 갈등과 정부의 무능력 등으로 연말에는 240만 명 가까이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한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대규모 재정착사업에 힘입어 지난 몇년간 난민이 줄었지만 갈등 때문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유엔은 2007년 한해 이들의 규모가 3,074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보다 300만 명 이상 증가한 수다.
유엔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국제법상의 난민을 포함 4,000만이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떠돌고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 말 현재 난민들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나라는 파키스탄이 약 11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란이 약 100만 명, 미국이 약 85만 명, 시리아가 75만 명, 독일이 62만 명, 요르단이 55만 명, 탄자니아가 50만 명 등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학대, 폭력, 사망 등 난민들의 인권 훼손 심각
정치적 박해 등을 이유로 해마다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난민에 대한 탄압과 인권 침해는 심각한 실정이다. 이방인이란 꼬리표에 총성을 당하기도 하며 무차별적인 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미 워싱턴에서 발행된 ‘2008 세계 난민 조사(World Refugee Survey 2008)’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5개국인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및 방글라데시가 최악의 난민 인권 탄압국 명단에 올랐다. 지난 6월 20일 에이에프피(AFP)통신은 지난해 이라크, 케냐, 러시아, 수단 및 유럽에 이어 아시아 5개국이 세계 10대 최악 난민 인원 탄압국 대열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명단에 오른 최악의 국가에서는 난민들을 학대, 폭력, 심지어 사망, 혹은 자국으로의 강제송환조치, 완전 무시하거나 중간자적 입장을 위하고 있어 난민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USCRI의 메릴 스미스(Merrill Smith) 국제 계획 및 분석가는 “말레이시아는 난민을 강제적으로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보내고 그곳에서 일부 난민들은 노예시장에서 인신매매되고 있는데 남자들은 어선에 태워져 고기잡이에 나서고 여성들은 매춘굴로 팔려 나가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태국도 역시 난민을 강제적으로 미얀마나 라오스로 출국시키고 있으며 인도의 경우 난민들이 국적에 따라서 인종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USCRI 라비나 리몬(Lavinia Limon) 위원장은 “난민들의 일부는 강제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일부는 수십 년 동안 난민 캠프 내 창고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고, 또 일부는 절대 자국으로의 귀환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는 위에서 언급한 상황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 유엔은 지난 2000년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지정하고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삶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재정착지원 필요 
이에 유엔은 지난 2000년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지정하고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국제사회가 이들 난민들에게 쏟는 관심과 지원은 난민 수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캐나다 정부에서는 재(再)정착지원프로그램으로 기금을 운용, 난민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가재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 난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취업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난민이 버는 돈의 25%를 내면 전국 28곳에 운영 중인 난민 가족을 위한 수용시설에서 숙박 식사를 제공한다. 최저생계수당, 영아수당, 가족수당, 노인수당 등도 제공한다.
그에 반면, 한국은 난민 처우에 대한 법률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취업, 생활지원 등에 관한 지원프로그램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2007년 초 발간된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이 난민에 대해 전혀 관대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국은 950명의 망명신청자 중 48명에게만 난민 지위를 부여해 선진국들이 난민지위 신청자에게도 난민신청심사가 끝날 때까지 기초생활비와 거주지를 제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난민 신청자는 지역별로 아시아가 1,133명, 아프리카 752명으로 전체의 96.6%를 차지하며, 나라별로는 네팔 374명, 중국 302명, 미얀마 192명 순이다. 2006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전체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250여만 명으로, 미국 84만 명, 독일 61만 명, 영국 30만 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일본 1,840여 명, 아이슬란드 260여 명, 슬로바키아 240여 명으로 나타났다.  
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삶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콩고 출신의 은제트 바시마 버지니아는 “아들과 함께 인도적 체류를 허가 받아 국내에 머무르고 있지만 의료보험 등 사회적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도 문제인데다 아들 교육도 걱정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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